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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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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Mar 02. 2023

왜 마파두부인가?

다들 알겠지만, 사람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며 멋이 살짝 없어진다. 혹여나 내 마음이 다 와닿지 않을까 봐(역시 알겠지만, 대부분 그러기란 불가능하다.) 입가에 거품이 생기도록 불필요한 말들까지 다 쏟아내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묻지도 않은 연도부터 불러내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2018년 여름, 친구 L과 나는 청두로 여행을 떠났다. L은 청두 여행을 가봤던 경험이 있었고, 나는 처음이었다. 청두에 간 건 다 판다 때문이었다. 나는 판다가 항상 좋았다. 귀엽고, 뒹굴거리기만 하고, 쓸모 있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 평화로운 동물. 청두는 그 동물의 고향이고, 중국은 어딜 가든 음식이 맛있는 여행지인데 음식으로 유명한 사천성이라면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중국 청두는 청도, 칭따오와 헷갈리는 지명인데, 사천성에 있고, 영화 ‘호우시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아름다운 도시다.


정우성 씨가 서있으니 더 아름다워 보인다, 영화 <호우시절>


여행을 떠나기 전, 청두가 나오는 영상들을 찾아봤다. 그때, 나의 마음을 흔든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 (물론, 백종원 씨의 음식 영상은 거의 내 마음을 흔든다.) 백종원 씨가 직접 중국 청두에 가서 온갖 음식들을 맛보는 황홀한 프로그램이었다. 그중에서도 백종원 씨가 ‘진마파두부’ 가게에서 마파두부를 입에 넣을 때… 결심했다. 저곳으로 간다. 친구 L은 나와 함께 식도락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쿵작이 잘 맞았다. 우리는 몇 가지 음식을 ‘투두리스트’에 넣었다. 백종원의 마파두부, 이연복 부자가 갔다던 국숫집… 그중 일 순위는 단연 백종원 씨가 갔던 <진마파두부>였다.


출처 :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https://youtu.be/XPGETXU6mXc)


진마파두부는 오래된 맛집은 허름하다는 나의 편견을 부수며 등장한다. 이렇게까지 화려해도 되나 싶은 외양의 2층 가게는 넓고, 깨끗하고, 휘황찬란하다. 우린 2층에 앉으면서도, 잘못 찾아온 건 아닐지 의심했다. 여러 번 중국 여행을 오면서도, 우리 둘은 중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데… 그나마 여러 앱과 중국 사람들의 친절에 기대 다닐 수 있었다. 진마파두부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파두부와 맥주를 주문했다. 중국 사람들은 뭐든 마실건 무조건 차갑게 먹는 우리와 다르게 상온의 맥주를 의심 없이 내어준다. 꼭 차가운 맥주로 달라고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아무튼, 맥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진마파두부의 마파두부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마파두부와는 완전히 맛이 달랐다.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자극적인 맛이면서도,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맛이 동시에 있었다. 떡볶이도 매워서 못 먹는 나지만, 마라맛이 강한 마파두부는 맵게 느껴지지 않았다. 흰쌀밥과 마파두부만 있다면 몇 그릇이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맛이…? 괜히 사천성이 요리로 유명한 게 아니구나... 역시 백종원 씨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맹목적 믿음까지 생겼다.



청두에 도착하자마자 진마파두부를 한 입 떠 넣은 그 순간, 우리는 사천요리의 숭배자들이 되었다. 사천의 훠궈, 사천의 국수, 사천의 디저트… 그 무엇도 허투루 먹지 않으려고 애썼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다른 가게에 들러 마파두부를 한번 더 먹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애초에 판다를 보러 갔다는 사실은 거의 잊을 정도였다. (판다를 보러 간 날, 비가 부슬부슬 내려 아쉬웠다. 역시 판다는 귀여웠지만...) 돌아와서도 판다보다는 마파두부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여행은 어땠어? 그런데 마파두부가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묻지도 않은 말을 시작할 때 말이 길어진다. 이렇게 순조롭게 마파두부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역시 그 누구도 요청하지 않은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름하야, 마파두부 로드… 한국의 ‘진짜’ 사천식 마파두부를 찾아 나선 것이다. 다음 편부터는 그 여정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매거진 <마파두부>는 그 가게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아카이브가 될지도 모르겠다.



진마파두부 

陈麻婆豆腐老店

197 Xiyulong St, Luomashi, Qingyang District, Chengdu, Sichuan,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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