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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준 Jan 31. 2023

#39 살아온 날을 돌이켜봐야하는 시간

사회초년생 마케터로 살아남기

새롭게 취직한 외국계 기업에서 수습 기간을 마치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정규직 전환을 실패한 것이냐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전에 퇴사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10월 초에 회사를 다니고 그만두는 1월 중순까지 짧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정리한 회사 중 가장 깔끔하고 마무리를 좋게 한 회사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추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입사하고 싶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럼 왜 그만두게 되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몸이 망가져버렸다. 정신이 망가지니 육체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오고말았다. 처음엔 단순한 증상이겠거니했던게 자주 몸살나게 되고 취미로 하던 보컬레슨도 쉬게 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일어나지 못할정도로 누워만 있었다. 그렇다고 잠은 잤을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피폐함 그 자체였다. 하고있던 강의, 스마트스토어 부업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본업을 겨우겨우 해내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리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알아본 결과 번아웃 4단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일도 겨우겨우 하며 집은 쓰레기장이 되고 취미는 무슨 누워서 숨만 쉬며 살았다.

결국 상반기에 국비지원으로 내기로한 VOD도 못하게 되어서 하반기로 미루고 몸 회복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다시 몸도 나아지고 정신도 좋아져서 활동제개를 준비하고 있지만 회사는 당분간 다니지 않을 것 같다. 25살 남자 나이치고 조금 이른 나이에 취직해서 돌아볼 새 없이 회사만 3번을 옮기고 개인 과외에 온라인 과외, 스마트스토어 등 여러 부업을 하다가 최근에 동생 취업을 알아보는 것과 부모님의 온라인 마케팅까지 신경쓰다가 머리가 터져버린 것이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걸 돌아보지도 않은 체 도피성으로 여행을 가고 돌아와선 다시 일에 매진하는 삶을 살아오는 것을 반복하여 망가진 몸과 정신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고 겸사겸사 살아온 과정에 대해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웃긴건 사회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누구한테 의지하거나 기대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이유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없었는데 무너지니까 내 손은 연락처를 내리고 있더라.. 그리고 가족한텐 차마 연락할 수 없고 그렇다고 맘터놓고 연락할 만한 사람 1명 없다는게 그 순간 절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왔나 현타가 밀려왔다.


다행히도 지금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지금은 어느정도 몸도 회복하고 평상시의 컨디션으로 거의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번아웃 4단계를 한 번 경험한 입장으로써 다음에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조금 바꿔볼 필요는 있었다. 무조건 유망하고 돈 많이 버는 것을 위해 살았다면 지금은 저 2가지 +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고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살아온 날을 되짚어보고 나를 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타인이 보는 나의 성향,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향 그걸 종합적으로 합쳤을 때 비로소 나의 성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향을 아는 것과 별개로 회사를 오래 쉬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고 오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아직 나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마케팅과 SEO는 지금 시대에 있어 너무 이상이었고 그걸 회사에서 이루기란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쌓였던 것이 좌절로 다가왔고 동기부여가 사라지고 돈이라는 동기부여만 남게되면서 삶 자체를 일로 보고 돈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돈이 최고이다 보니, 실력을 쌓아야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선 좀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곧 조바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돈이 최고라고 생각을 하는가? 아직까진 그렇다. 하지만 맹목적이게 바라보고 있진 않게 되었다. 옵션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전부터 다양하게 하고싶었던 오로지 내꺼를 여러가지 준비하고 있고 중간중간 쉬면서 성찰을 하고 이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말 절벽에 서있는 것처럼 살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행복이라는 것을 서서히 다시 되찾아가고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로 23년은 나에게 있어 인생 제 3막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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