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본주의 선언: 21세기 공산당 선언과 새로운 반자본주의 운동의 이정표
오늘날 고전 마르크스주의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는 단연코 알렉스 캘리니코스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혼란, 개혁주의의 모호함, 그리고 스탈린주의의 잔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 토니 클리프로 이어지는 계보를 계승하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이다. 캘리니코스는 학자로서 여러 학술 저작을 통해 이념적 투쟁과 대중 운동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의 저서 <반자본주의 선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작성되었다. 이 책은 2000년대 초반 각종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구상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0년대에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승리했다며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지만,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1999년 시애틀 시위까지 불과 10년 동안만 유지되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고, 반자본주의 담론과 운동의 부활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주도적이었던 포스트모더니즘 헤게모니를 약화시켰다. (p.23) 이 책은 <공산당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2000년대 초반의 격렬한 반자본주의 운동을 포괄하며, 혁명적 마르크스 전통을 계승한 반자본주의 선언을 확립한다.
1장: 지구를 망치는 자본주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 즉 빈곤, 사회 불의, 불안정성, 환경 파괴, 전쟁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는 성장, 평균 수명 연장, 유아 사망률 감소, 교육과 문맹률 향상을 자랑하지만, 세계화 시기에 이러한 성과는 둔화되었다. 경제 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경제적 곤경에서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상임을 드러낸다. 캘리니코스는 전후 시대의 규제된 자본주의로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거부하며, 자본주의 자체와 그 안에 자리 잡은 착취와 경쟁적 축적의 논리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전복을 통해서만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주요 슬로건을 인용하며 공공 자산과 서비스의 사유화를 반대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기본 특징으로 임금 노동 착취와 자본의 경쟁적 축적을 제시한다. 이는 자본과 노동의 관계, 자본 간의 관계를 반영한다. 자본주의를 착취에 기반한 사회 체제로 보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며,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계급적 대립은 자본주의의 부차적 특징이 아니라 그 본질이다.
2. 마르크스가 제시한 잉여가치론에 따르면, 자본이 추구하는 이윤은 노동자의 노동에서 나오며, 자본주의는 심각한 불의에 기초한다.
3. 잉여가치론은 자본주의를 이전의 계급적 생산양식과 연관 지어 역사적으로 위치시킨다.
4. 이러한 착취 구조는 자본주의에서 창조성의 원천이 노동자임을 함축하며, 자본가의 창조성은 부차적이다.
5. 착취 이론은 자본가들이 실질임금을 삭감하거나 노동자 생산성을 늘려야만 총이윤을 올릴 수 있어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캘리니코스는 자본과 노동의 수직적 관계뿐 아니라 자본가들 간의 수평적 관계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별 자본가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생산 방식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일반적 이윤율은 하락한다. 그러나 이 경쟁적 축적 논리가 반복되면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인간과 다른 종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적어도 이 책이 작성된 당시에도 지구에 해로웠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극심해졌다.
또한, 자본주의는 전쟁을 유발한다. 경제적 경쟁은 국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을 야기하며, 현재 미국 제국주의는 다른 강대국들에게 자신의 우위를 강요하려 하고 있다. 이는 세계를 전쟁의 시대로 몰아갈 수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 되었다. 20년 후 중동 정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인류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의 근원이므로, 해결책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에 있다는 것이다.
P.S 사실 반자본주의 운동을 다룬 2장과 이행기 강령을 다룬 3장이 이 책의 백미인데, 분량상 다음으로 미룬다. 2장에 논쟁 지점이야말로 캘리니코스의 장점이 녹아든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