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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라 Feb 12. 2021

출산 직후에 대해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출산 후 1주일

임신 중 변한 내 몸으로 문득문득 서러워질 때면, 출산 후를 기약하곤 했다. 아기 무게랑 양수, 태반, 부기가 빠지면 실제 내 살은 얼마 안 될 거야. 지금 아픈 곳들도 임신 때문이라 하니 아기만 낳으면 나을 거야.



1. 애 낳으면 적어도 아기 무게만큼은 빠지겠지?


슬프게도 출산 후 바로 아기 무게만큼 빠지지 않는다. 우리 애는 3.47kg이었는데 나는 고작 1kg만 빠져있었다. 출산 날도 쫄쫄 굶고 다음날도 미음이나 겨우 먹었는데, 이제 뱃속에 애도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맘카페를 뒤져보니, 출산 후유증으로 몸이 부어서 그렇다며, 심지어는 더 찌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면서 몸무게도 같이 빠진다. 사람마다 몸무게가 빠지는 양이나 시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출산 일주일 후에야 아기 무게만큼 겨우 빠졌다.  



2. 배는 줄어들겠지?


출산 3일 만에 처음 거울을 봤을 때 아연실색했다. 아기가 나온 배는 마친 바람 빠진 공 같았다. 아직 자궁 크기도 크고 지방도 있어 배는 여전히 산더미처럼 컸는데, 아기가 빠져나간 탓에 탄력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덕분에 아랫배에 있는 수술부위는 거울 없이 볼 수 없었고, 튼살도 보기 싫게 쪼그라들어 있었다. 차라리 임신 중이었을 때가 더 예뻤던 거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데에만 2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아, 하긴 바로 줄어들 리가 없지. 출산 직후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없던 탓에 오로가 1달 넘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배 크기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임신 8개월 차 같은 지금 이 모습이 정상이라는 뜻인가. 더 충격적이었다.



3. 임신 때 몸 상태가 최악이었겠지?


이것도 아픈 부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출산 후 분명히 나아지는 부분도 많다. 확실히 배에 무게감이 사라져 뒤뚱거리면 걷거나, 말하다 숨이 차거나, 똑바로 눕기 어렵거나 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렇지만 진통과 수술로 인해 내 몸은 임신 때보다 한층 더 엉망이었다.


수술 직후에는 오한과 미열이 동시에 찾아왔고, 사시나무 떨리듯 몸이 떨려 혈압도 재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왕절개인 탓에 소변줄을 꼽아 거동이 불가능했고, 속옷도 입지 못한 채로 엉덩이에 오로용 패드를 깔고 지내야 했다. 움직일 수 없다 보니 패드를 갈 때마다 남편을 불러야 했다. 심지어 늦게 수술했다는 이유로 2일 밤동안 소변줄을 빼지 못해 출산 2일째에는 내가 낳은 아기도 보러 갈 수 없었다. 수면마취 때문에 태어날 때도 못 는데, 사방에서 축하 연락을 받고 있는데, 막상 아기 엄마인 나는 한 번도 아기 실물을 본 적 없는 우스운 상황이었다.


수술 후유증이 가시자 이제는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진통이 허리로 온 탓에 틈만 나면 허리가 뻐근해졌고, 수술 때문에 생긴 은은한 배 통증도 한동안 느껴졌다. 임신 때부터 아팠던 골반은 심지어 그때보다 더 심하게 아파 돌아눕기가 아예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임신 후기 때 겪었던 불면증도 여전해서 수술 후 일주일 정도는 3시간 이상 밤잠을 못 잤다. 출산 전에 튼 적 없던 허벅지가 수술 후 붓기 때문에 트기도 했다. 이쯤 되니 애가 뱃속에 있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다들 산후조리를 잘하라고 하는데, 사실 몸이 너무 안 좋아 무리를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였던 나는 찬 음료는커녕 냉장고에 넣어둔 귤도 녹여 먹어야 했다. 한 번은 조금 얼은 귤을 그대로 먹었다가 반나절 동안 턱관절이 아팠더랬다. 손목이 시큰거려 짐이 조금만 무거워 보여도 남편을 시켰고, 아기도 가능하면 남편에게 안아달라 했다. 심지어는 휴대폰도 무거워 휴대폰 거치대를 바로 주문할 정도였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출산 3주 차만 되어도 이 모든 고통이 가물거린. 엄마들이 출산의 고통을 빨리 잊는 건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진짜였나 보다. 이렇게 빨리들 잊어버리니 인간도 종족번식을 성공했던 거겠지.


거동이 가능해지고, 매일 엉덩이로 수액으로 투약하던 항생제가 끝나갈 때쯤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이때만 해도 조리원에 가면 모든 게 다 씻은 듯 나을 줄 알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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