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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05. 2024

[제주도] 벚꽃의 아름다운 향연

서귀포 예래생태공원

벚꽃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했던 4월 둘째주, 나와 짝꿍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짝꿍이 한주 동안 휴가를 얻어서 짧게나마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따뜻한 남쪽으로 도피했던 것이다. 천천히, 쉬엄쉬엄 여행을 했기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나와 짝꿍의 제주도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낼 것이다. 그럼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서귀포에 있는 벚꽃 명소인 예래생태공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 뭔데 이렇게 차가 많아? 궁금한데 내일 오전에 들러볼까?"

"그래! 여기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벚꽃 명소래. 사람 없을 때 와보자!"


우리가 제주도를 여행하는 동안 숙소 두 군데서 지냈다. 숙소 하나는 남쪽인 서귀포, 다른 하나는 북쪽인 제주에 있었다. 서귀포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는 히든클리프 호텔이었는데, 예전에도 한번 묵었던 적이 있었던 곳으로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다시 한번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숙소에 머무는 도중 근처를 드라이브 겸 산책하러 둘러보다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와 사람이 가득한 곳을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왜 저렇게 사람이 많은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곧장 지도와 인터넷을 찾아본 우리는 그곳이 벚꽃으로 정말 유명한 예래생태공원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그 장소로 달려갈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서 다음날 오전에 다시 오기로 했다. 지금 가봐야 사람에 치이면서 다녀야 하고, 사진도 제대로 못 찍을게 뻔하기 때문에 오전에 사람이 조금을 덜 많을 때 와서 벚꽃을 제대로 즐기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공원 주차장과 그 근처를 살짝 봤는데, 공원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더군다나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더 적을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뻔했기에, 굳이 사람 많은 이 시간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이날은 아쉬움을 삼킨 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 발자국 물러서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난 후, 바로 호텔을 나와 예래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주차장부터 차가 많지 않았다. 공원 안으로 들어섰는데, 너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원이 우리는 반겨줬다. 공원 안에는 사람보다 꽃과 나무가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왔고,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보다 공원 가운데로 조잘조잘 흐르는 개울의 물소리가 더 잘 들렸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벚꽃과 그 아래 노란 빛깔을 뽐내는 유채꽃이 공원을 화사하게 밝히고 있었다. 여행을 오기 전에 제주도에서 벚꽃을 볼 수 있을까, 우리의 여행 시기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 벚꽃이 만개한 예래생태공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길을 따라 공원 안을 걸었다. 예래생태공원은 가운데 개울이 흐르고, 개울 양 옆으로 벚꽃나무와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으며, 그 꽃 옆으로는 산책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공원이 얼마나 크고 우리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우리는 무작정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를 따라 벚꽃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굽은 길을 돌아 나올 때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했다. 적당히 걷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그 때마다 우리 눈 앞에 나타나는 풍경이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마치 본인 있는 데까지만 와보고 가라는듯이 본인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까지 가보면 그곳에서 또다시 다른 풍경을 보게 되고, 그러면 다시 그 풍경을 보기 위해 조금 더 걸어갔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공원 산책로를 따라 꽤 많이 걸어온 우리는 진짜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도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 우리를 유혹했지만, 그 유혹보다 더 강한 유혹이 우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 유혹은 바로 화장실이었다. 



우리는 온 길을 그대로 거슬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면서 본 풍경이라 돌아가는 길은 시간이 조금 덜 걸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원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벚꽃나무는 저마다 우리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보통 걸어갈 때 앞만 보고 걸어가고 뒤를 잘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뒤에 있는 모습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똑같은 길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임에도 우리가 앞서 봤던 것과 다른 풍경을 마주할 때가 많았다. 어떤 곳에서는 우리가 지나온 길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풍경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꾸만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번 봤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니 낯선 아름다움을 많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원에 들어선지 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우리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둘러보면서 벚꽃과 사진을 몇 장 찍은 후에 다른 곳으로 가려했던 우리의 계획은 완전히 기분 좋게 틀어졌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공원의 아름다움에 빠져있었는데,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한시간도 넘어 있었다. 그만큼 봄을 맞이한 예래생태공원은 아름다웠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많은 공원처럼 그냥 벚꽃만 무성하게 피어나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이 공원은 벚꽃나무 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이 공원만이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더해졌다. 그 모습이 동화 혹은 애니메이션에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이미 충분히 알려진 곳이지만, 그래도 봄에 찾아올 새로운 장소 한곳을 더 발견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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