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사이비 신도 따라가 본 이야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다. 지나친 호기심은 종종 위험을 동반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바뀌기 어려운 특성이라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앞으로 할 이야기에 대한 앞선 변명이다.
대학시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벌써 수년 전. 수강신청을 실패해서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빼곡하게 수업을 듣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지친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사람이 다가왔다. "지하철역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마침 가는 길이라 같이 가기로 했다. 지금의 나라면 어색해서 먼저 길을 알려주고 잠깐 기다렸다가 떨어져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지금보다 깨나 인간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사람과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15분쯤 함께 걸었다.
커다란 도면통을 메고 있던 그는 우리 학교 건축학과 학생이라고 했다. "와. 저는 다시 태어나면 건축학과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정말요? 건축학과 별로 재미없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학과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헤어질 때는 고마우니 나중에 밥이라도 사겠다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할 호감 같은 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 더 의심 없이, 이렇게도 친구가 될 수 있구나 신기해하며 카톡 아이디를 등록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수상한 점 투성이인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원래 카톡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카톡으로 긴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학식이나 같이 먹을 정도로 생각했지만 공교롭게도 겹치는 공강 시간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며칠 후 학교가 아닌 교대역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갑자기 교대에서?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 다음에 봐요'했던 인사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그때의 나는 필요한 거절에 적당한 핑계를 대는 노련함이라곤 없었다. (지금도 없다.) '네, 토요일 2시 교대역 그 카페에서 봐요' 그렇게 답할 뿐.
만나기로 약속한 날 하루 전에 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는 혹시 친구랑 같이 나가도 괜찮냐고 물었다. 친구요? 아직 우리도 친구가 안 된 것 같은데요.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데이트처럼 여겨질까 봐 불편했는데 친구랑 함께 나오면 정말 편하게 놀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이 흐른 것이다. 낯선 사람의 과한 호의. 그때도 이미 과하다는 느낌은 받고 있었다. 다소 의문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별 의심은 안 했다. (도대체 왜…?)
그리고 토요일이 됐다. 정시에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기다림 없이 책을 읽는데 한 10분쯤 지났을까. 서둘러 왔는지 그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를 불렀다. '미안해요'가 첫마디였다. 옆에는 그가 말한 친구가 있었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본인의 등보다 훨씬 큰 검은 백팩을 메고 있었다. 아이보리색 셔츠에 검은 바지 그리고 커다란 백팩. 흡사 몰몬교 신도가 생각나는 옷차림이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나는 무려 3시간 동안 그들과 '진리'에 관한 탐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