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자니 아깝고, 쓰자니 귀찮다. 특히 화장품 샘플은 더 그렇다. 왜 이리도 찢어서 쓰는 게 귀찮은 걸까. 그러니까 왜 이런 걸 받아와서 쓸데없는 고민까지 하는 건지 나도 참 알 수가 없다. 주말에 각질 제거제가 떨어져서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무려 50% 할인한다는 문구에 혹해서 때는 이때다 하고 들어갔다. 원래 가격에 할인 표시가 되어있는 빨간 글씨들을 보니 역시나 이것저것 담고 싶어진다.
절제를 익혀가는 미니멀라이프를 살아가는 나에겐 각질 제거제만 필요했고, 그것만 바구니에 담는 것까지는 성공했다.그래서 그것만 계산하려고 하는 순간!! 친절한 매장 언니가 이렇게 말한다. “고객님~~ 이거 써보세요. 비타민 c가 들어가 있어서 피부에 아주 좋아요.” 라며 무려 샘플을 3개씩이나 챙겨주었다. 원래의 나의 미니멀 라이프 레퍼토리 정식대로 가자면 “아니에요~ 괜찮아요.”라며 거절을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샘플을 쓰지 않을 거니까. 여행 가서도 안 쓰니까. 그런데 나는 “네.. 감사해요..”라며 받아왔다. 아니 왜?? 도대체 왜??
거절을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1) 받아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해서다.
나 안 쓰면 엄마라도 주지 뭐.
2) 공짜인데 뭐. 저렇게 친절하게 넣어주는데
거절하기가 좀 그렇잖아.
3) 샘플이 더 좋지 않을까?써보고 좋으면
이참에 바꿔볼까?
결국 이렇게 받아온 샘플은 아깝다는 이유로 얼굴에 발라지거나, 몸에 발라져 사용되었다.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버리는 게 아까워서 몸에 다 발랐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써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쓰는 것뿐이다. 애초에 샘플을 써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분명히 있다. 물건을 들이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 샘플을 비우며 알게 된 삶의 진리였다. 쓰지도 않을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선 집에 들어올 물건을 선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힘이 필요하다.
샘플에게 밀리는 좋은 제품을 쓸 기회
물건을 비우면서 알게 된 것은 100 원딜 혹은 샘플로 받은 이런 물건들 때문에 정말 좋은 물건을 쓸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좋은 아이크림을 쓰지 못하고 100원 딜로 구매한 아이크림이 아까워 꾸역꾸역 바르는 나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정작 고급 아이크림은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유통기한을 넘겨서 버리게 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샘플과 체험 딜의 상품들은 공짜라는 이면에 나의 시간과 기회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공간까지 말이다.
습관적으로 샘플을 받거나 혹은 공짜라면 받게 되는 습관을 조심해야 한다. 세상엔 공짜란 없다. 공짜 물건을 받았다면 내가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된다. 강압적이지는 않지만, 설문지를 작성하거나후기를 작성하는 등 대가를지불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래서 필요치 않은 물건을 미안한 마음에 덜컥 사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공짜 상품 이면에는 불필요한 것을 하게 만드는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공짜 물건을 얻어 잘 쓰면 모를까 받아와서 보면 허접하거나,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도 아니다. 괜한 욕심에 버리지도 못할 쓰레기만 하나 더 늘린 것이다.
거절을 못하고 착하고 우유부단할수록 공짜 물건은 집안에 쌓이게 된다. 집 안을 둘러보았을 때 공짜라고 무턱대고 받아 놓은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자. 이 물건을 내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젠가 쓰게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받아온 공짜 물건은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공짜로 받아오는 물건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받아올 수 있을까? 그럴만한 공짜 물건은 없다. 치명적인 샘플의 유혹에 실컷 놀아나 봤으니 이제는 샘플을 단호하게 눈질끈 감고 거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