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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작가 Oct 27. 2023

발리 '신혼여행' 말고 '배낭여행'

가성비 엄청 따지는 커플의 발리 배낭여행기

2023년 7월 4일 시작된 세계여행. 그 첫 번째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약 40일 정도의 시간을 보냈고 그중 한 달은 오가사와라 마린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1주간의 짧은 재정비를 마치고 우리는 쉴 틈 없이 다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세계여행의 시작이 '오가사와라에서 거북이 등닦이 봉사활동'으로 출발했었다면 두 번째는 '발리에서 2주간 서핑 배우기'로 시작되었다. 어쩌다 보니 내 버킷리스트 대로 여행이 진행되고 있다.


발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흔한 이미지는 '신혼여행'이다.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맛있는 동남아 음식들을 먹고 신선한 과일도 실컷 먹고 리조트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그런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 여행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세계여행자의 신분이다. 우리의 발리 여행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우선 숙소부터 그런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머물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싼 숙소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성비 숙소'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총 18박 19일을 지내며 가장 가성비 좋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숙소는 우붓에서 3박을 머문 곳이다.


심지어 꾸따에서 우붓으로 이동할 때 우리는 대중교통으로 버스를 이용했다. 편하게 택시를 타면 약 3만 원 돈이 나가고 좀 고생하더라도 버스를 타면 2천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전혀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선택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내려 우붓 숙소를 향해 걸어간다. 숙소로 걸어가는 길은 주위에 논과 밭이 있는 시골동네 느낌이다. 그곳에 우리의 '가성비 숙소'가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향하는 길... 주위에 밭이 있는 풍경
조식을 먹는 곳에서 보이는 뷰1 : 논과 밭이 보인다
조식을 먹는 곳에서 보이는 뷰2 : 시력이 좋아지는 느낌

우리 숙소의 장점은 -

1. 맛있는 조식 제공

2. 어디서든 멋진 시골 뷰 감상 가능

3. 작지만 조용하게 물놀이와 태닝을 즐길 수 있음

4.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성비 식당이 있음


  가지 단점은 화장실이다. 방과 화장실의 분리가 완벽하게 되어있지 않은 구조다. 문은 있지만 천장이  뚫려 있어서 소리가  들린다. 조금 민망할  있다. 하지만 샤워를 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서로 이야기를 자유롭게   있다는 장점을 끄집어내어 본다. 에어컨이 없고 작은 개미들이 지나다니기는 하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숙소에서 만나는 작은 개미들은 이제 그냥 숙소의 일부 같다는 느낌이다. , 생각해보니 한가지 단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시골인지라 닭들이 엄청 울어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상하게 아침 일찍이 아니라 자려고 할때 울더라... 그래도 닭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는 일은 없었다.


1박에 약 2만 2천 원에 이 정도 장점을 가진 숙소라니! 우리는 매우 만족했다.


침대 바로 옆에 있는 큰 창문과 뷰가 너무 좋았다. 나무에 있는 꽃과 벌을 볼 수 있다.
체크아웃 전 이 사진 찍는다고 이불정리를 했다.
우리가 3박을 머물렀던 03번 방.
가장 사랑했던 조식 'jaffle'
태닝하며 책 읽는 순간이 행복했다.
작지만 조용하게 즐길 수 있었던 수영장.





발리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미고랭, 나시고랭' 아닐까? 하지만 이제 나에게 발리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나시짬뿌르' 되었다.


나시짬뿌르는 warrung(와룽)이라고 하는 로컬식당에서 먹으면 싸게는 15000루피아( 1,300)  끼니를 먹을  있다. 나시짬뿌르는 밥에 반찬을 고르면 올려주시고 매콤한 삼발소스와 땅콩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이다. 식당마다 삼발소스의 맛이 다른 것을 즐기는  또한 재미다. 발리 가성비 음식은 단연코 '나시짬뿌르'!!!


발리 여행을 하면서 로컬 음식 뿐 아니라 관광지스러운 곳에서도 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심지어 비용도 배로 더 나오는데 맛도 더 없다니? 이상할 노릇이다. 비싸다고 맛있는 것은 아님을 지금도 깨닫는 중이다. 꼭 보면 현지사람들이 많이 먹고 있는 곳이 가장 가성비 좋더라! 혹시나 발리에 여행을 하기 전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하루에 한끼는 나시짬뿌르를 추천한다. 저렴하면서도 반찬도 다양해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가게마다 다른 삼발 맛의 차이도 느껴보자.


어느 와룽식당에서... 사장님이 우리를 신기하게 보셨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세계여행 관련된 책, 블로그, 유튜브를 보는 것이 취미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이 접했다. 특히 런닝 1시간을 하는 내내 세계여행 유튜브를 봤다. 그런데 막상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나니 이런 취미가 싫어졌다. 이상하게 여행을 시작하니 미리 여행지에 대한 사진, 동영상을 보는 게 싫더라. 참고로 나는 영화를 보러 갈 때도 영화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리 어떤 영화인지, 누가 나오는지 등등... 이러한 것들을 알고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스포를 끔찍이도 싫어하나 보다...

(내가 이미 다녀온 여행지를 보는 것은 또 재밌더라? 최근 아재여행이라는 채널에서 발리여행기를 재미있게 봤다)


물론 최소한의 정보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동방법, 비자 등은 참고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정보를 미리 알고 싶지 않다. 아마도 미리 그 영화, 여행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가 매우 유명한 감동이 제작한 영화라고 떠들썩하다는 것을 알고 기대에 부풀어 보러 갔지만 실망감을 안고 극장을 나올 수 있다. 또한 예전부터 흔히 '인도는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이니 혼자 절대 가면 안 된다'라는 말도 많았다. 이 선입견에 휩쓸렸다면 인도라는 매력을 평생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에 너무 기대하거나 실망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입견'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기에 아예 피해버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많은 사람들의 말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100%가 아니기에 한 가지 라도 이런 선입견에 사로잡히는 것이 싫다.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가 있거나 내가 피해를 주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다.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신혼여행지 발리'


발리를 '신혼여행지'라고만 생각했지만 서핑을 배우기 위해 가장 좋은 나라는 또 '발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서핑을 배우기 위해 발리에 왔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발리에서 서핑을 시도한 나는 아직 낫지 않은 허리 통증으로 인해 서핑보드에 일어서보지도 못하고 1시간 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발리는 꼭 신혼여행이 아니라 배낭여행으로도 매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발리에서 2주간 서핑 배우기'라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하지는 못하였지만 '드림랜드비치에서 노을을 보며 서핑 즐기기'라는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건강한 몸으로 발리에 다시 오리라!!!

언젠가 이곳에 노을과 함께 멋지게 서핑하는 나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나에게 발리는 '매일 멋있는 노을을 볼 수 있고 서핑하기 좋은 여행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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