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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라 Aug 20. 2021

사경, 기울어진 아기 목 치료하기

사경, 쉽게 말해 목이 기운 상태를 말한다. 선천성 질환인 경우가 대다수라 아기 때 발견되며, 심화될 경우 척추측만, 사시, 불균형 발달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12개월 이전에는 물리치료, 그 이후에는 수술을 통해 교정을 권한다.


아기가 어릴 때부터 고개가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조리원에서도 영유아 검진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어 이게 질환인 줄 몰랐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사경이라는 병명을 알게 되어 우리 애가 사경인 게 아닐까 의심했던 게, 아기 5개월 직전이었다.


의심이 시작된 날 바로 소아과를 찾아갔지만, 멍울이 만져지지도 않고 아기가 고개도 잘 돌려 아닌 거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2주 뒤에 잡혀있는 대학병원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하다, 괜찮다는 말을 들어야 안심이 될 거 같아 유난이란 소리를 들으며 꾸역꾸역 병원에 갔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는 사경이네요, 쐐기를 박았다. 괜한 걱정이길 바라며 방문한 병원이었는데, 슬프게도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보통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조리원에서 발견해 일찍부터 치료를 시작하는데, 우리 아가는 멍울도 없고 고개도 잘 돌리는 편이어서 조금 늦게 알았던 것이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더 일찍 병원에 와볼걸 하는 거였다. 대학병원 치고 빠르게 온갖 검사를 진행했음에도, 물리치료는 한 달 만에 겨우 받아볼 수 있었다. 아기는 그새 머리가 제법 굵어졌는지 머리에 손대는 걸 소스라치게 싫어했다. 덕분에 치료실에서 우리 딸 울음소리가 가장 우렁차게 퍼졌다.


주 3회, 아침 9시마다 병원에 와서 물리치료를 받는 건 생각보다 피로한 일이었다. 왕복 1시간, 치료시간 30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육아로도 쉬이 지치는 일상에 병원을 꾸겨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 병원을 다녀 나아지는 병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어서 낫기를, 씻은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매일 바랐다. 하루 머리가 꼿꼿하면 내 마음도 제 자리를 찾았다가, 다음 하루 기울 때면 같이 기우뚱거렸다.


한 달 반 정도 물리치료를 받은 뒤 진료를 다시 봤다. 의사 선생님은 아직 사경이 조금 남아있다고 했지만, 이사를 가야 해서 더 이상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어려워졌다. 이사 후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다시 받아보니, 거기서는 물리치료 처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굳이 원한다면 처방을 내려주겠노라 했지만, 치료시간마다 우는 아기를 보는 것도 힘들어지던 참이었고, 내가 보기엔 제법 똑바른 거 같아 종결을 택했다.


사경 치료는 일반적으로 3달, 길면 1년도 걸린다 하니 2달 만에 종결은 제법 빠른 편이다. 사경에 대해서는 선생님들마다 이야기가 다르지만, 빠른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아이가 클수록 저항감도 심해지고, 교정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특히 일반 소아과와 대학병원 의견이 다른 경우도 왕왕 있으니, 혹시라도 의심된다면 꼭 재활의학과를 내방하여 진단받기를 권한다.




사경 관련 간단 tip.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와 의사 선생님한테 들을 걸 조합한 정보로, 참고만 하고 자세한 진단은 병원에서 받길 권한다.


1. 우리 아이는 사경일까?

  . 고개가 한쪽으로만 기운다면 사경일 확률이 높다. 고개가 양쪽으로 번갈아 기운다면 목을 가누는 힘이 부족한 것이며, 사경은 아니라고 한다.

  . 목에 멍울이 만져지면 보통 근성 사경이라 진단한다. 자세한 두께 차이는 초음파를 통해 확인한다.

  . 양쪽 어깨 끝까지 고개가 돌아가는지 확인하여 한쪽이 90도 미만이 나온다면 사경을 의심해볼 수 있다.

  . 아기 기준 머리가 오른쪽으로 턱이 왼쪽으로 기운다면 우측 사경, 반대라면 좌측 사경이다.

  . 네이버 사경 사두 카페 가입을 추천한다.


2. 병원에 가기 전에 급하게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면?

  . 만약 우측 사경이라면, 보통 왼쪽 보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오른쪽을 보게 하여야 한다. 장난감 배치 변경 등을 통해 아이의 시선을 유도한다.

  . 회전 각도가 덜 나오는 경우라면 아이 목을 잡고 90도 이상이 되도록 돌려주면 도움이 된다. 정확한 스트레칭 방법은 아주대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면 좋다.


3. 병원은 어디를 가야 하나?

  . 소아재활을 취급하는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보통 2~3차 병원이다.

  . 병원에 따라 물리치료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급여 2000원 내외에서 비급여 5만 원까지 다양하다. 비급여인 경우에도 아기 실비보험을 들었다면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 공제받을 수 있고, 보험 내역에 따라 사경 진단금을 받을 수도 있다.

  . 병원에서는 주로 초음파 사진과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사경의 상태를 확인한다. 여러 병원을 다녀보고 싶다면 초음파를 여러 번 재촬영할 것 없이 한 병원의 진료기록과 영상물을 받아두면 좋다.


4. 치료는 얼마나 걸리나?

  .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정도로 보고, 그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권한다고 한다.

  . 혹 물리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는 사시가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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