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내복

by 유의미

궁금하다.

왜 멀쩡한 옷을 두고 더러워진 내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고 싶은 걸까.

그것도 동생이 입고 있던 내복.


첫째가 점점 커가면서 속옷부터 시작해 외출복 양말 겉옷까지 전부 고르기 시작했다.

개취존중이 기본바탕인 요즘시대기 때문에 나도 존중해주려 하는데..

가끔 정말 할 말 없어지게 하는 룩을 선보이려 할 때는 적잖게 당황스럽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나의 마음은 급하고!

그녀의 옷은 점점 더 할 말을 잃게 하고!


요즘은 '아가옷' 즉 '동생의 옷'을 입는데 굉장히 꽃힌상태다.

대체 그게 무슨 기준인 줄은 모르겠으나, 꼭 아가옷을 입고 간다고 얘기한다.


오늘은 내복을 입고 가겠다며 드러눕는다.

본인의 내복은 이미 빨래통으로 갔고, 동생이 입고 있던 딸기즙이 다 묻어 엉망인 저 노란 토끼내복을 입고 갈 거란다. 하참. 그래 내복정도는 입혀 보내줄 수 있지만, 딸기즙이 다 묻은 건 아무래도 안된다.


일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속옷부터 골라보자 했는데 이번에는 하얀 히트텍(내복)을 고른다.

그걸 입어야겠다고 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이걸 입는 대신에 이 옷 위에는 꼭 다른 옷을 입는 것이 규칙이라고 타일렀더니 통했다.

휴~


뭔가 내복을 입은 친구가 멋있어 보였나 보다.

한놈 해결.


이번에는 둘째가 겉옷을 안 입겠다고 한다. 이미 나는 기운이 살짝 빠진 상태.

하지만 둘째는 하찮다. 어차피 말로설명해도 통하지 않는 나이 18개월!

눕혀서 강제로 팔을 끼고 첫째와 호들갑을 떨며 박수를 쳐주며 정신없게 만들기.

그럼 어리둥절해서 멍해진다. 웃기다.


오늘도 나의 아침은 우당탕탕 쨍그랑 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나도 무사히 자기 자리로 왔다는 것에 감사!




짱구도 못말리고 우리애들도 못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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