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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혁신이 만들어낸 기적, 샴페인.

모에 샹동 테이스팅, 완벽주의자 돔 페리뇽에게 감사하며.


모에 샹동의 역사를 줄줄이 듣고 나서, 테이스팅룸으로 향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함.

솔직히 불어로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을 때는 정말 단어도 어렵고, 그게 그거 같고 헷갈렸는데, 그 모든 어려운 과정을 기가 막히게 시각화 브랜딩 한 것이 샴페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당시 유럽인들이 샴페인을 그토록 사랑하고, 문학가들이 앞 다투어 노래하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는 사교계라는 시에서, 돔 페리뇽을 아래와 같이 극찬했다.

번개가 마개를 날아오르게 하듯,
샴페인은 천장을 두드리네.
Comme un éclair fait voler son bouchon ;
Il part, on rit, il frappe le plafond.

거품에서 광채가 나듯이,
우리 프랑스 사람들의 이미지는 빛나네
De ce vin frais l’écume pétillante
De nos Français est l’image brillante.

<LE MONDAIN> 사교계


루이 15세의 정부인 마담 퐁파두르는 “샴페인은 마시고 난 뒤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유일한 와인”이라 하였고,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샴페인을 마실 권리가 있고, 패배했다면 샴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담듯, 모에샹동 배경 그 자체는 너무나 아름다운 조명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게 빛나고 있었고, 여자 친구도 그새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실 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탄산가스가 만들어내는 기포인데, 단순히 거품이 올라오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샴페인을 딸 때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정도의 압력으로 튀어나가는 뿜어 나오는 상승력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xdyLiRVm-o

LE SABRE 칼로 샴페인 따는 법

유튜브에 찾아오면 how to Sabrer le champagne이라 하여, 칼로 샴페인을 따는 프랑스 전통 방식도 많이 나올 정도로 샴페인을 따는 행위 자체는 단순히 기념 축하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 또한 담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움과 성공을 상징하는 이 샴페인을 만들어준 기포는 사실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노력과 행운이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샹파뉴 지역은 파리랑 가까우면서도 동쪽으론 느 독일, 북쪽으로는 현재의 벨기에(네덜란드 남부)인 플랑드르 지방을 잇는 교역로의 역할을 하였는데, 상파뉴 아래에 위치한 보르고뉴 지방(잼이 맛있는 디종과 본)의 레드 와인에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보르고뉴 레드 와인은 아무래도 비싸니 보르고 뉴보다 가까운 상파뉴로부터 레드 와인을 사고 싶어 했던 것이다. 게다가 기후가 좋지 않았기에 레드 와인에는 적합하지 않아, 화이트 와인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화이트 와인의 품종의 포도를 생산해보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상하고 흐리멍덩했기에 상품성이 없었다.


여기서 샹파뉴 지역은 그래 좋다, 그럼 화이트 와인 품종이 아닌 레드 와인 품종으로 만들어 보자 하면서, Pinot Noir를 가지고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야 하는데, 무슨 적포도 품종으로 백포도 와인을 만들다니…


이 엄청난 시도를 자그마치 16-17세기에 샹파뉴 지역은 시도하는데, 여전히 회색 혹은 핑크색의 빛을 띠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혜성처럼 등장해서 혁신이라는 혁신은 모두 시도해본 게 돔 페리뇽이라고 할 수 있기에, 지금의 샴페인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경향이 있다.


돔 페리뇽은 피노 누아를 가지고 혁신을 시도해보는데, 피노 누아는 화이트처럼 기포를 생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을 결함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결함을 줄이기 위해, 포도나무의 성장을 제한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공격적으로 하거나, 포도의 가장 최선의 상태로 수확을 위해, 오전에 수확을 한다던가, 포도 운송 시 손상을 줄이기 위해, 말이 아닌 노새나 당나귀를 이용했다.


그마저도 모자라, 포도의 껍질이 와인의 맛과 색깔에 영향을 준다고 알게 되어, 일부러 압착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하고, 뱅 드 구트 Le vin de goutte라고 하여, 포도의 무게를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압착을 통해 최상의 와인을 뽑아내었다.


그렇게 돔 페리뇽은 그 말도 안 되는 완벽주의로 혁신, 적포도로 백포도주 만들기에 성공한다.


아 참! 그 혁신으로 샹파뉴가 드디어 좋은 화이트 와인을 만들게 된 건 알겠는데, 이건 우리가 아는 샴페인은 아니잖아?

그렇다. 사실 샴페인이 만들어진 건 또 역시 자본력이 있는 영국의 영향이었다고 한다.


돈은 있고 힘도 셌지만, 영국은 섬나라라 좋은 와인을 만들 여건은 되지 않았다. 17세기에 프랑스의 미식가였던 Charles de Saint-Evremond이라는 사람이 런던의 Duke 공작과 Earl 백작 등에게 파티나 연회가 있을 때마다 샹파뉴의 화이트 와인(스파클링이 아님)을 가져가게 된다.


여기서 원래 샹파뉴 지역은 나무통을 사용해 와인을 운반하였지만, 17세기 영국은 이미 석탄 연료를 사용하여 내구도가 좋은 유리병을 만들게 되고, 이 유리병에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로마인이 사용하였던 코르크 마개를 재발견하게 된다.


당시 샴페인 지역의 겨울은 워낙 추웠기에, 발효가 금방 멈추게 되고, 와인 안에 잔당 Residual sugar 가 남게 되고, 온도 때문에 효모 Yeast 활동이 멈추는데, 이것이 영국에 배송이 되어 온도가 높아지면 발효를 시작하게 되고, 코르크 마개로 막혀있는 와인은 서서히 압력이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발견을 하게 된 영국은 스파클링 자체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연구를 하게 되다 보니, 1662년 과학자 Christopher Merret 가 최초로 어떤 와인이든 병입 전에 당을 추가하게 되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서술하게 된다.


1715년 루이 14세가 죽은 후, 필리프 2세가 프랑스를 섭정하는데, 그는 샹파뉴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하며, 팔레 호얄 Palais Royale만찬에서 이 와인을 추천하게 되며, 파리에 하나의 붐이 일게 되고, 결국 이는 샹파뉴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로 하여금 샴페인을 개발하게 되는 엄청난 동기가 된다.


모에 샹동의 시초인 끌로드 모에도 와인 중개상이었고, 이와 같은 에페르네의 중개상들이 다양한 포도밭 주인으로부터 포도를 사 와서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프랑스의 역사와 맞물려, 샴페인 하우스는 빠르게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처럼 급변하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 자기들의 SWOT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혁신을 통해 그들의 약점이었던 기후를 극복하고, 결함이라 여겨졌던 기포를 오히려 축복과 승리의 상징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힘.

그 힘이 지금의 모에 샹동의 화려함과 돔 페리뇽의 이름이 지닌 가치를 극대화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프랑스 전체 와인 밭의 4%, 전 세계의 1%에 해당하는 34000 헥타르 정도가 이 곳 에페르네 도시에 위치해있다.


샴페인은 크게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 그리고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 2가지로 나뉘는데, 블랑 드 블랑은 말 그대로 백포도 품종인 샤르도네로 만든 백포도주로 섬세하며, 화이트로 만든 화이트라는 뜻이고, 블랑 드 누아는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 혹은 피노 므니에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기에 블랑 드 누아라고 불리며 조금 더 깊은 풍미가 있다.


테이스팅 룸에 가보면, 특별히 2008 2012처럼 연도가 있는 해가 있는데, 보통 밀레짐이라고도 표현을 하고, 이런 해는 블렌딩을 하지 않는다. 그 해의 작황 상태가 워낙 좋아, 그해만 따로 구분해서 샴페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 해만 따로 생산연도를 표기하여 최고급 와인으로 지정한 와인을 “빈티지 Vintage ”이라고 한다.

2012 모에 샹동 Vintage


뒤집어 말하면, 대부분의 샴페인은 항상 블렌딩, 보통은 샴페인 지역이 춥기 때문에 일정하게 포도 생산이 잘 되지 않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블렌딩 l'assemblage을 하는데, 그래서 대부분 샴페인을 살 때 보면 Reserve라고 적혀있다. 결국 블렌딩을 통해 일정한 맛이 항상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블렌딩을 위해 또 중요한 과정이 9월 말에 이루어지는 포도 수확, 바로 방당쥬 Vendange인데, 특히나 샴페인을 위한 수확에서는 일일이 손으로 포도 수확을 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간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손으로 수확한 포도들의 압착 또한 마을별로 와인 밭 별로 모두 따로 한다고 한다.
에페르네 지역에 총 16개의 와인 밭의 마을이 있는데, 16개 중 15개는 그랑 크뤼, 1개는 프리미에 크뤼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프리미에 크뤼가 더 좋을 거 같지만, 퀄리티 상으로는 그랑 크뤼가 100%, 프리미에는 98~99%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일본의 6 시그마 퀄리티 공법… 어휴 프랑스 오면 손발 들고나가라 할 정도로 생각보다 정말 프랑스는 끈질기고 집요하게 섬세하다.



아! 그리고 샴페인 병에 보면 Brut, demi-sec 이런 표현을 볼 수 있는데 이건 모두 당도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하면 된다.


Extra Brut > Brut > Extray Dry > Sec > Demi-sec > Doux 순으로 달아진다.


참고로 실제 테이스팅 당시에 왼쪽에 있는 호제와 임페리얼의 경우 9그람 정도 설탕이 들어가는데, 가운데 있는 5배나 많은 45그람의 설탕이 들어간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디저트 와인처럼 프와그라나 디저트, 혹은 매운 음식과 궁합이 맞다고 한다.


테이스팅 당시 역시 맛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러 와이너리 방문을 하면서 마셔본 루아르 지역의 크레망 혹은 내추럴 와인들보다도 압도적으로 맛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What is natural wine @wine folly

 아, 내추럴 와인은 또 뭐야? 할 수도 있는데 기존의 와인들은 와인이 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이산화황 같은걸 넣는다면, 내추럴 와인은 그런 화학적인 것들을 최소화시킨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만든 크레망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사실 상큼함과 기포면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그 내추럴 와인이 맛있긴 했다. (아 물론, 돔 페리뇽을 못 마셔봐서 그럴 수도..)


모에 샹동이 비싸다고 해서 그게 꼭 내 취향일 필요가 없으며, 비싸다고 맛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한국에서도 모에 샹동을 마셔보곤 했지만, 모에 샹동은 그냥 그 역사를 즐기고 음미하면 된다. 어찌 됐건, 가장 현재의 샴페인의 의미를 가장 확대 재생산하고, 샴페인이라는 문화 자체를 유지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공신을 한 의미가 있으니까.


어차피 모에 샹동은 맛으로 취한다기보다, 샴페인을 마신다는 그 행위에 취하는 것에 가까우니까.


사실 그다음 편에서 소개할 에페르네 와이 밭이 내려다 보이는 Nicolas Moreau에서의 와인 테이스팅 당시에 와인이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그냥 상큼하고 가볍고 경쾌한 맛이었는데, 선물을 해서 받아보신 분도 정말 만족을 해서 또 먹고 싶다고 연락이 오셨을 정도니까 말이다.


Nicolas Moreau 와인 하우스


그럼 다음 와이너리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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