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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춥다물 Nov 28. 2023

마티우의 집 2

집 사용법과 비스케이만의 일몰

Mimizan, France 2017


    "우리 엄마가 이 집에 사람을 데리고 와서 재우는 일은 별로 없어. 하지만 오면 꼭 여러 가지 당부하시는 게 있을 거야." 라며 언질을 주었던 마티우 덕에 나는 결례를 범하기 전에 먼저 규칙을 들을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마리가 온화하지만 근엄하게 집에 대한 사실과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온 것을 정말 환영해. 며칠 동안 좋은 시간 지내고 갔으면 좋겠구나. 그전에 우리 집에 대해서 몇 가지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어."

1. 주방

    "혹시라도 주방에서 화기 쓸 때는 꼭 주방 창문을 열어놔. 주방에 문이 따로 없어서 집안에 음식 냄새 베지 않게 신경 쓰고 있거든."

2. 외부데크

    "다른 집 고양이나 야생동물이 들어왔다 길을 잃고 집안에서 숨어있다가 발견될 수 있으니, 항상 중간 문을 철컥 소리가 나게 닫아줘. '철컥' 하는 소리가 나야 해."

3. 제일 중요한 화장실

    "화장실에 왼쪽 서랍은 열면 안 돼. 그건 내 사생활. 이쪽이 마른 새 수건이고, 젖은 수건은 여기 수건걸이에 위에서부터 잘 널어놔야 해. 쓴 건 빨래 바구니에 넣기 전에 반드시 여기서 말려서."

1층 평면

4. 방(2층)

    "낮에는 더운 여름이지만 밤에는 추울 거야. 2층 네가 잘 방(bedroom1) 앞에는 가로등이 있어서 밤에 모기들이 모이기도 하니, 잠들기 전에 창문 닫는 것을 잊으면 안 돼. 마티우 너도 레아 모기 물리지 않게 방(bedroom 2) 창문 잘 닫고."

2층 평면/ 2개의 방

 마리는 강경하지만 동시에 다정하게 말을 끝냈다. 정확하고 적절한 규칙들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여러 방면으로 탐구해 본 사람만이 이런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 그것들이 썩 마음에 들었다. 마리가 밖으로 나간 후 어깨를 으쓱하며 마티우가 "우리 엄마가 좀."이라고 말을 하고 적절한 단어를 머릿속으로 탐색했다. 그 묘사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덧붙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남의 입에서 나와서 더욱 값진 표현에 우리 셋은 경직되었던 어깨를 푸슈 하고 동시에 내려놓았다.

    "Yes, she knows what she wants."

그러나 마리가 수년간 실패하고 배우며 스스로 방법을 찾은 것은 비단 집뿐만이 아니었다.


5. 해변

    "비스케이만은 프랑스의 서해라서 일몰이 정말 아름다워. 집에서 일몰시간 1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충분히 오늘의 일몰을 즐길 수 있어. 어서 출발하자 얘들아. 아니면 가는 길에 마음이 급해져서 오히려 평안해야 할 시간을 망쳐버려."

마리 덕에 오랫동안 볼 수 있었던 비스케이 만(bay of biscay)의 일몰

  이 집에서 마리가 보낸 그 혼자만의 시간들을 생각했다. 집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차곡차곡 쌓아보았을 것이다. 한 공간을 관찰하고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시도도 했을 것이다. 창문을 닫고 자지 않아 다음 날 몸이 으슬으슬 추웠던 아침, 마음먹고 한 이국식 요리 냄새가 2층 방까지 올라왔던 날, 그래서 추운 날 창문을 오래 열어두었야 했던 그날의 오후,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철컥 소리가 나지 않게 닫아 저절로 열린 문틈으로 뱀이 들어왔던 저녁, 모처럼 방문한 친구에게 멋진 일몰을 보여주려다가 시간에 늦어, 숨을 헐떡거리며 따라오는 친구를 억지로 끌고 오느라 친구가 저녁 내내 접질린 발목 마사지를 해야 했던 밤까지. 마리는 많은 실패를 먼저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실패들을 웃으며 넘기지 못하는 사람임을 인정했을 것이다. 이렇게 잘 관리된 자신의 단점과 콤플렉스로 나타나는 마리의 세련되고 우아한 성품에 감탄한다. 나는 어느 분야에나, 상황에나 좋음과 싫음이 명확한 사람들을 감사해 왔다. 그들은 질문을 던져 봤던 사람들이니까. 이 향수의 어떤 향이 나를 자극하는 거지? 방금 왜 기뻤지? 이건 왜 불편하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어떤 이는 집의 모든 방에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살아도 보고 매일 부지런하게 수건을 뽀송뽀송 말린다.

 심지어 그들은 선물을 고르기 가장 쉬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싫어하는 카테고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안 좋아할지도 모르는 향이 나는 초 대신 영국의 차를 선물로 준비해 오고, 오래도록 집 어딘가에 남아 신경 쓰이게 하는 장식품대신 해물파전을 구워 감사의 인사를 건넸을 때, 마리는 정말 기뻐했다. 나는 그 기쁨이 어떤 질문들에 대한 답인 건지 너무 잘 알아서 나 자신이 이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해물파전은 주방 창문이 열린 채로 바삭하게 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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