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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사공사칠 Feb 16. 2022

악기 판매 사업, 그리고 결단

하나만 제대로 하자!

작년 여름부터 악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던 나는 오늘에서야 이전의 사업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그림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초기의 모델은 이러했다. 악기의 소비자로써 그것이 고장날 때마다 애를 먹었던 경험이 많은 나는 일본에서 중고 악기를 수리해 파는 시장이 활성화되었음을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모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고 악기를 사서 몇몇 수리점에 맡긴 뒤 판매하면 되겠다,,, 판매 전에 약 2주간 사운드를 만드는 시간을 가져 샘플팩을 만들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이었다.


머릿속의 그림은 완벽했으나 현실에 부딪혀 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전자 악기의 생산지가 아니기에 수리 부품 수급이 어렵다. 빈티지 악기의 경우 부품이 단종되면 복제품을 사야하는데, 이것이 물 건너 올 경우 가격이 비싸진다. 수리점에서 최소한의 공임비를 받더라도 고객은 비싼 돈을 주고 악기를 고쳐야 한다. 여기에 차액까지 붙여서 팔자는 생각은 시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내린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러시아 신스 회사 ‘Soma Lab’의 제품까지 팔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 실제 악기를 몇 개 들여왔었다. 직접 만져보니 시장성이 떨어졌다. 사입해서 물건을 들여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구매 대행을 하자니 배송비가 만만치 않다.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악기를 파는건 포기해야겠다는 결단을 오늘에서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만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사업 초보인 나는 유통과 콘텐츠 제작이 뒤섞인 무언가, 마치 구름과도 같이 얽히고 섥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름 시름했다.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써 유통은 전혀 강점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 둘 셋 집중하다보니 본질은 흐려져만 갔다. 덕분에 머릿 속에 생각은 많아졌고 일을 도와준 분들과 회사에 대한 미안함은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소득이 있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써 나는 하나의 악기로 두 세 개의 샘플팩을 만들어 팔려 한다. 초창기에는 옵션처럼 생각했던 일이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와 같은 결단을 위해서 지난 1년의 전전긍긍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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