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를 들은 후에 우리는 다음 병원 방문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 정기 진찰때 정밀초음파를 보기 때문이다. 정밀초음파는 입체초음파로 태아의 모습을 훨씬 더 자세하게 보여준다. 당연히 화질도 일반 진찰실에 있는 초음파보다 좋기 때문에 태아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상태에 따라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또 몇주가 흘러 우리가 기다리던 날이 되었다.
"과연 하늘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하늘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를 하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던 우리는 평소에 가던 진료실이 아닌, 다른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은 입체초음파를 보는 전용 방으로 짝꿍은 곧장 진료용 침대에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짝꿍 옆에 앉아 앞에 놓인 모니터를 함께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내 방에 불을 꺼지고 본격적으로 초음파가 시작되었다. 입체초음파는 우리가 이전에 일반 진찰실에서 봤던 초음파와 확실히 달랐다. 훨씬 더 선명했고, 자세하게 하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와 짝꿍은 단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평소보다 영상에 더욱 집중했다.
심장, 몸통, 다리, 팔, 손, 발 등 몸 구석구석을 훑어본 이후, 하늘이의 얼굴을 볼 차례가 되었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몹시 궁금했던 우리는 커다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영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계속된 터치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웠던 것인지 하늘이는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영상에서 우리가 본 것은 하늘이의 등과 척추였다.
그래도 모든 것이 정상이고, 잘 크고 있다는 말에 깊은 안도감과 감사함을 느꼈다. 아쉽긴 했지만 그깟 얼굴이야, 다음에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우리의 아이로 무탈하게 태어나기를 다시 한번 간절하게 소망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이의 척추뼈가 드러난 초음파 사진을 손에 쥔 채 병원을 나섰다.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얼굴은 하염없는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