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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작가 Oct 29. 2023

계속 '소비'만 하면서 사는 삶

인도의 길거리 소똥 틈에서 10루피를 줍다

세계여행을 하면 계속해서 '소비'만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딱히 꾸준한 수입원이 없는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돈을 벌고 돈을 써야 한다. 두 가지 행위가 서로 조화로워야 평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돈을 펑펑 쓰기만 해도 안되고 너무 돈을 안 써도 인생이 재미가 없다. 삶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꾸준히 수입을 발생시키고 그 속에서 적당한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따지면 세계여행을 위해 내 몸을 갉아 악착같이 모은 돈을 한 번에 쓰고 있는 내 상황은 과연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물론 세계여행을 위해 나는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리고 목표한 금액을 달성하였고 현재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지속되는 '소비'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적은 금액이라도 헛되게 지출되는 것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위해 3만 바트를 현금으로 준비해야 했다. ATM기계에서 돈을 뽑는데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 나누어 뽑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수수료가 계속 부과되었다. 심지어 수수료는 돈을 인출할 때마다 점점 올라가 약 5만 원 돈을 수수료로 날려먹었다. 외면하려 노력했지만 수수료가 올라갈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도 함께 올라갔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공중으로 5만 원이 분해되어 버리는 그 순간이 참담했다.


또 한 가지 일화는 리시케시에서 발생했다. 우리 숙소 근처에서 람줄라라고 하는 다리가 있는 곳까지 툭툭을 타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어서 나는 적당한 금액을 알고 있었다. 2명이서 20 루피면 충분히 가는 거리다. 미리 내가 흥정을 안 하고 타버린 것이 문제였지만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내려서 당당하게 20루피를 건네었고 가려고 하는 차 툭툭기사는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돈을 더 내라고 했다. 1인당 20루피라고 하면서 더 돈을 내라고 했다. 그 말 자체는 약간 예상을 해서 괜찮았지만 그의 태도가 너무 열이 받았다. 당연하다는 듯 짜증 섞인 표정과 말투로 돈을 뜯어가는 그 모습이 화가 났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 금액 알고 있다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나는 분노에 떨리는 손으로 20루피를 툭툭기사에게 건네고 그 상황을 마무리하였다.


사실 100만 원 돈 하는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이런 의미 없는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나는 '소비만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계여행을 하려고 열심히 돈을 벌고 절약하여 모았다. 돈을 모으는 7-8년의 시간 동안 나를 죽여가면서 벌었기 때문일까? 오직 이 여행만을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을 버텨왔기 때문에 이 돈은 절대 의미 없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것인가?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두 가지이다.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거나
'정신 승리'를 하거나


이 방법 중 고정적인 '수입'을 위한 노력으로 나름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신청하여 블로그를 등록하였다. 그냥 무작정 블로그 글을 쓰면 어느 순간 수입이 창출 되는 줄만 알았으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애드포스트에 신청을 해야 수입이 발생한다. 아직까지 수입이 발생한 적은 없으나 꾸준히 하다 보면 작게나마 나의 '첫 수입'이 발생할 수 있겠지? 뿌듯할 것 같다. 계속 소비만 하는 삶에서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수입자체가 있냐 없냐가 큰 것 같다. 우선 목표는 하루에 라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것! 그다음은 아이스라떼 한잔! 그다음은 우리 칠갑이 한 달 사료값!


하지만 생각보다 이 노력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생각정리를 하며 '정신 승리'도 해본다. 여행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아낄 수 있는 면에서 열심히 아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이 '의미 없는 지출'을 보상하는 또 하나의 '수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지금처럼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면서 여행하자! 아끼는 것도 돈을 버는 거야!'


사실 수입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우리는 치앙마이 한 야시장에서 지폐를 주웠다. 그리고 그 지폐를 야시장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교복을 입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녀에게 주었다. 또 툭툭를 흥정해서 숙소로 향했는데 기사님이 쿨하게 동전을 받지 않으신 적도 있다. 볼트를 기다리는데 길에서 30바트를 동전으로 주운 적도 있었다. 리시케시에서는 길 가다가 소똥 속에 파묻혀 있는 10루피도 주웠다. 내가 소똥 사이에서 10루피를 발견하자 와노보노는 어떻게 그걸 봤냐며 신기해 했다.

수입이 없으니 이러한 일화들이 우리에게는 더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아, 리시케시 거리에서 와노보노가 목걸이도 주워줬는데 상태가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현재도 잘 착용하고 다니는 중이다. 목걸이는 나에게 맞는 길이도 많이 따지는 편인데 어쩜 길이도 딱! 마음에 들었다. 펜던트는 없고 줄만 있어서 50루피에 마음에 드는 펜던트를 발견하여 연결했다. 비록 목걸이 줄과 펜던트의 색은 다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목걸이가 되었다. 악세사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지금까지 살면서 착용해 본 목걸이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인 나만의 목걸이.


수입과 지출이라는 돈의 흐름만 생각하다 가장 중요한 현재의 이 여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글을 남겨본다.


사진으로 보는 행복한 순간은 찰나인 것 같지만 이 기억을 오래오래 기억하면 찰나가 아니게 된다


+ 여행 자금의 일부를 주식에 넣어놨는데... 주식 어플을 지워버려야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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