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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작가 Jan 09. 2025

함께 잠을 자는 사이

현재 잠을 자는 공간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가?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사이란 어떤 관계일까?


가족, 연인, 원나잇 상대?


걱정과 불안으로 똘똘 뭉쳐있는 예민한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이다.




이집트 다합에서 두 달 살 집을 구했다. 이삿날 집 근처에 바닥에서 한 고양이를 만났다. 본능적으로 쭈그려 앉아 인사를 했다. 손길을 피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애교를 퍼붓지는 않는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문을 열자마자 그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마치 이 집이 익숙한 듯 돌아다니며 자리를 잡고 그루밍을 했다. 심지어 그날 함께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떠 고양이를 바라봤다. 가장 취약한 배를 드러내고 자고 있다. 짧은 만남이었는데 이 고양이는 어떻게 나를 믿고 배를 뒤집어 까며 잘 수 있는 거지? 신기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 고양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자기를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다가가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는 고양이도 있다. 참... 사람처럼 성격이 다양한 것이 너무 신기하다.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다가오는 사람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처음 품에 안기고 함께 잠을 자는 사이는 ‘엄마‘다. 기억할 수도 없는 시절부터 가장 많이 함께 잠을 잔 사이. 그렇기에 엄마라는 존재는 나를 절대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 믿음이 있는 존재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그 상처는 상상도 못 할 만큼 클 것이다.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지만 가장 가까우면서 어려운 관계가 ‘가족관계’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이 정점을 찍었을 무렵 나는 부모님을 차단했다. 어쩔 땐 나를 괴롭히던 사람들 보다 더 미웠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심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미성년자일 때 내 기억 속 아빠의 모습은 욱해서 고함을 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상하게 엄청 자상한 아빠로 변했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아빠의 고함의 영향인지 나는 큰 소리에 매우 예민하다. 지금도 큰 소리가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잘 놀란다.


아빠는 다양한 이유로 욱하고 고함을 치며 화를 냈다. 정말 크게 혼나야 하는 상황이면 이해를 했겠지만 지금도 서러움을 느낄 정도로 별것 아닌 것들에 화를 냈다.


자장면을 먹다 아빠에게 튀겼을 때,

치킨을 깨끗하게 발라먹지 않았을 때,

라면을 끓이다 내가 실수로 쏟았을 때,

엄마의 짐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그냥 아빠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모든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아빠의 눈치를 보며 컸다. 시험공부를 하는데 거실에서 아빠의 티비소리가 시끄러워 고민하다 겨우 눈치를 보며 소리 좀 줄여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엄마도 아빠의 눈치를 많이 봤기에 덩달아 아빠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것들에 욱하며 고함치고 화를 내셨다. 왜? 보통 인간은 ‘불안’이 크면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보아도 저런 상황에서 아빠가 불안을 느낄 이유는 모르겠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이해를 할 수 없어 아직도 아빠에 대한 분노가 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남편을 둔 엄마 또한 건강한 정신을 가지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엄마도 걱정과 불안이 참 큰 사람이다. 유전인지 환경 때문인지 나도 걱정과 불안이 크다.


아빠의 욱하는 성격, 엄마의 걱정과 불안, 그 속에서 자란 나.


‘가정’ 하면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이미지는 우리 가정과는 맞지 않았다.


집이 편하지 않았다. 함께 잠을 자는 그 공간이 편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큰 고등학생 때는 가위도 참 많이 눌렸다.

마음도 불편하고 몸도 불편한 곳이 우리 집이었다.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집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어떤 집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떤 사람과 함께 지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매일매일 잠을 자야 한다. 잠을 자는 공간이 편하지 않다면 몸과 정신 모두 악영향을 끼친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편안한 공간에서 편안한 생명체와 함께 매일 잠들고 일어나는 하루하루가 참 쉽지 않구나. 그런 하루하루를 맞이한다면 꼭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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