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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정 Mar 24. 2024

이별을 알리는 슬픈 연주곡, 《이별의 푸가》

이별의 푸가

 내가 '선생'은 두 명이다. 학창시절 교사 선생님들은 '쌤'이고, 대학생이 되어 강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교수'이다. 그외 카를 마르크스, 장 폴 사르트르, 발터 벤야민 등 위대한 동지적 스승은 차고 넘치지만, 정녕 '선생'이라는 단아한 뼈있는 호칭으로 호명하고 싶은 사람은 두 분밖에 없다. 슬프게도 두 분 모두 고인이고, 의식을 깨친 후에야 그분들이 남긴 저서를 읽는다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두 분은 창공에 별로 빛나고,나는 그분들의 저서를 읽음으로서 두 분의 불빛을 가슴에 켜둔 채 걸을 수 있다. 그 두분 중 한 분은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이다. 아트앤스터디 강의와 벤야민과 아도르노 강의록으로, 자본주의 속 상처로 숨쉬는 법을 배웠다. 선생께서 번역했던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와 유고 산문 《아침의 피아노》로 소외에 대한 슬픔과 대화하는 방법을 써냈다면, 이번에 읽은, 아니 내 감정의 샘에 흘러 들어온 《이별의 푸가》는 슬픔의 상처로 들어가 그곳에서의 진실한 사유가 담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별의 푸가의 구조는 단상집이다. 롤랑 바르트에게 《사랑의 단상》이 있다면, 김진영 선생님의 《이별의 푸가》는 '이별의 단상'이라고 부를만 하다. 임종을 앞두고 현대시학에 기고했던 원고 및 그외 이별의 단상이 적힌 글들의 모음집인데,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세련된 문학적 언어로 풀어낸다. 독일 비판 이론 전공자이자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번역한 선생님의 사유의 폭은 무척 넓다. 벤야민과 괴테처럼 독문학의 대가들과 롤랑 바르트와 프루스트 등 문인들과 사상들의 사유를 빌려와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을 고찰한다. 《아침의 피아노》에서 '삶은 향연이다.'로 시작하며 삶의 밝은 부분을 두고 떠나야하는 비애를 적었다면, 《이별의 푸가》에서는 '사랑이 끝났어도 나의 타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이별의 흔적-상실의 흔적을 몸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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