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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유산, 에페르네 언덕 위 샴페인 하우스

80년 4대째 샴페인 가문을 이어오는 니콜라스 모로

앞선 에페르네 투어에서 처음 샴페인 하우스를 들렀을 때, 관광센터에서 테이스팅을 해보았던 니콜라스 모로.


니콜라스 모로의 Brut Prestige 테이스팅

당시 테이스팅에서는 블랙 프레스티지 밖에 맛보지 못했지만, 실제 샴페인 하우스에 가면 에페르네 전경도 볼 수 있고, 샴페인도 더욱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다는 니콜라스의 말에, 얼른 모에 샹동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에 가보기로 했다.


특히 나는 조금 도시의 높은 곳에 가서 전경을 보는 걸 참 좋아하는 편인데, 유럽에서는 산 자체가 많지 않아 그런 면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니콜라스 모로 샴페인 하우스는 심지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샴페인 언덕의 가장 끝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하고 있으며 할아버지부터 이어져온 4대째 가문이라고 하는 점, 그리고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Eco-Responsable라는 점도 마음에 들어 꼭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미 모에 샹동으로 테이스팅을 해서 취기도 오른 상태라,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나도 멋 모르고 처음에 와이너리 비지팅을 할 때는 욕심이 나서 여러 군데 와인 투어 + tasting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정이 너무 조급했던 경우가 많은데, 권장하기로는 하루에 와인 투어는 정말 가고 싶은 곳 하나 정도, 그리고 tasting은 하루에 2개가 적당하다.


일반적으로 예약 없이 가는 테이스팅의 경우, 정말 그냥 와인 샵 + 테이스팅 룸에서 가서 가장 대표적인 와인 2-3개 정도만 테이스팅 하지만, 약속을 잡고 방문하는 테이스팅의 경우, 와이너리 주인분이 꺄브에서 배럴 통에서 스포이드로 와인을 뽑아 마시면서,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다 보니, 최소한 2-3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오전 방문 / 오후 방문 / 그리고 숙소에서 휴식 정도로 과하지 않게 일정을 잡아두어야 마음 급하지 않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넉넉히 들을 수 있다.

에페르네 도심 지도.


자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에페르네처럼 작은 도시에 올 때는 어디서 밥을 먹어야지 하는 고민도 많이 생긴다. 정리하면, 프랑스 어디를 가도 가장 신뢰가 될 만한 정보는 관광센터 + 구글맵 리뷰이다.


우선은 그 관광센터에서 지도를 얻으면서, 슬쩍 이따가 점심을 먹고 싶은데 이 지역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을 팔거나 가격이 무난한 곳을 알려달라고 하면, 정말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많이 알려주는 편이다. 어느 도시를 가도 프랑스는 신도시는 기차역, 구도시는 Cathederale  혹은 Église (성당, 프랑스는 가톨릭이 주 종교)이 마을의 항상 문화적, 경제적인 중심을 하고 있기에 이 성당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찾아봐도 된다.


번외로, 프랑스에서 이름을 들어봤다고 할 만한 도시는 성당 투어만 해도 상당히,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샤르트르 대성당, 아미앵 대성당, 렌느 대성당 등등등)


에페르네의 이태리 식당 La Sardaigne

식당에 구글맵을 찍고 도착하니 오른쪽 뒤로 보이는 성당이 참 아름답다. 아, 미리 자리도 예약해두면 좋다. 요즘은 구글에 예약 기능이 있는 레스토랑도 많다. 특히 La Fourchette 같은 어플을 연동해서 하면 포인트도 쌓을 수 있는데, 시골 식당들은 그런 경우는 잘 없어, 최소한 점심시간 전 11시나 11시 반쯤 전화하자.


  Bonjour, Je veux reserver pour 3 perssones a 12:00

봉쥬흐, 즈 브 헤제흐베 푸흐 트호와 페쏜느 아 두줴흐
 12시에 3명 예약하고 싶어요.

Alors, je vais le verifier, voila, c'est bon. c'est noté!

알 로흐, 즈 베 르 베 히피 헤,  보알라, 쎄 봉. 쎄 노떼~
아 음, 확인해볼게요, 음.. 아! 돼요! 기록해뒀어요


정말 간단한 불어로 격식 없이 이야기해도, 불어만 쓴다는 것에 외국인이라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면 전화기 건너편에서 보통 경쾌하게 느낌의 답변을 받으면, 대게 문제없이 예약된 편이고, 메ㅎ씨 오흐부아~ 하면 된다.

트퍼플 버섯이 올라간 크림 리조또

드디어 식당 도착. 우리가 온 곳은 이태리 레스토랑인데, 이태리 레스토랑일수록 트러플 크림 리소토 혹은 파스타 종류를 먹어보길 권한다. 일단 식당 셰프들은 요리를 잘 만들고, 특히나 크림 + 트러플 자체는 배합이 잘 되고, 재료가 좋아야 하는데, 다른 알리오 올리오, 뭐 볼로네즈 이런 거야 스스로도 쉽게 해 먹어도 맛있지만, 크림 파스타 자체는 느끼한 편도 많으나, 트러플 크림 파스타는 트러플 향이 우리나라 재료인 참기름과 너무 닮아 있어서, 그 느끼한걸 다 잡아준다. 그리고 맛있는 집은 정말 맛있다.

현지 맥주 1625와 그 맥주 잔

 또 나는 여행지에 가면 식당에서 로컬 맥주를 마신다. 맥주도 와인처럼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고, 마시면 일단 시원하고 이곳이 아니면 못 먹어보고, 콜라야 탄산 + 설탕이지만, 최소한 맥주는 술이라 음식에서 부족한 양을 바로 에너지로 채워주기 때문에 특히 여행 시 지쳤을 때 맥주로 마시면, Apretif 식전 주로 몸을 덥혀주기도 하고, 지쳤을 때 빠르게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에페르네 도심에서 니콜라스 모로로 향하는 길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 대망의 니콜라스 모로로 네비를 찍고 출발. 이래저래 언덕을 한창 올라갔다. 에페르네는 샴페인 하우스들은 Avenue de chmpagne에 모두 모여있어 테이스팅 및 꺄브만 볼 수 있고, 나머지 와인 밭은 별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스 모로는 그 언덕 위에 작은 개인 집 같아 보이는 곳에 직접 살면서 바로 앞에 있는 와인 밭에서 바로 포도를 따서 만들고 있었다.


니콜라스 모로에서 내려다보는 에페르네 전경

참 시원했다. 언덕 위라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광경이 참 좋았고, 문득 이 에페르네라는 도시가 몇백 년 전부터 이렇게 와인을 키워왔을 터인데, 수 세대가 걸쳐 내려오면서 쌓여온 와인 생산의 역사. 그것이 하나의 마을로 오롯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집 같던 니콜라스 모로 입구 주차장


사실 작은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이기에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이미 이 샴페인도 4대째 이어져 오고 역사가 있고, 그렇다고 맛이 모에 샹동이 뒤지냐? 전혀. 오히려 나의 단골손님 한 분은 비싼 거 다 드셔 보셨는데도 오히려 여기 샴페인을 마시고는 너무 마음에 드셔서, 최근에 또 6병을 더 사고 싶다 하셔서 주문까지 했다.


프랑스 와이너리 현장에서 와인을 사는 메뉴판

보통 현장의 와이너리나 특히 와인 박람회 같은 곳에 가면 위와 같은 식으로 종이를 많이 준다. 해당 와인 도메인에서 나오는 와인들 Nos Cuvées라고 표현이 되고, 당연히 현장에서 사는 가격이 파리 같은 곳에서 사는 가격보다 대부분은 싸다. (모에 샹동은.. 전혀 그렇지 않음 현장도 비싸...ㅠㅠㅠ) 파리에서 구매를 하게 되면, 보통 프랑스 국내 배송으로 6병 단위로 13유로 정도가 붙는 거 같다. 그래도 와인은 온도가 중요하고 해서 그런지 대개 1-2일 만에 배송이 된다. 신선물 전용 택배 크로노 프스트 같은 것을 이용하는 듯하다.


관광 센터에서는 이들의 가장 좋은 Brut prestige을 마셨는데, 보통 이런 건 선물하거나 이벤트 용으로 사면 좋고, 우리는 직접 마실 거였기 때문에 위에 있는 Brut Carte d'or / Brut Reserve / Brut rose를 모두 테이스팅 해보았다. 역시 Rose 샴페인은 아래와 같이 참 색이 이쁘다. 일반 화이트 샴페인보다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역시 Carte d'or  16유로인 반면에, Rose는 20유로 가격 차이가 난다.


아름다운 로제 샴페인 컬러


Reserve는 설명을 보면 100% chardonnay  (백포도)로 만든 샴페인.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샴페인 도시는 백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아닌,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하나의 혁신이었고, 실제로 적포도 만든 화이트 와인이 좀 더 깊고 풍미가 있는 맛이 있다. 정말 가볍게 마시는 게 좋다면 샴페인을 고를 때 Chardonnay 100% [blanc de blanc]을 고르고, 그렇지 않다면 Brut Carte D'or처럼  Pinot Noir와 Pinor Meunier 같은 적포도를 혼합해서 만든 [blanc de noir] 샴페인의 원래 혁신적인 스타일을 즐겼으면 한다.

Carte d'or Brut

역시 나의 기대에 맞게, [blanc de noir]인 Carte d'or 가 제일 맛있었다. 요 샴페인도 Brut과 Demi-Sec 2가지가 있는데,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원래는 샴페인은 초기 생산 당시에는 달달한 편이었다. 많이. 하지만 현대에 오면서 샴페인 하우스들이 점점 당도를 빼고 드라이하게 먹게 되는 트렌드로 바뀌게 되었는데,


당도 : Extra Brut < Brut < Extra Dry < Sec < Demi-Sec < Doux


순이다. 설탕이 많을수록 음주에 후에 머리가 아플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고. Sec이 건조하다는 말이라 언뜻 생각하면 덜 달 거 같지만, 위의 순서만 알아 두면 취향에 맞게, Brut를 할지, Demi- Sec으로 할지 본인 취향에 맞게 결정하면 된다.

1932년 Eli Moreau로 부터 시작된 Nicolas Moreau

장인 정신이 일본에서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겐 프랑스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보면, 한 번 나의 삶이 진로가 정해지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환경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내가 어느 뿌리서 나왔고, 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시간을 이네들은 어린 시에 많이 보내는 것 같았다.

nocolas moreau의 아버지 Fabrice Moreau

해당 와이너리의 현재 이름을 가지고 있는 Nicolas Moreau 청년도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며, 와인 경영 학교에서 와인 재배 라이선스를 따고, 스스로 라벨링 디자인과 포장도 고민해보고, 2019년에는 HVE 환경 인증도 받는 등, 단순히 아버지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계속 하나씩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거창한 모에 샹동이 아니더라도, 자기네들 가족만의 이야기를 조금씩 이어나가며 혁신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 그것이 내게는 문화유산 그 자체로 보였다. 이것이 유네스코가 지키고자 하는 인류의 가치 아닐까?


결국 문화 가치 그 자체는 사람의 숨결과 역사에서 태어나는 것이니까.


나에겐 모에 샹동은 서울의 이름 있는 화려한 미슐랭 호텔 레스토랑이라면, 이런 숨겨져 있지만 가족적이고 작은 곳은 동네에서 아는 사람들은 알기에 가서 적절한 가격에 편하게 즐기는 로컬 맛집 같은 곳이다. 내가 한국에서 찾아 수출하고 싶은 와인은 바로 이런 와인들이다.


그저 화려하고 비싼 마케팅으로 범벅되어, 항상 격식을 차려서 먹는 사치품이 아닌, 정말로 일상에서 생각이 나면 아 맛있었는데, 이번 주에 또 먹어봐야지 하고 즐길 수 있는 기호품으로써, 단순히 와인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와인이 어느 가족 혹은 누구로부터 생산되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내었고, 어떤 기호의 사람들에게 맞을지 그것들을 찾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해주는 것.

이번주에도 도착한 니콜라스 모로 샴페인들 반가워!

코로나가 너무 많은 교류를 막고 있지만, 글로벌 사회, 지구 시민라는 단어가 이렇게 발전된 통신과 교통 앞에서 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역할의 교두보가 되어 유럽이라는 대륙에서 나는 열심히 나아가 보려고 한다.


새롭게 개발한 와인 사업 로고

브런치에 하나하나 글을 올리다 보니 불안했던 요즘의 생각들도 정리가 되고, 자꾸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자극이 생긴다. 덕분에 나도 어떤 가치로 와인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나만의 와인 사업 로고 브랜드도 새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술고래라는 말을 장난처럼 쓰는데, 나는 정말 내 친구들 기준에서는 고래처럼 술을 많이 마시기도 하나보다. 실제로 고래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이 고래를 와인잔에 넣어보았다.


유럽 대륙이라는 이 문화의 바다에서 와인을 찾아 헤엄치는 고래가 되고 싶은 꿈을 담아,

혁신의 누적이 만들어낸 샴페인처럼, 나도 하루하루를 새롭게 나아가 보자 한다.


꿈꾸는 라 발렌느! La Baliene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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