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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비또바 Jul 01. 2021

요즘 비가 왜 이럴까

체험 기후변화의 현장

 퇴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를 뺀 삶의 루틴을 만들어나가며 새로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낮에는 집에서 어떤 소음이 들리는지, H사 택배 기사님은 항상 몇 시에 방문하는지, 양배추 삼천 원, 오이 이천 원 하는 시장의 물가라거나 우리 동네의 도서 상호대차 서비스가 꽤 잘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도.


 또 하나는 날씨다. 집에 있지만 밖에서 일을 할 때보다 하늘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요즘은 비 오는 날이 부쩍 잦은데 퇴사자는 비가 와도 끄떡없다. 밖에 나가지 않아서 젖은 신발로 꿉꿉하게 걸어 다닐 일도, 여기저기 사과를 돌리며 촬영을 취소해야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적당히 낮은 조도에 추적이는 빗소리를 백색 소음 삼아 집에서 뒹굴기 최적의 날을 보낼 수 있다.


 창문 아래에 상을 펴고 앉아 글을 쓰는데 어깨로 빗방울이 톡톡 떨어졌다. 내 방에는 바닥에 누워서도 밖이 훤히 보이는 큰 창이 있다. 창을 통해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밝았고 뿌연 구름이 얕게 깔린 정도였다. 뭐지? 비였나? 그런 날이 거듭 반복됐다. 뜨거운 여름날이다가도 갑자기 요란한 소나기로 잠깐 시원해졌다가 다시 더워지는 양상의 반복. 천둥이나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도 잦았다. 지난 5월은 한 달 내내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렸다니, 한반도에도 고온 다습한 아열대 기후가 찾아온 걸까.


 어려운 설명은 제트기류부터 시작한다. 제트기류는 해면으로부터 10km 상공쯤에서 매우 빠르게 흐르는 공기다. 북반구와 남반구에는 각각 극제트기류와 아열대 제트기류가 있는데 이는 원래 각각 찬 공기를 극지방에 묶어두고 더운 공기를 열대에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흐름의 기복이 생겨서 찬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운반된다.


 최근에는 일시적으로 북극의 기온이 오르며 북반구의 극제트기류가 약해졌다고 한다. 북극 주변을 돌던 제트 기류가 러시아의 우랄산맥 부근에서 고기압과 만나 흐름이 막힌 것이다. 이로 인해 차고 건조한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기 쉬워졌다. 거기에 한반도의 여름 날씨를 좌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확장하면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었다. 그렇게 차고 건조한 공기와 고온 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니 대기가 더욱 불안정할 수밖에. 성질 다른  친구가 평소보다 자주, 크게 부딪혔으니 누구 하나 눈물 왕창 뽑는  이상할 일도 아니다. 요즘 비가 이렇게 내리는 이유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친구가 부딪히길 자꾸만 부추기는 녀석이 있다. 북극의 기온이 오르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큰 맥락에서 보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라는 것이 핵심이다. 무수히 많이 들어왔던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를 체감하는 일이 점점 잦다. 퇴사하고 집에서 뒹구는 한량에게 별안간 근심이 하나 늘었다. 내 앞길도 앞길이지만, 어떡하지 지구? 너무 커다란 문제 앞에서 나의 어떤 행동도 무력해 보인다. 그래서 쉽게 무기력에 빠지곤 하지만, 일단 전원 버튼을 눌러 에어컨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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