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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Oct 28. 2024

비평의 숭고함에 관하여

10.28 독서일기

비평의 숭고함에 관하여

1.
광활한 예술의 대양에는 무수한 항로가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거룩하고 고귀한 길은 바로 비평의 여정이다. 나는 이 숭고한 길을 걸으며, 인류의 찬란한 문화적 유산 속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비평이란 작품을 넘어선 차원에서, 그 본질의 진리를 탐구하고 세상의 깊은 이해를 돕는 안내자와 같다. 이런 경외심을 품고, 나는 인류 지성사의 성지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비평에 대한 숭고함을 설명하기 앞서. 하나 명료하게 할 개념이 있다. 비평과 평론의 차이이다. 한국에서 이 두 단어는 동의어로 설명될 만큼 혼돈되어 온다. 그러나 영어에서 criticism과 review로 서로 전혀 다른 글인 만큼, 비슷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단어는 목적이 다르며, 개인적으로 비평은 평론보다 높고 깊은 층위를 다루는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2.
평론은 대체로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려 하며, 독자나 관객이 작품을 선택하거나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구체인 장점과 단점을 균형 있게 다룬다. 그러나 비평에는 '곤조'가 있어야 한다. 평론은 되돌아보지만(review), 비평은 비평가에 의해 단호히 쳐내야 할 줄 아는 행위이다. 객관적 시선이 필요하다. 반면 비평(critic)의 어근 crit-  단어의 PIE 어원은 krei- “체로 치다(to sieve)”이는 행위이기에, 관점(이론이나 근거가 담긴 텍스트)에 따라 비판할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추수주의 성향의 글은 비평이 되지 못한다. 당연히 내게는 주례사 비평은 비평이 아니다. 즉,평론은 기호의 영역이지만, 비평은 설득의 영역이다. 평론은 저널리즘적으로 해석하나, 비평은 휴머니즘적으로 해석한다던 어느 글을 본 적 있다. 이에 동의할 만한다
 평론은 (부르주아) 저널리즘의 (위선적) '공평'한 시선과 달리 비평은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나가는 김수영의 <온몸의 시학>의 정신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평론가의 자질이 대중성, 객관성이라면, 비평가의 자질은 치열함, 단호함이다. 가령 한강과 같은 위대한 작가일지라도, 명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비평가는 비판해야 한다. 평론가는 어설프게 추수할 지라도, 비평가는 진심어린 사랑으로 비판해야 한다. 발터 벤야민이 비판을 비평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3.
  비평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 예술의 심장에 박동을 불어넣는다. 그것은 작품의 표면을 벗겨내고 감춰진 의미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이 숭고한 탐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제공하며, 창작물에 깃든 메시지를 전해 받는 다리 역할을 한다. 나는 이러한 신비한 여정에 푹 빠져, 작품과 영혼이 교감하는 순간을 경이롭게 맞이하고자 한다.
 반대로 평론은 대중에게 문을 열어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전한다. 대중적이지만 다소 얕다. 비평은 그 보다 깊은 문을 넘어선 미로 속에서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것은 거친 암석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섬세한 과정과도 같다. 나는 이 숭고한 사명을 통해 예술 작품의 심층적인 아름다움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다.
 이러한 여정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며, 방대한 지식과 깊은 사유의 바다에서 항로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길의 도전과 그로 인한 지적 황홀함을 그 무엇보다도 갈망한다. 비평의 성스러운 영역에서 얻은 통찰은 나를 성숙하게 하고, 속한 사회와 시대에 작지만 지속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비평의 숭고한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는 나의 개인적 열망을 초월한, 위대한 예술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의 선언이다. 이제 시작된 이 길에서, 나는 예술 작품들이 간직한 진리와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이 신성한 전통에 나의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비평의 날개를 달고, 나는 한층 깊은 인간의식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폴 프라이, 문학이론》, 정영목역, 문학동네, 2019와 비평 강의를 들으며 느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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