현대도시와 중세마을 사이
탈린에 도착한 것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단출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탈린 공항은 넘치는 북유럽 감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짐을 챙겨 공항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발트해의 밤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탈린 공항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올드타운 까지는 차로 15분이면 충분했다. 늦은 새벽, 마치 촬영을 마치고 텅 빈 영화 세트장같이 고요한 탈린 시내 풍경은 미국 서부의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그렇게 낯선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탈린의 명소 올드타운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영화 슈렉의 중세 마을 둘락을 쏙 빼닮은 마을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돌길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중세풍 건물들 옆으로는 거대한 첨탑과 성당이 우뚝 솟아있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완벽한 중세시대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우리가 첫 한 달간 머무를 숙소는 심플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복층구조로 된 북유럽풍 집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에나 있을법한 구불구불하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고양이가 그려진 초상화가 하나 걸려있다. 화장실을 지나면 주방과 테이블 그리고 더블 침대 하나가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탈린 아니 북유럽의 첫인상은 다른 여느 유럽의 도시들과는 조금 달랐다. 밀라노나 파리 등 여타 유럽 도시들을 찾았을 때 느꼈던 전형적인 유럽 도시들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현대적인 감성이 충만했다. 그러나 탈린의 올드타운은 있는 그대로의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유럽 그 자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