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
함덕 바다에 도착하면, 이곳의 해변과 바다를 즐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함덕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서우봉에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함덕의 청명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저기 올라가는 길 있네. 별로 안 높은 거 같은데, 올라가 보자!"
함덕해수욕장에서 옆을 바라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보인다. 별로 높지 않은 이 언덕의 이름은 서우봉, 함덕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푸르고 청명한 함덕 바다를 바라보며 걸으니, 우리는 금방 서우봉으로 오르는 길에 다다랐다. 그 길을 올라가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한 걸음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멘트 포장이 된 넓찍한 길을 5분 남짓 오르자 흙으로 된 오솔길이 나왔다. 그 길로 들어서기 전에 우리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함덕의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있었다. 함덕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순간 이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멋있어서 그만 올라가고 여기서 풍경만 실컷 구경하다 내려갈까도 잠시 고민했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함덕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별로 오르지도 않았고, 앞으로 사람들이 계속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는 함덕의 바다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흙길로 들어섰고, 앞서 가는 사람들을 뒤따랐다.
이 오솔길은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한없이 만끽하면서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듬성듬성 피어있는 노란 유채꽃이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잠시 멈춰서서 바다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길이 좁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가 멈추면 뒤따라 오는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기에 우리는 멈춰 설만한 공간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유채꽃 옆으로 들꽃 친구 하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꽃은 이내 우리 앞길을 화려하게 수 놓고 있었다. 이 꽃이 나타날 즈음에 잠시 발걸음을 멈출만한 작은 공간 하나가 나타났고, 우리는 뒤에 오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며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만 갈까?"
"그러기에는 저 위에 모습이 너무 예쁜데?"
잠시 바다를 바라보던 우리는 이곳에서도 올라가던 길을 멈추고 내려갈까를 고민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고, 내려가서 함덕해수욕장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위쪽을 바라봤는데, 그곳의 풍경이 너무도 화사했다. 한가득 피어난 꽃들이 우리를 향해 손짓했고, 우리는 그 부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비슷했더라면 아마 우리는 더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가지 않은 그곳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꽃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봤다. 그렇게 우리의 대답은 비교적 쉽게 나왔다. 잠시 내려가려던 우리의 고민은 금방 사그라들었고, 우리는 오던 길을 그대로 이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올라가자 꽤 넓찍한 공간이 나왔다. 사람들이 모여서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풍경을 감상하는 장소였는데 서우봉 정상인 것 같았다. 그곳에는 유채꽃이 가득 피어있었고, 그 너머로는 파란 함덕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유채꽃의 노란색과 이름 모를 들꽃의 핑크색이 그 뒤로 보이는 바다의 파란색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유채꽃밭 사이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비교적 평탄한 지역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 모습을 안보고 중간에 뒤돌아 내려갔다면 많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답고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우리는 이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를 오가는 동안 우리는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조용히 그 순간을 즐겼다. 얼른 내려가서 함덕해수욕장을 걸으려던 우리의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다만 계속해서 서서 그 풍경을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슬슬 내려가야 할 시간임을 인지했다. 우리는 온 길 그대로 내려왔다. 올라가면서 한번 봤던 길이었지만, 내려오는 와중에도 그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우봉 등반(이라 쓰지만 실제로는 산책 정도이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