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래동 유채꽃과 벚꽃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밖에 잠시 외출했다가 호텔로 돌아가던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 갈림길에서 벚꽃이 만발한 길을 발견했다. 그리고 호텔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까 그곳에는 유채꽃이 만들어내는 노란 물결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두 장소를 보기 위해 우리는 호텔에서 나왔다. 오늘은 우리가 머문 호텔, 히든클리프 네이처 호텔 근처에 있는 벚꽃길과 유채꽃밭을 소개하려고 한다.
"저기 봐바. 노란 유채꽃이 가득하네. 이따가 나가보자."
우리가 머물렀던 히든클리프 호텔은 주변으로 자연이 감싸고 있다.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남쪽으로는 예래생태공원 방면이 보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베란다로 나가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데, 멀리 노란색이 가득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유채꽃이었고, 마침 유채꽃을 보고 싶었던 우리는 잠시 쉬었다가 이곳에 가보기로 했다. 잠시 후 호텔을 나온 우리는 방에서 봤던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예래생태공원 주차장 바로 옆에 있었다. 그래서 예래생태공원을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원에서 벚꽃을 감상하고, 이곳으로 와서 유채꽃까지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예래생태공원에 주차장도 꽉 차고, 사람도 많아 보여서 이날은 일단 유채꽃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요즘에 유채꽃은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라는 이름에 담긴 감성의 힘 때문일까, 제주도의 유채꽃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곳에 있는 유채꽃밭이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에 비하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한껏 유채꽃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유채꽃 뒤로 보이는 한라산의 모습이 더해져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만의 유채꽃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 즈음에 빠짐없이 보는 유채꽃이지만, 볼 때마다 예쁘고 기분이 좋아진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 배경으로 있기에 올해는 유채꽃이 훨씬 더 예쁘게 보였다. 잠시 멀리서 바라보던 우리는 유채꽃밭 안으로 들어섰다. 꽃이 워낙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꽃에 담긴 꿀을 찾아 헤매는 벌이 많아서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냥 한켠에서 유채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노란 물결을 한동안 감상하고 차로 돌아왔다.
"와! 저기 벚꽃길 봤어? 저기로 가보자. 너무 예쁜데?"
"정말? 알았어, 차 돌릴게."
우리는 유채꽃을 보고 카페를 가기 위해 중문관광단지에 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열심히 앞만 보고 운전을 하고 있는데, 짝꿍이 갑자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호텔로 가는 길을 잠시 미루고, 차를 돌리라고 했다. 나는 짝꿍이 무엇을 봤는가 궁금해하면서 짝꿍이 안내하는 곳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림같은 벚꽃길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짝꿍이 왜 그토록 강하게 감탄했는데 비로소 이해가 되었고, 나도 눈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는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뜻밖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었다.
근처에 차를 대고 우리는 화려하게 피어난 벚꽃 나무 아래를 걸었다.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올법만 풍경이 눈 앞에서 펼쳐져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한적한 시골 동네라서 지나다니는 차들도 많지 않았다. 즉, 우리는 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마음껏 오롯이 감상할 수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한가득 벚꽃을 피어낸 나무들을 평범한 시골마을의 한적한 길을 벚꽃 터널로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 터널을 오가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이 길은 위로 보이는 벚꽃 터널뿐만 아니라, 우리가 걷는 길 위에도 벚꽃잎이 떨어져서 핑크색 카펫이 깔려있었다. 그렇게 벚꽃길을 걷는데 마치 벚꽃이 우리를 환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벚꽃길에는 벚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걷다 보니 빨갛게 피어난 동백꽃이 이곳저곳에 탐스럽게 피어있었다. 온통 핑크빛이 가득한 거리에 빨간 동백꽃은 단연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핑크색과 짙은 빨간색이 합쳐지면서 예래동의 평화로운 이 시골길은 화려하게 변신했고, 우리는 그 화려함 속에 잠시나마 머물렀다. 벚꽃터널을 오가며 한동안 꽃놀이를 즐겼고, 배꼽시계가 알람을 울리고 나서야 그 길을 떠났다. 짝꿍이 우연히 발견한 공간에서 우리는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받았다. 앞으로 이 시기에 제주도를 또 가게 된다면 이 길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때까지 이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