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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n 03. 2024

고전은 나의 힘, 헤럴드 블룸 <세계문학의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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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나의 힘 , 헤럴드 블룸 <세계문학의 천재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얼마 전에 타계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인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의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인류사의 보물들이 생각난다. 축구 역사에 불후의 고전이 된 베켄바워의 말이 고전에 대해 가장 잘 수식해준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탄생했음에도 현재에도 읽힌 데에는 그 책이 좋음을 넘어 ‘강한’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은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의 아우라가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베스트셀러와 달리, 텍스트마다 깊은 사유와 역사가 흐른다. 고전을 독서한다는 것은 인류사를 관통하는 힘을 받아들이는 제의적 행위이다. 단지 실용적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과 달리, 경이로운 체험이다.  사실 고전의 물결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허영심 때문이다. 학벌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온 독서가 스스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어려운 책을 읽겠다고 점점 더 파고들다가, 그 이해할 수 없는 고전의 심오함에 지쳐 개론서로 도망친 적도 있다. 그러나 미국 문학 비평가 ‘헤럴드 블룸’이 <세계문학의 천재들>을 읽고, 다시 고전 예찬자로 살아가고자 한다.            

 

 천재라는 이름이 적절할까? 아니면 정전의 계승자라는 수식이 적절할까? 천재 비평가이자, 서구 문학의 정전을 계승하는 헤럴드 블룸은 인류 지성사를 관통하는 지적 천재들의 계보를 만들었다. 유대교의 카발라 신학과 영지주의의 세피라 개념을 차용해, 서구 문학의 100명의 천재를 선정해, 10개의 분야로 나뉘었다. 근대 이후 그가 가장 높게 보는 천재이자 희곡의 대가는 세익스피어이다. 블룸은 영문학자인 만큼, 세익스피어 예찬자로 유명한데, 그의 4대비극을 성경에 맞먹는 문학이라고 말한다. 그 외 천재로는 소설의 대가인 세르반테스, 수필의 대가인 몽테뉴, 근대 서사시의 대가인 존 밀턴, 이야기의 대가인 톨스토이가 있다. 근대 이전의 문학 대가로는 루크테티우스, 베르길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단테, 제프리 초서를 든다. 그 외 그가 언급하는 천재는 다양한데, 두 가지 특징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그가 영문학인 만큼 영미권 작가들이 많다는 것이고, 다른 특징으로는 흔히 말하는 문학 작가가 아닌 수필가 몽테뉴, 철학자인 니체, 심지어 야훼 같은 신화적 인물도 그가 선정한 천재에 속한다. 문학 작가가 아닐 지라도, 독자가 작가의 글을 보고 문학이라고 느끼면 문학이라고 간주하는 독자반응비평의 시점에서 선정한 듯 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깊은 인류 지성사의 최고봉을 비평하는 책이라, 읽는 작업이 결코 쉽지많은 않다. 기본적으로 강독은 아니더라도 작가의 생애, 성향, 대표작은 한 번 읽은 것을 가정한 듯 쓰인 것 같다. ‘서구 문학의 정전’이라는 관점에서 세계문학의 천재들의 계보와 작품들을 풀어낸다. 문학의 정전이라는 입장은 보수를 넘어 반동적인 비평으로 다가온다. 최근 비평의 중추가 되는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 맞선 블룸의 비평관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물론, 동의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이 완성한 세계 문학의 지도는 문학, 더 나아가 세계 지성사를 논하는데 훌륭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글을 강독하기보다 먼 곳을 볼 수 있도록 좋은 눈을 개안시켜줌과 동시에 고전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금 느끼면서 조금 더 고전을 애독하고, 깊은 층위에서 접근해야겠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오래전 주어진 구원을 모색하고, 주워담는 과정임을 다시금 느낀다. 읽자,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은 강한 자들을 읽자. 그들을 온전히 체화될 때까지 읽어 구원으로 나아가길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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