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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Aug 03. 2022

전주, 자전거로 달리다

지난 글에서 자전거 수업 수강생들과의 중랑천 라이딩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마지막 수업의 하이라이트 중랑천 라이딩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탈 줄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초보 동지 라이더들과 같이 하진 못했지만, 뭐 어떤가. 혼자서도 매일 중랑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자 매일 타고 싶어졌다.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저녁 산책 삼아 나가고... 장 보러 간다고 나가고... 바람 쐬러 나가고... 이웃 동네에 사는 친구를 초대해서 나가고... 날씨가 좋았던 올해 봄에 중랑천을 마음껏 달렸다. 이제 어엿한 '라이더'가 된 것이다.


6월에 떠난 전주 여행에서도 자전거를 놓지 않았다. 전주에서 묵은 호텔에서는 투숙객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줬다. 앞에 바구니도 있는 제법 귀여운 자전거와 안전을 위한 헬멧과 자전거 자물쇠까지. 내가 기대했던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험'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우선 전주 시청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서 전주 남부시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유럽처럼 조각조각 난 돌로 깔린 길로 가느라 엉덩이가 꽤 아팠다. 남부시장에 도착해 조점례 피순대에서 순댓국을 아침으로 먹고 나서, 전주천을 향해 갔다. 전주천으로 내려가면, 중랑천처럼 전주천변에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라 날씨가 생각보다 덥고, 전주천 자전거 도로에는 공사 중인 구간이 많았지만, '여행 와서 자전거 타는 기쁨'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영화의 거리' 쯤에 도착해서는 다시 시내 구간으로 들어가 커피숍을 찾아 한국인의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열을 식혔다.


Photo by Minku Kang on Unsplash


호텔에 자전거가 없으면 전주에서는 자전거를 타기 어려울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궁금해진 나는 전주 공영 자전거를 찾아봤다. 전주 공영 자전거는 '꽃싱이'이다. 화제의 공영 자전거, 대전의 '타슈'와 광주의 '타랑께'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이름이다. 한옥마을 근처 대여소에서 천원이면 빌릴 수 있다고 하니 전주에서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단 한번 여행 가서 자전거를 타보고 흥분한 사람으로부터...


요즘은 자전거 타기가 재밌어서 매일 타지만, 이 마음도 사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좋아하는 마음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좋아할 때 마음껏 좋아하고 이 마음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아파트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내 자전거 주변 자전거들은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어 최소 1년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타고 있는 내 자전거도 동생이 나에게 물려주기(?) 전까지 1년이 넘게 주차장에서 먼지만 맞고 있었으니까. 언젠간 내 자전거도 그렇게 잊힐지 모르지만, 이 비가 그치면 다시 자전거를 타러 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부산 해운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


유튜브 채널 <하늬모하늬>



 전주 베스트웨스턴 호텔 : 전주 시청 근처에 위치해 있는 새로 생긴 호텔. 작지만 깨끗하고 합리적인 가격이라 추천할만하다.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맡기면 자전거 대여가 무료.

 전주 공영 자전거 '꽃싱이' 대여소 정보 : https://www.jeonju.go.kr/index.9is?contentUid=9be517a74f8dee91014f95e706fe16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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