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기
첫 회사는 1년 6개월, 두 번째 회사는 10개월. 특히 두 번째 회사는 어쩌면 내 앞으로의 커리어 상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결정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고 후회하지 않는다.
첫 커리어의 시작을 인하우스 데이터 마케터로 경력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넓은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첫 직장에서 생긴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두 번째 회사로 이직을 했고 한 분야를 깊게 보는 시간을 짧게나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0개월로는 해당 분야를 절대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만큼 한 번 더 넓게 보기보단 깊게 볼 수 있는 쪽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다.
피곤하고 과대 노출을 시켜주는 여타 광고와는 다르게 고객이 원하는 정보, 혹은 자료를 명확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따뜻한 알고리즘인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좀 더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왔으며 동시에 SEO와 SEM을 함께 이용하여 첫 직장에서 배운 광고 성과를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닌 어떻게 하면 고객이 제품을 사고 싶게 혹은 살 수 있게 만들까의 관점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에서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시점에 평소 무언가 기록하고 적는 걸 좋아하게 되면서 남긴 링크드인으로 한 헤드헌터 분께 연락이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SEO를 하는 게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 일지 생각을 하고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외국계 회사가 다음 스탭에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상황에서 아는 지인의 피드백을 받으며 Resume를 작성하고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한 것을 기반으로 말하고 또 나름대로 자만하지 않되 내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만큼 서류 합격하고 면접을 볼 때 떨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면접은 좀 달랐다. 현재 회사의 COO분과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외국인이셨다. 읽기는 조금 되지만 말하기나 듣기가 레벨 7중 2 정도인 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힘들어했다. 감사하게도 COO분이 배려를 해주셔서 번역기를 돌리고 직접 채팅까지 쳐주시면서 대화는 조금씩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첫 외국인과의 면접을 통해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건 붙어도 문제다. 붙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COO분께 이런 문장을 적어서 전달드렸다.
"일적으로는 금방 적응하고 잘할 수 있다. 다만 저는 지금 겪으신 것처럼 영어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떨어져도 저는 할 말이 없고 이해합니다."
그러고 나서 기대를 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음날 헤드헌터 분께서 연락을 주시더니 영어 커뮤니케이션 면접으로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한국분으로 2차 면접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뒤에 한국 분과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역시나 모국어일까 질문에 대해서 막힘없이 답변을 전달드리고 궁금한 점 또한 여러 가지로 다 여쭤보면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역시나 지난 일이 생각이 나, "COO분께 들으셨겠지만 전 영어를 못합니다. 이 부분 참고해서 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전달드렸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의 기본적인 소통인 영어를 못하는데 과연 붙을까 의미심장한 상황 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또 며칠이 지났을까 헤드헌터 분께서 연락이 왔다. 면접 봤던 회사에서 SEO 뿐만 아니라 SEM도 같이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인하우스에서 미디어 믹스부터 에이전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직접 성과도 내본 이력도 있고 무엇보다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면서 광고 매체 공부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SEO도 SEM도 무서운 건 없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다. 오히려 SEO와 SEM을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세 번째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내가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전달드리고 면접을 마쳤다. 이걸로 끝났을까? 아니지. 한 번 더 남았다. 이번엔 면접이라기 보단 합격이 거의 확정난 상황에서 SEO 담당자분과 가볍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광고보단 SEO에 대해 그리고 오랜만에 들어본 5년 뒤,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잘 이야기를 마치고 얼마 뒤 Job Offer letter를 받았다.
서명을 하고 10월 4일부로 첫 출근을 하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그 전 주에 COO가 한국에 방문하신다 해서 출근하기 전 주 화요일에 1시간 정도 회의실을 잡아 회사 소개 및 앞으로 함께 지내실 분들과 가벼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직원 세 분이 나가시고 COO분과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은 번역기가 동반되었다. COO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하며 여기는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많이 배우고 실행해보라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나는 가장 궁금했던 점을 여쭤봤다.
"먼저 영어를 못하는데도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한다. 못하는 만큼 영어를 공부한다고 했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를 뽑은 이유를 듣고 싶다."
이에 대한 답변은
영어는 앞으로 회사 들어와서 여러 회의에 참석하고 겪게 되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되고, 면접을 보면서 똑똑하다 생각했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기서 영어도 공부하면서 성장하길 바라고 영어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 영어를 공부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저게 내가 영어를 못함에도 불구하고 뽑히게 된 이유였다. 아마 지금까지 두 번의 회사를 거쳐 세 번째 회사지만 내가 들은 가장 감동적인 말이지 않을까 싶다.
영어 빼곤 자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1년 커리어의 우선순위는 영어 말하기, 듣기로 목표 설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