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포지티브제로TPZ의 과거, 현재, 앞으로에 관한 이야기
당대의 예술인, 문인들이 모여들며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있었다. 피카소, 생텍쥐베리,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단골로 찾았던 파리의 '카페 레 뒤 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 천재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경성의 다방 '제비'. 그리고 뉴욕의 앤디 워홀 팩토리.
앤디 워홀 팩토리는 워홀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 활동이 펼쳐지던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였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여러 작품을 탄생시킨 그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미쉘 바스키아, 키스 해링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 데이비드 보위 등이 있다. 이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문화 예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때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관성적으로 여겨지던 법칙에 질문을 던진다. 마치 공장처럼 찍어내던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대중미술의 정의를 새롭게 썼듯이, 예술가들이 모여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따로 또 같이 했던 실험적인 시도는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만약에 앤디 워홀 팩토리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웹 3.0이 화두인
현재로 옮겨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성수동을 기반으로 도시의 다양한 장면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기획사 팀포지티브제로(TPZ)는 2013년부터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다양한 일들을 전개해왔다. 그 시작에는 TPZ의 전신이었던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플레이스 사이'가 있다.
플레이스 사이는 성수 사거리에 120평의 구두 창고였던 곳을 음악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매주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인디 밴드와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부터 연극, 북토크, 미디어아트, 전시, 현대무용까지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문화 예술이 펼쳐졌다. 매달 컨셉에 맞게 공간이 바뀌었고, 주기적으로 공연, 전시, 마켓이 결합된 형태의 페스티벌을 열었다.
사이SAI에서는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댄서, 패션 크리에이터, 바리스타 등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프리랜서들이 독립적으로 모여있다가 필요에 따라 '따로 또 같이' 모여 협력체계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형태는 TPZ의 일하는 문화와도 이어진다.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은 TPZ 김시온 대표의 백그라운드와 관련이 있다. 그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게이머가 되었고, 10년 넘게 아티스트들과 동고동락해왔다. 대표 주변에는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많았고, 월드 챔피언이었던 게임의 길드 마스터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길드(Guild)를 만들고자 플레이스 사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시온 대표는 음악과 게임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현재의 TPZ가 일하는 방식에도 녹아있다.
과거에는 길드 마스터로서 만렙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환경 및 자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의 선택을 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레이스 사이는 2017년을 끝으로 개인이 운영하던 공간을 넘어 사업적인 접근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루어지는 F&B와 리테일 시장에서 기존에 사이가 가지고 있던 예술, 문화적 네트워크와 강점을 결합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처음 오픈한 공간이 2017년 연무장길에 오픈한 재즈바 포지티브제로라운지다. 매일 밤 재즈 라이브가 진행되며 성수동에 재즈 신을 열었다. 이어 연달아 오픈된 공간들과 함께 TPZ라는 회사가 만들어졌다.
TPZ는 아트북과 핸드드립 커피가 제공되는 영감을 주는 공간 ‘Platz’, 동시대 작가의 오브제, 흥미로운 식음료로 큐레이션한 델리숍 ‘Munchies and Goodies’, 700회 이상의 공연이 열린 재즈바 ‘포지티브제로 라운지’, 전시와 음악이 있는 카페 ‘POZE’, 연무장길의 매력적인 레스토랑 ‘보이어’와 ‘세이지’, 지속가능한 패션브랜드 ‘Paracosm’ 등 크리에이티브에 중점을 둔 공간 10여개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로 오픈한 공간인 카페 포제도 일상적인 공간에 문화를 더하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매일 마시는 커피로 사람들을 모으고, 공간 안에서 전시나 이벤트를 열어 문화 예술과의 접근성을 낮췄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예술을 체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늘 오던 카페여도 누군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계속해서 다시 찾아오게 만들었다. 어렵지 않게 일상을 아름답고 즐겁게 만드는 것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TPZ의 가치관에 따라 카페 포제는 주기적으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팝업과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소수의 팀원으로 TPZ가 짧은 기간 안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콘텐츠와 브랜드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에는 '협업'이 있다. 밴드 OK GO의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만든 팀 씬 랩(Syyn Lab)처럼 각 분야에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모여 유닛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함께 한다. 이런 '유닛', 혹은 길드의 형태로 사이 시절부터 현재의 TPZ까지 다양한 일이 전개되고 있다.
TPZ는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의 시선과 시간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어떤 분야를 깊게 파고든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각 멤버들의 취향이 뒤섞인다. 포지티브제로라운지는 술을 파는 곳이지만 재즈가 주인공이고, 카페 포제도 전시와 팝업이 열리는 복합 공간이지만 커피라는 본질을 잃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을 추천해주는 시대에 구성원이 가진 뚜렷한 전문성과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 TPZ가 가진 장점이다. 오프라인 공간이 줄 수 있는 '우연성'을 적극 활용해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취향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간을 기획할 때 F&B는 스탠 서울 팀에게 맡기고, 커피는 아러바우트에게 맡긴다. 공간마다 적재적소에 맞는 또다른 크리에이티브 집단과 협업한다. 동네가 가진 맥락 안에서 바이브, 컨셉, 예산을 고려해 방향을 잡는다. 본래 공간이 가진 매력은 살리고, 다양성,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을 지향하며 공간 연출에 반영한다. 오프라인 사업이 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팬데믹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프로세스로 TPZ만의 새로운 리테일 브랜드 다수를 개발하고 론칭했다.
몇 개의 공간으로 출발해 TPZ의 사업은 '타운 빌더'의 관점으로 발전한다.
이전부터 김시온 대표가 영감을 받았던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는 자포스 전 최고경영자 토니 셰이가 전두 지휘했던 라스베이거스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자포스의 사옥을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게 되며, '도시 같은 일터'를 만들자는 토니 셰이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당시에 문을 닫은 카지노 모텔이 많았던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서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주민들과 협의해 카페, 바, 갤러리, 로컬 숍 등 개성이 넘치는 여러 공간을 만들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모토는 마주침(collis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도시 창업'이라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영감을 받아 TPZ는 성수동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도시 관점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TPZ가 소개하고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형태로 상상하며 만들어간다. 타운 모듈로서의 실험과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 사례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2021년 연무장길에 오픈한 공간 플라츠다.
TPZ는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놀고, 입는 것에서 나아가 일하는 것까지 영역을 넓힌다. 이 다양한 영역이 모두 모여있는 플라츠는 하나의 모듈로서 작동한다.
플라츠의 지하에는 스탠 서울 팀이 만든 '카우보이 라멘'과 한국형 스낵바 '반반'이 있다. 1층에는 델리숍 '먼치스 앤 구디스', 크래프트 맥주 바 '스탠 서울'이 있고, 야외에는 도심 속 정원을 느낄 수 있는 백야드와 전시, 팝업이 열리는 글라스하우스가 있다. 2층과 3층은 외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공유 오피스가 있고, 4층에는 TPZ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공간은 2층과 3층을 플렉서블 오피스로 쓰고 있어 '워크(work)'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 오픈할 플라츠2는 일하는 공간으로 제한 짓지 않고 다른 크리에이티브 집단과의 콜라보를 통해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TPZ는 플라츠 멤버를 크리에이터로 정의하며 생산성이 중요한 코워킹 스페이스와는 다르게 작업의 레퍼런스를 찾고,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는 등 영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즐겁게 만드는 콘텐츠들을 한데 모아 자연스럽게 경험을 전달하며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올해 TPZ는 플라츠2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플라츠2는 플랏엠, 원오디너리맨션과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1층에는 새로운 F&B, Retail 브랜드는 물론 론칭과 함께 이상하고 멋진 브랜드/아티스트와 협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2022년은 오프라인 공간을 하나의 플랫폼이자 타운 모듈로서 활용하고자 하는 TPZ TOWN의 방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TPZ가 이런 공간을 만들고, 여러 사업을 전개하는 데는 2013년부터 변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맥락이 있다.
삶을 다채롭게 하는 예술과 창작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를 통해 창작자에게 힘을 부여하는 것.(Empower Creators). 크리에이터의 힘을 키워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불평등한 유통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TPZ가 찾아낸 방법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는 말에 이어 바바라 크루거는 "I shop, therefore I am"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내가 소비하는 것이 곧 내가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내가 가는 공간과 좋아하는 브랜드가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시대이다. 상징적 가치를 소비하는 것은 현시대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물리적으로 타인과 보내는 시간 또한 선택적으로 고려하게 되므로, 좋은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게 교류하고 뚜렷한 취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기술의 발전에는 이면이 있어서 모두에게 거대한 기회가 주어진 동시에 무언가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압박과 디지털 세상에서 번아웃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양면성을 모두 인지하며 TPZ는 삶의 풍요로움과 윤택함이라는 가치관에 따라 균형 잡기를 하고 있다.
개인이 곧 창작자, 미디어, 플랫폼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대에 TPZ는 창작자에게 힘을 부여하며, 삶의 즐거움을 늘린다는 미션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을 토대로 한 경험을 설계하며 유연하게 진화해나갈 예정이다.
2022년 TPZ와 함께할 동료를 찾습니다.
팀포지티브제로(TPZ)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의 경험을 설계하는 크리에이티브 기획사입니다.
TPZ는 아트북과 핸드드립 커피가 제공되는 영감을 주는 공간 ‘Platz’, 동시대 작가의 오브제, 흥미로운 식음료로 큐레이션한 델리숍 ‘Munchies and Goodies’, 700회 이상의 공연이 열린 재즈바 ‘포지티브제로 라운지’, 전시와 음악이 있는 카페 ‘POZE’, 연무장길의 매력적인 레스토랑 ‘보이어’와 ‘세이지’, 지속가능한 패션브랜드 ‘Paracosm’ 등 크리에이티브에 중점을 둔 공간 10여개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또 다른 매력의 Platz II, III를 포함해 카페테리아, 웰니스, 편집숍, 클럽 등 도시를 더 활기있게 만드는 공간들을 기획하고 만들며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TPZ에서 함께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며 즐겁게 성장할 크루를 찾습니다. TPZ 링크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