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방에 있는 '검은 코끼리'를 마주하다
세계여행 다섯 번째 나라는 신혼여행으로 유명한 몰디브이다. 발리에 이어 몰디브까지 남자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으로 오게 되다니! 몰디브를 배낭여행으로 하기 위해서는 로컬섬에서 지내야 한다. 우리는 ‘토두섬’과 ‘마푸시섬’에서 각각 8박을 묵었고 숙박 어플에서 가장 최저가인 숙소를 예약했다. 최저가여도 환경세 포함 1박에 약 7만 원 정도이다.
토두섬의 토두비치에서 바다거북이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길리섬의 트라왕안 터틀스노클링 포인트에서 보다 더 많이 만났다. 심지어 더 이상 거북이를 발견해도 서로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이 봤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거북이 한 마리. 왼쪽 앞다리 없이 헤엄치는 거북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포식자에게 당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찾아보니 대부분 사람이 만든 쓰레기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마푸시섬 코랄 가든 사이트에서는 멋진 산호와 알록다록 많은 물고기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어린아이 드레스가 둥둥 떠있는 것을 보고 차마 그냥 둘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플로깅을 하기로 했고 한가득 쓰레기를 모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바닷속에 쓰레기들이 많았다. 몰디브 바닷속 쓰레기를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것들이 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몰디브는 섬나라다. 어쨌든 로컬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쓰레기는 만들어진다. 이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토두섬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쓰레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쓰레기 활화산 같은 모습이다. 연기가 펄펄 나고 있었는데 눈과 코가 매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몰디브 쓰레기장을 상상해 본 사람이 있을까? 우연히 쓰레기장을 보고 바닷속의 쓰레기를 보니 이상했다. 내 상상 속의 몰디브에 쓰레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저 신혼여행으로 많이들 가는 아름다운 섬나라라는 생각만 했고 그런 아름다운 몰디브만 기대했고 보고 싶었다.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 쓰레기산을 오래 바라보기 힘들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은 찝찝함이 쓰레기 타는 연기가 머리에 배어있듯 나에게 남았다.
몰디브섬의 쓰레기산을 바라보면서 나도 16박 동안 지내며 이 산의 일부분을 만들어내었다는 생각을 하니 불편했다.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면서 지구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인간의 편의와 욕심이 원인이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마음속 방에는 '검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몰디브섬의 쓰레기산을 보고 내 검은 코끼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찝찝한 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바닷속 쓰레기를 주웠다.
무엇인가 알고 싶지 않은 외면하고 싶은 것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알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를.
어떤 진실이던 진실을 왜곡시키거나 덮어버리거나 없애버리는 것은 결국 언젠가 더 큰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elephant in the room 방 안의 코끼리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가리킨다.
black elephant 검은 코끼리
검은 백조 : 백조가 검은색이 될 확률처럼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큰 충격을 주는 것
검은 코끼리 :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사건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며 해결하지 않는 문제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