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이의 장수 비결
세계여행의 시작은 일본의 도쿄에서 1000km 떨어져 있는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시작했다. 오가사와라에 가기 위해서는 도쿄에서 24시간 동안 배를 타야지만 갈 수 있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오가사와라에서 거북이 등닦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오가사와라 마린센터에서 한달간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에 나는 대상포진약, 허리통증약, 우울증약을 복용했다. 거기에 면역력을 위한 비타민 복용과 하루에 두번 대상포진 연고도 발라야 했다. 이런 것들을 챙기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생각한것 보다 봉사활동의 강도가 강했기에 체력적으로 참 힘들었다.
봉사활동을 하는 한달이라는 기간 중 유독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있었다. 와노보노와 대판 싸운 날이다. 늘 그렇듯 연인사이에서의 싸움은 대부분 별것 아닌 일이다. 변명을 하자면 그 당시 나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신체적인 통증도 물론이거니와 단체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 하는 정신적 에너지 소모 등... 거기에 와노보노와의 작은 다툼은 나를 폭발하게 했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이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혼자의 시간을 보내던 중 거북이를 보며 '나는 지금 당장 죽고 싶어 하는데 거북이는 장수를 하는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의 장수비결이 궁금해져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죽고싶어 하면서도 살고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나보다.
거북이 하면 느림보의 대명사이다. 이 '느림'이 거북이의 장수 비결 중 하나다. 반대로 민첩하여 빨리빨리 움직이는 쥐는 포유동물 중 수명이 2-3년 정도로 가장 짧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7년을 빨리빨리 살았다. 인생에서 가장 쥐처럼 움직였던 시간이었다. 일도 빨리빨리, 밥도 빨리빨리, 출퇴근도 빨리빨리... 이러다 정말 빨리 죽겠다 싶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집합시간 8시를 절대 늦기 싫어 이 곳에서 까지 아침마다 빨리빨리 습관은 남아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좀 늦어도 괜찮은데 말이다.
내가 거북이를 직접 돌보면서 느낀 장수의 비결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강한 멘탈'이라고 생각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키로'라고 하는 거북이의 다리 상처를 치료해준 적이 종종 있었는데 확실히 개, 고양이와는 반응이 달랐다.
개, 고양이의 경우 키로 정도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엄청 싫어하고 격하게 움직여서 꼭 잡고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북이는 달랐다. 아주 협조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격하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사람을 물려고 하는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싫다는 최대의 표현은 그냥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것 뿐이었다. '키로'정도의 거북이가 제대로 힘을 쓴다면 사람이 제압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힘이 있어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키로가 너무 고맙고 멋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항상 있길 마련이다.
예민한 개, 고양이 처럼 소리지르거나 공격을 할 수도 있고 거북이 처럼 그냥 천천히 피해버릴 수도 있다.
같은 환경이라도 대하는 반응이 다른 것이다. 이 반응은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거북이의 '느림'과 '강한 멘탈'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아! 내가 닮고 싶은 동물은 '바다거북이'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