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카페 포제바리스타/매니저 현) TPZ 포토그래퍼 조용범
팀포지티브제로(TPZ)는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소개하는 매개체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입니다. 셰프, DJ, 바리스타, 미디어 아티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획자가 모여 성수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고 연결합니다. 개개인이 크리에이터인 TPZ 내부 멤버들을 인터뷰하고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용범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TPZ에서 사진 촬영과 라이브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조용범입니다. 매장 공간, 메뉴, 제품 사진 등을 촬영하고 있고, 재즈 타임 인 서울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고 있어요.
Q. TPZ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되셨죠? 어떻게 합류해서 일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요.
이제 3년 정도가 됐어요. 처음에 카페 포제 오픈 당시 매니저이자 현장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전에 수입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전체적인 매장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어요.
2년 정도 카페 포제에서 일하다가 TPZ 법인이 설립되며 본사 사무실이 생기고, 우연히 보직을 옮겨 사진 촬영을 담당하게 됐어요. 이제 사진 촬영을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갑니다.
Q. 우연히 사진 촬영을 시작하게 된 게 신기한데요? 수입사를 다닌 것도 몰랐어요.
영화 연출과를 졸업하고 잠시 연극을 했어요. 당시 광고 촬영 등 현장 스탭 일을 겸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젊은 항해사 시절에 구입하신 캐논 AE-1이라는 필름 카메라를 제가 물려받아 사진을 찍고 있었고요. 외주 작업은 꾸준히 해왔으나 단독으로 컨텐츠 생산에 임하는 것은 TPZ에서가 처음이에요. TPZ에 오기 직전에 이탈리아 가죽제품 수입사에서 매장 관리 및 수입 통관부 과장으로 일했어요. 연극할 당시에 TPZ의 전신이었던 플레이스 사이를 자주 놀러 갔어요. 그게 또 인연이 되어 카페 포제 오픈할 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연극을 하신 것도 몰랐어요. 영화 연출을 공부한 게 현재의 일에도 도움이 되는 게 있나요?
분명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죠. 영화는 특정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당시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으로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알아보게 돼요. 특히 트렌드라는 측면에서는 그 형태만 변화하고, 비슷한 소재들이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는 ‘장면 읽기’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의 도움을 많이 받고, 영화에서는 시대와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영화 연출은 ‘장면'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이라 저는 세상을 장면으로 인식하게 돼요. 장르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순간의 장면을 인식하고, 그 장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요. 그 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는 거니까 저의 인생관을 만드는데도 영화 연출은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장면'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그럼 용범님이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협동이요.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은 장면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 하나를 잘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야 다음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잖아요. 일을 혼자 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거든요. 협동은 인간의 본질이자 핵심가치예요.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발전적인 시스템'을 가진 곳 또는 개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좋은 작품을 양산할 수 있어요.
Q. 말씀하시는 ‘발전적인 시스템'이란 어떤 것일까요?
어떤 일을 하든 자체적으로 설득력 있는 구조를 갖추고, 움직여서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은 도입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가지고 실제로 발전을 이뤘는가는 다른 이야기거든요.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해봤는지가 차이를 만들어요. 어떤 일을 하는 과정이 시스템으로 확립되어 있다면, 당장의 성적이 작아 보일지라도 미래를 바라볼 수 있잖아요. 아이디어와 목표를 실현시키는 것은 결국 반복과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발전적인 시스템이 반복과 습관을 도울 수 있고요.
Q. 그럼 발전적인 용범님만의 습관이 있나요?
운동합니다.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웨이트 운동도 하고, 복싱도 해요. 그리고 등산, 비박, 사진 촬영, 엠비언스 사운드 녹음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합니다. 일은 협동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제가 하는 운동은 혼자서 하는 게 많아요.
비박은 등산을 하거나 야외활동 시에 적당한 지형을 찾아 텐트 없이 자는 건데요, 저도 자주 하지는 않아요. 날씨 좋을 때 가끔 하는데 자연과 온전히 맞닿는 그 세계가 좋습니다. 앰비언스 사운드 녹음은 바닷가나 자연에서 마이크로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고요, 물론 도시의 소리를 작업할 때도 있어요. 영화 연출 전공 친구들과 함께 떠나기도 하지요. 그런 곳에서 영감을 받은 글을 쓰기도 합니다.
Q. 주로 무슨 글을 쓰세요?
시나리오적으로 일상에 대한 장면을 나열해요. 단편적인 클립을 모아놓은 것도 있고, 갑자기 꽂히면 쓰고 그래요.
Q. 비박과 앰비언스 사운드 녹음도 처음 들어봐요. 남들은 안 해봤을 것 같은 용범님만의 경험이 또 있나요?
먼저 떠오르는 건 촬영장이에요. 방송 3사 중 한 곳의 촬영차 스리랑카에 출장 간 적이 있어요. 현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좋았습니다. 홍차밭의 원형 무지개, 해변의 어린아이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것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좋았어요. 다른 촬영장들도 그렇듯, 이건 일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와 시각화에 관한 작업이다 보니 중간중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의 스펙트럼은 오히려 여행보다 강력한 편이에요.
어떤 기회가 들어왔을 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하는 편이에요. 수입사에서 일할 적에는 부산에 오픈하는 매장을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고 일주일 만에 이사 가고 그랬어요.
Q. 용범님이 이렇게 즉흥적인 사람인지 몰랐어요.
계획을 많이 하는 편인데 현장에서 바뀔 수 있는 계획이라고 생각해요. 계획이 없으면 되는대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촬영장에서 온 생각 같기도 한데요. 이번에 문단을 나눠서 단어를 빼볼까, 페이지를 날려볼까 이런 변화도 다 계획이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콘티, 시나리오, 일정표 등. 촬영장은 계획이 없으면 진행이 안 돼요. 다만 계획을 하되 언제나 유연하게 결말은 오픈해두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인간 유형과 스토리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가진다면, 이런 변화도 그렇게 힘들지 않게 바라볼 수 있어요. 변화가 맞는 방향이라면 어려움이 꼭 힘듦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맞을 수는 없지만 ‘저 친구는 이런 유형의 성격을 가졌구나' 하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생기고요.
Q. 용범님이 좋아하는 인생 영화가 있나요?
<클로저>를 좋아해요. 때에 따라 조금 달리 보이는 영화인데요,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달까요.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하면서요.’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다른 것일 수 있겠구나 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서 생기는 스파크를 담백하게 그려내서 좋았습니다.
영화라는 게 작품은 그대로인데 변화한 내가 다시 볼 때, 몇 년 후에 보면 또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어 좋습니다. 사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죠.
Q. 용범님이 보는 TPZ 동료들의 특징은?
다들 마이웨이예요. 개성이 뚜렷한데 신기한 게 스타일이 별로 안 겹쳐요.(웃음) 좋은 동료들이 모여있으니 회사에서도 이를 강점 삼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회사는 제가 보고 있던 그림에서 90% 일치가 된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자, 거기까지 가보자 했을 때 많은 것들이 사실 이뤄졌거든요. 투자를 받고, 더 큰 파트너가 생기고. 어려운 시기에 잘 버텼으니 앞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동료들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되면 좋겠고요.
개인적으로는 히말라야 트랙킹을 가고 싶어요. 사실 총경비도 따져보고 준비를 다 해놨었는데 운동 강도를 너무 올려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못 갔어요. 가까운 미래에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최근에 산 물건 하나를 자랑해주세요.
루미녹스 시계요. 미해군특수전전단 시계로 채택되어 이후 일반에도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다른 부대나 그에 준하는 일을 하는 분들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촬영장에서도 사용이 편리하고 아웃도어에서 사용하기 좋아 매우 만족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고맙고 응원하고 싶은 멤버는?
최근에 TPZ에 합류한 원석님이요. 사실 만난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래도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있습니다. 물건 옮기기, 차량렌트, 현장 서브 등. 여러 업장들과 스케줄을 소화함에 있어서 자신의 일과 큰 상관이 없음에도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많은 도움을 준 멤버입니다. 맥주 자격증인 ‘씨써론’도 딴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 이야기도 궁금해요.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은 멤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