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팩 제작

모차르트의 작법에 대해

요즈음 나는 샘플팩을 만들고 있다. 샘플팩이란, 네 마에서 여덟 마디 정도의 악기 루프, 악기 소리 조각 등의 모음집이다. 한국에서도 외국 사이트 Splice, Loopcloud 등에 올라오는 수많은 샘플들을 사용하나 우리가 제작한 경우는 드물다. 호기심 반, 오기 반으로 샘플팩을 만들어 유통하려 한다.

샘플팩은 컴퓨터 음악과 안터넷이 원활해지면서 생긴 개념이지만 곡의 재료를 새로이 구성해 만드는 접근법 자체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문예 이론가 발터 벤야민은 평소에 썼던 조각 글들을 모으고 편집해 책을 냈었다. 바흐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만들 때 당대에 유명했던 민속 요의 메인 리프를 따서 곡의 동기로 사용했다.

샘플팩에 대한 생각을 함께 작업실을 쓰고 있는 형과 공유하던 중 모차르트 또한 평소에 2마디씩 많이 많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리 써놓은 마디들에 번호를 매기고 주사위를 굴려 샘플들을 조합했다고 한다. 앉은자리에서 곡이 술술 흘러나오길 기다리지 않고 여러 마디들이 알아서 관계하도록 관찰한 것이다. 그가 작곡가로서 낯선 눈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