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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Nov 22. 2020

지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2

나의 친환경 제품 사용기

지난 3월 <지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써본 친환경 제품 사용기를 남긴다. 브리타 정수기를 사고, 텀블러를 쓰면서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내가 이렇게 조금씩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의심이 있었지만, 이 지구에는 불완전하고 사소한 실천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자, 그럼 8개월 동안의 성공과 실패를 정리해본다.


1

브리타 정수기는 잘 쓰고 있다. 물맛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이제는 물도 맛있다. (친구는 브리타 정수기로 바꾸고 나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물을 더 많이 마셔서 좋다고 했다.) 페트병 분리수거에서 해방되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필터'다. 브리타 정수기의 필터는 겉보기에는 플라스틱인데, 그 안에 당연하게도 필터 기능을 하는 무언가(?)가 들어 있어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서 버릴 수 없다. 한 달에 한번 버려야 하는 필터를 그냥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려 배출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브리타에서 직접 필터를 수거해서 재활용한다고 한다. 미국, 유럽처럼 필터를 재활용 수거해달라고 요청하는 '브리타 어택' 운동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 쓴 필터를 모아서 브리타 회사에 보내고, 서명을 받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 브리타를 사용하는 분들은 참여해보면 좋겠다.

필터는 브리타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는데,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개당 가격이 5,800원 정도다.



2

고체 샴푸로 욕실에서 플라스틱 줄이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처음에는 기존에 쓰던 일반 샴푸와 큰 차이가 없어서 잘 썼다. 나는 마트에서 세일하는 아무 샴푸나 써도 트러블이 없었는데, 고체 샴푸를 쓴 지 몇 주 지나자 머리 가려움증이 시작되고, 비듬이 생겼다. 잘 쓰고 있다는 후기가 많은, 가장 유명한 동구밭 제품인데도 나와는 맞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일반 액체 샴푸로 다시 돌아갔는데, 다른 제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저렴하고 성능이 좋다는 도브 뷰티바를 추천하는 블로그 글들을 많이 읽어서, '안친환경 제품'을 다 쓰면 낱개로 하나만 사서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에 비해 동구밭 설거지 비누는 매우 잘 쓰고 있다. 선물 받은 제품들을 다 쓰고 재구입해서 쓰고 있다. 세정력은 기존에 쓰던 액체 세제에 비하면 약하긴 하다. 기름이 잔뜩 낀 접시는 두 번 닦아야 하는 정도의 번거로움이 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고체 샴푸, 고체 세정제를 쓰면서 알게 된 건 '비누망'의 편리함이다. 꼭 머리를 감을 때가 아니더라도 손 씻을 때도 비누망이 있으면 거품이 잔뜩 묻어나서 편리하다. 핸드워시도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을 다 쓰면, 비누망에 비누를 넣어 쓸 생각이다.

동구밭 설거지 비누는 150g 작은 사이즈가 6천 원(배송비 제외)에 판매되고 있다. 다음에는 500g짜리 큰 비누를 사서 잘라 쓰려고 한다. 가격은 14,000원(배송비 제외).


3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쓰고 있다. 칫솔모는 똑같지만, 나머지 대(?) 부분이 나무인 제품으로 '닥터 노아' 브랜드에서 구입했다. 10개 들이를 사는 게 가장 가성비가 좋아서 10개를 한 번에 주문했는데, 모두 하나하나 종이 박스에 넣어져서 와서 조금 아쉬웠다. 포장을 좀 더 간소하게 하면 좋을 텐데. 입 안에서 나무 맛이 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이 브랜드 제품의 특성인데 칫솔모가 좀 길고 넓적한 편이라 입안까지 잘 닦기가 어렵다. 다음에 구입할 때는 칫솔모가 더 작은 제품으로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나는 욕실에서 아래 사진에 있는 디자인의 칫솔 스탠드를 쓰는데, 물기가 나무 칫솔 손잡이 아래로 쏠려서 지저분 해진다. 나무 칫솔은 벽에 거치하는 형태로 건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우선 칫솔 스탠드 위에 칫솔을 일자로 눕혀 놓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

대나무 칫솔은 여러 브랜드에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개당 800~1,000원 정도다.  


 

4

마켓컬리나 쓱배송, 쿠팡 배송 등으로 식재료를 사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특히 많이 배송을 시켰는데, 한번 시킬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포장재를 버리러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요즘은 웬만한 장보기는 동네 마트에서 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자주 주문하는 마켓컬리는 친환경 포장재로 배송이 오지만, 어쨌든 부피가 큰 쓰레기가 한꺼번에 잔뜩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11월, 이번 달에는 한 번도 식재료 배송 주문을 하지 않았다. 커다란 택배 박스가 없으면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 가뿐하다.


최근 호프 자런의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tory of more인데 책을 통해 저자는 계속 묻는다. 우리에게 정말 이만큼이 필요한지. 특히 미국을 포함한 OECD 국가의 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를 조금씩만 포기해도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저자는 덜 사고, 덜 쓰고, 덜 먹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아주 작은 행동도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는 격려이기도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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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_ju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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