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 우리 둘만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자주 오가는 동네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며 밤을 맞이한 것은 처음이었다. 산이 보이는 뷰와 한강이 보이는 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나는 당연히 한강이 보이는 뷰를 요청했다. 자연보다 도시가 보이는 풍경이 늘 더 좋다.
불을 끄고 야경을 보며, 아이와 저 수많은 불빛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생명이 태어나고 생명이 죽어가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저 불빛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밤의 도시는 수많은 사연들로 빛나는 우주 같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불빛에서, 다른 별에서 왔지.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 너는 너만의 우주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이렇게 야경이 보이는 곳으로 종종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 , 지금 누군가는 나처럼 이러고 있을까? 라며 괴상한 춤을 춘다.
응. 아니. 오로지 너만 그러고 있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디에도 내 딸과 같은 표정과 몸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을 것 같지 않다. 하긴, 그 누구도 다른 이와 완벽하게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린 모두 다르므로, 우리가 보내는 매 순간도 다를 수밖에.
아이가 문득, 우리 단둘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니.. 평소에도 우리 둘만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았다.
아니.. 지금은 정말 우리 둘만 있잖아. 우리 둘과 창문 너머 야경만 있잖아.
그래 지금 이 순간엔 너와 나, 같은 창문 너머, 같은 마음, 같은 별에서 왔다.
아름다운 야경을 사진을 찍고 보니, 사진에도 잔상처럼 우리 둘의 모습이 두둥실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