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바닷가를 느긋하게 거닐어 볼까요
수륙해안산책로는 4.3km 정도로 걷기에는 약간 멀게 느껴질 수 있는 곳이지만, 15분에서 20분 정도 걸어 가면 나오는 통영공설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습니다.
이 산책로를 수륙터라고도 부르는데, 통영 사람들에게는 수륙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곳입니다.
세계해전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는 그 유명한 한산대첩의 주 무대가 바로 이 곳이었습니다. 보통 한산대첩이니까 한산도 앞바다라고 알고 계시죠? 한산도를 바로 마주 보는 해변이 이 수륙해안산책로입니다. 그러니까 한산대첩은 한산도와 이 산책로 사이에 펼쳐진 바다 사이에서 이뤄졌던 것이죠. 수륙터는 그 당시에 희생된 영령의 넋을 기리던 수륙제라고 하는 제사를 지내던 곳(터)이라는 뜻입니다.
낮에 맑을 때 가서 푸른 바다를 보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름밤,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를 느끼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가 막 지고 어둑어둑해 질 때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어 가면 도착하는 바위 위로 별이 쏟아지고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 조용한 순간의 정적은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풍경입니다. 혹시 밤에 산책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
마리나리조트 건물 뒷편으로 오면 잘 포장된 산책로 입구가 나옵니다. 이 곳은 도남동 방면 버스의 종점에서 걸어 올 수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오기에도 괜찮은 곳입니다.
산책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굴곡이 없는 평지로 누구나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없습니다. 꼭 끝까지 갈 필요도 없고 발길 닿는 곳까지, 말 그대로 산책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통영 공설해수욕장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라 해수욕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오셨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긴 어디까지나 해안산책로라고 생각하고 와야 좋습니다.
해수욕은 글쎄요. 통영의 바다는 바라 보기 참 좋은 곳인데 수영을 즐기기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샤워시설 같은 것도 절 갖춰져 있고 근처에 펜션이나 민박도 많아서 즐기기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
수륙마을 건물들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산책로 중간 중간엔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 되어 있어서 걷다가 중간 중간 쉬면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침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 앞을 지나갑니다.
낚시 공원이라고 하는데, 낚시를 하는 사람은 보질 못 했습니다. 입장료가 따로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땐 등나무 꽃이 한창이던 때라서 벤치 가득 꽃이 흩날리며 꽃융단이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정말 각별한 풍경이었죠...
이렇게 생긴 바위를 만나면 이제 수륙터의 거의 마지막 장소에 도착해 간다는 뜻입니다.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죠.
특히 이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주는 풍경은 밤이 되면 별들과 함께 어우러져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침 요트가 마을 쪽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걸어 오면 거의 한 시간 정도 됩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정이 있거나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중간 정도까지만 즐기셔도괜찮습니다. 산책은 즐거운만큼 즐기는 그런 거니까요.
한여름 밤의 산책. 떠날 준비 되셨나요?
수륙해안산책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