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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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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정 Apr 06. 2023

사대문 사거리에 모일 수 없다면, <사가식탁>

오늘은 친구들 이야기다. 어쩌다 보니 몇 명 있지도 않은 친구들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데, 이건 다 마파두부 때문이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혼자 일본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이야기라면, 몇 번이고 얼마든지 친구들 없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건 중국 음식이다. 중국 음식은 기본적으로 혼자 먹는다는 걸 납득하지 않고 시작하는 음식이다. 중국 여행을 갈 때마다 가장 부러웠던 장면은 식당의 큰 테이블에 열명쯤 둘러앉아 음식을 넉넉하게 시켜서 이것저것 나눠먹는 모습이었다. 중국 음식을 먹을 때는 둘도 명백하게 부족하고, 함께 나눌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도 음식은 나은 편이다. 둘이서라도 먹을 수는 있으니까. 코로나가 오기 전 중국의 게임 마작도 배웠는데, 마작의 어려운 점은 복잡한 룰을 익히는 게 아니라 '4명'을 모으는 일이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 마작을 못 해 본 지... 얼마나 됐더라...)


혼자서도 문제 없는 '고독한 미식가'


나의 회사 생활은 광화문에서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학 친구들 N, S도 종로, 서대문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야근도 잦고, 바빴지만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저녁 늦게라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종로, 광화문, 인사동... 어디에서든. 우리는 그때를 '광화문 호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고통과 고난은 이미 잊혀 희미해지고, 우리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던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우리는 모두 그때의 그 회사를 하나둘씩 떠났고,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를 반복해 지금의 지형에 이르렀다. 지금의 지형은, 서울의 중심을 두고 아주 넓게 삼각형으로 분포되어 있는 '절대 즉흥적으로 만날 수 없는 거리'의 트라이앵글이다. 한 명은 노원구, 한 명은 용인시 수지구, 한 명은 마포구에 살고 있다. 20대부터 주문처럼 외웠던 '언젠가... 사대문 사거리 내에서 모여 살자.'는 약속과는 아직 기약이 없는 거리다. 그래도 나를 뺀 두 명이 드라이버가 되면서, 극단적인 분포를 극복하며 서로의 집에서 만나곤 한다.


이 트라이앵글 중 한 꼭짓점인 용인시 수지구에 방문했던 때의 일이다. N은 우리를 이 집에 초대하기 위해, 한번 미리 방문을 해봤을 뿐만 아니라 예약도 해두었다. 바로 '사가식탁'이라는 중국요릿집이다. 서로에게 놀랄만한 마파두부 맛집을 소개하는 건 우리가 공유하는 기쁨이기 때문에, N은 흥분했고 우리도 기대가 됐다. 사가식탁은 쉽게 방문할 수 없는 곳이다. 아파트 상가 건물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사가식탁은 월~토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까지만 문을 열고,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특히 '마파두부'같은 요리는 당일 주문할 수 없어, 별도 예약도 필요하다. 평일에 서울에 있는 직장을 가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오직 토요일 점심 밖에는 방문의 기회가 없다. 우리는 이 모든 걸 준비한 지역 주민 찬스로 토요일 점심, 사가식탁을 방문했다.


© 마파두부 매거진


사가식탁의 마파두부는 N이 예고한 대로, 된장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 편안한 맛이었다. 하지만 정통 마라맛도 놓치지 않아서 끝없이 밥이랑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파두부뿐 아니라, 함께 시킨 다른 요리들도 고루 맛있었다. 중국 '가정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음식도 맛있고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재방문하기 대단히 어려운 위치와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N은 곧 용인시를 떠나 서울로 이사를 온다. 우리 셋은 N이 이사 갈 새 집도 함께 둘러봤다. N의 새 집은 셋 중 사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좋아, 이렇게 점점 거리를 좁혀 나가자! 한 아파트에 산다는 아이유, 유인나씨의 관계처럼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 모여 살고 싶다. 언제든 함께 중국 음식을… 마파두부를 먹을 수 있게.



사가식탁

- 마라도우푸 18,000원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76번길 26-3 드림타워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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