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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한 잠 May 21. 2024

평범한 삶 속에 항상 있던 특별한 것들.

평범한 엄마에게 과분한  특별한 딸들.

5월8일 어버이 날이자 일요일 이었던 몇년 전 그날.


우리 가족에게 기념일이 큰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전의 일이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기념일들은 내겐 그저 쉬는 날에 불과했고,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에게는 쉬는 날의 의미도 없을 때가 많았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역시 단순히 '맛있는 케잌을 먹는 날' 정도로만 여겨질 뿐이었다.

교대근무로 항상 지쳐있는 남편은 조금이라도 더 쉬기를 바랬고, 업무량이 많아진 나 역시 개인적인 기념일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 또한 일꺼리라 되어갔다. 그렇게 점점 더 기념일의 의미는 사라져갔다.


어버이날인 그날 역시 그랬다.

어버이날 이긴 했지만 우리 가족에겐 그저 일요일일 뿐이었다.

날짜에 맞춰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았다면 어떤 느낌이라도 있었겠지만, 어버이날 선물도 며칠전에 미리 받은 상황이라 더더욱 어버이날 이란 것을 인식할 이벤트는 없었다.


아이들과 나는 10시까지 늦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야간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잠이 들어 있었다.

실컷 늦잠을 잔 두 딸들과 나는 과일을 먹고 스마트폰을 끄적이며 빈둥빈둥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큰 딸이 악보파일이 필요하다며 다**에 함께 가자고 했다.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고 있는 큰 딸을 얼마전 여러장의 악보를 구입했고, 그 악보들을 넣을 파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와 두 딸들은 대충 차려입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여태껏 자전거를 못타다가 얼마전에 배운 나는 아직 많이 서툴렀다.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나는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자전거 타기가 일상인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앞서가다가도 뒤를 돌아보며 기다려 주었고,

힘들어 하는 나에게 뒤돌아와서 함께 자전거를 끌며 발맞춰 걸어 가주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다**에 도착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필요한 악보파일을 사고, 장사를 위해 다**매장 앞에 펼쳐진 딸기를 쳐다보다 결국엔 한 소쿠리를 샀다.

뜻하지 않게 딸기를  사게 되는 바람에 나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딸기를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 끌고 갔다. 그리고 두 딸들은 먼저 가라는 나의 말을 듣지 않고 나와 같이 자전거를 끌며 나란히 걸었다.


"엄마~"

큰딸이 나를 불렀다.그리고는 이야기 했다.

"우리반 친구들은 오늘 어버이날 이라고 부모님한테 용돈드렸대. 어떤 친구는 20만원이나 드렸데. 

그런데 우리는 선물이 너무 쪼잔한 거 같애."

큰딸이 이런 이야기를 하자 작은 딸의 표정도 약간 시무룩 해졌다.

아마도 둘이서 먼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나 보다.


큰딸은 우리에게 엄마아빠 전용잔 이라며  분홍색 투명 유리컵을 선물해 주었다. 얼마전 역시나 다**에서 내가 계속 만지작 거리던 컵이었다. 나는 컵과 그릇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하지만 사는 경우는 드물었다.

원하는걸 사는 소비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걸 사는 소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선물해 준 그 컵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놓은 컵이었다. 큰 딸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딸은 우리에게 안방 화장실에 두라며 디퓨저를 선물해 주었다.작년 어버이날 에도 디퓨저를 선물해 줬었는데 그때 내가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고 했다. 엄마가 좋아하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께 많은 용돈을 드린 그 친구들을 나는 칭찬해 주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 위해 자신들의 용돈을 아끼며 절제한 것은 참 본받을만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데, 얘들아 너희들은 기념일에 엄마아빠 한테 용돈을 주거나 큰 선물을 주시는 않지만 평소에 항상 고마워. 성실하고, 잘 웃고, 학교 생활이 어떤지, 학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애기해 주잖아. 엄마는 집에서 수다스러운 너희들이 참 좋아.

또 오늘처럼 아직 자전거가 서툰 엄마랑 나왔을때 엄마가 넘어지진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까 계속 신경써주면서 엄마 보살펴 줬잖아. 

평소에 맛있는 거 먹을 때도 항상 엄마 입에 먼저 쏙 넣어 주잖아. 

용돈주는 딸들도 좋지만, 지금 우리 딸들이 엄마아빠는 제일 좋아."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그동안 내가 깨닫고 있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기념일 까지도 일상적인 하루로 만들어 버리를 나의 평범한 삶 속에 평범하지 않은 나의 아이들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깔깔 대면서 수다를 떨고,

엄마 아빠의 농담에 "재미없어, 그게 뭐야~" 라고 하면서도 웃어주는,

가끔은 톡 쏘듯이 자기들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리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딸들.

서로가 빠트린 준비물을 챙겨주고, 학원 스케쥴이 바쁜 날은 배고파 하는 서로에게 지나가는 길에 학원에 들러 빵하나 스윽 건네주는 두 딸들.

이런 딸들이 평범하디 평범한 나의 삷속에 항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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