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관문은 밤에 문을 열어준다는 뜻이 아니다
야관문은 비수리라고 하는 약초로, 말려서 빗자루나 먼지털이 등으로 사용하던 풀입니다.
표지 배경의 풀이 비수리입니다.
사실 아는 사람만 알고, 그리 주목 받지 못 하던 약초 중 하나였는데요...
삼시세끼에서는 '밤의 문을 열어 준다고 해서 야관문'이라고 부른다는 말이 나온 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일부 연구 논문들에서도 이런 속설들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스토리텔링으로 치면 최상급 표현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호기심이 생길만한 네이밍 센스입니다.
봉초(封草), 폐문초(閉門草), 백관문초(白關門草) 등의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원래 관문의 역할은 '막는 것'에 있습니다. 삼국지에 보면 관우가 5관을 돌파한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죠. 관우가 자긴 이 곳을 지나가겠다고 그렇게 하는데 그걸 못 가게 막는게 관문의 역할입니다. 봉초라는 이름이나 폐문초라는 이름은 더 직접적이죠. 봉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말하고 폐문 역시 문을 닫는다는 뜻이니까요.
관(關)이라는 글자의 뜻을 찾아 봐도 '연다'는 뜻은 발견하기 어려울 겁니다. 관은 문을 닫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약초가 노인성 요실금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밤에 소변을 보게 되는 것을 치료해 주었기 때문에 밤에 소변이 나오는 문을 걸어 잠그게 해주는 풀이라는 의미로 야관문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근거 없이 야관문을 밤에 문을 열어준다는 뜻이라고 정력제에 참 좋은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판매하면서 원래의 뜻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사실 야관문의 다른 이름 중 하나로 야합초(夜合草)라는 이름도 있는데, 밤에 합방을 하게 해주는 풀이란 의미라서 오히려 이쪽이 그런 효능을 알려주는 이름입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관문은 혈관내피세포 의존성 혈관이완 작용을 가지고 있고 음경해면체를 이완시켜 발기를 도와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부에서는 달여 먹으면 안 되고 반드시 술로 담궈야 효과가 난다고 해서 야관문주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연구 결과들을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주장들과는 달리 알콜 추출물이나 물 추출물 모두 혈관이완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기와 관련된 경로 모두에 대해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NO/cGMP 경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경로 자체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알려진 비아그라의 작용 경로지만, 비아그라의 중요한 기전 중 하나인 PDE5 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는 상태기 때문에, 발기지속 시간 등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 외에도 최근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항산화효과, 항염증효과, 당뇨 및 대사장애증후군의 개선 효과 등이 연구되고 있고, 그 외에도 다른 이름으로 알려진 천리광(千里光, 얼굴에서 빛이 난다)에 착안해서 미백 효과나 광노화 개선 효과 등도 연구 되고 있습니다.
한약의 효과는 단일성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몸에 좋다고 하는 약초가 있으면 먹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경우, 어떤 조건에서 뭘 좋게 하는 지 확인을 하고 드시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쉽게 예로 들어 보면 인삼이 몸에 참 좋다고 하는데 정작 인삼 먹고 효능 보신 분들이 그리 많진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잘 맞는 사람들은 인삼을 먹으면 체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에 따라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로 열이 올라오는 느낌과 식은 땀이 나는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건이 중요합니다. 비싼 돈을 들여 산 약초가 그저 풀뿌리나 독이 되어서야 곤란하니까요.
한의학의 기본은 '과한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해준다'입니다. 그래서 그저 몸에 좋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먹을 경우 좋아지는 것은 대개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좋은 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정력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굉장히 폭넓은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기 때문에 야관문을 먹는다고 체력이 향상된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또 발기부전의 이유도 상당히 다양할 뿐 아니라 피로, 스트레스, 심리적 요인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및 기립성저혈압, 어지럼증 등이 있는 경우 야관문은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고문헌
박선영 등. 야관문(夜關門)이 토끼의 혈관과 음경해면체 수축에 미치는 영향.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3. 27(6):809-17.
정영호 등. 야관문 (Lespedezea cuneata G. Don) 추출물이 토끼 음경해면체 평활근에 미치는 생리활성. 농업과학연구 2005. 32(1):63-70
이준경. 야관문의 NO/cGMP계를 경유한 혈관이완효과. 원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