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국 데본] 감성 가득한 마을

토트네스(Totnes)

by 방랑곰
IMG_2142.JPG


"오늘 아빠 친구가 토트네스라는 곳을 추천해 주셨대. 여기 한번 가보자."


나와 짝꿍은 짝꿍의 가족이 있는 영국 콘월에서 한달간 여름을 보내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우리는 콘월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주변을 탐방했고, 때로는 조금 더 멀리 데본까지 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가 여행으로 다녀왔던 곳 다트머스(Dartmouth)라는 마을인데,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할 예정이다. 다트머스에 간다고 짝꿍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한 친구분께서 다트머스 가는 길에 토트네스라는 마을에 들려보라고 추천해 주셨다고 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까 정말 가는 길목에 토트네스가 있었고, 사진으로 보기에도 예쁘고 흥미로워 보여서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짝꿍 가족이 살고 있는 포트리스(Portreath)에서 토트네스까지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다. 중간에 차가 조금 막히기도 해서 약 2시간 남짓 걸렸는데, 새로운 장소를 볼 설렘 덕분인지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중간에 콘월도 데본에서 가장 큰 도시인 플리머스(Plymouth)를 지날 때에는 이 도시를 둘러보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할 듯 하여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보자고 짝꿍과 이야기했는데, 결론적으로 이 대화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플리머스라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을 미련 없이 포기할 정도로 매력적인 경험을 이번 여행에서 하게 됐기 때문이다.


IMG_2143.JPG
IMG_2146.JPG
IMG_2147.JPG
IMG_2163.JPG


"여기 느낌 좋은데? 얼른 차 대고 가보자."


토트네스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장을 찾기 위해 마을 중심 주변을 차 안에서 둘러보게 되었다. 둘러보는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차 안에서 매력적인 토트너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얼른 주차장을 찾아서 차를 대고,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지도상으로 볼 때는 작은 규모의 도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까 도시라기보다는 시골 마을에 가까웠다. 그리고 정식 행정구역도 시(city)가 아니라 마을(town)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 마을을 보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의 도시는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많지만, 시골은 특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고유한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토트네스 마을 탐방에 나섰다. 마을 중심부로 들어서자 좁은 도로와 양 옆으로 상점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상점은 프렌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지역 고유의 상점이었고, 그래서 토트네서만의 분위기를 조금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덕분에 활기찬 느낌이 한껏 전해졌다. 이 중심 거리에서 우리는 카페 한 곳에 들어가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곳까지 운전하는 동안에 짝꿍은 옆에 앉아서 잠시 들를만한 카페를 열심히 물색했고, 그중에 우리 마음에 드는 한 곳을 발견했다. 이 카페에서 우리는 커피와 함께 간단하게 허기를 달랬다.

IMG_2152.JPG
IMG_2153.JPG
IMG_2158.JPG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온 우리는 다시 마을 탐방에 나섰다. 카페에 들어서기 전에는 마을의 중심 거리를 거닐었다면, 이제는 조금 뒷골목까지 천천히 둘러볼 시간이었다. 토트네스가 마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편이라서 중심부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다른 곳에 온 것처럼 조용하고 평온해진다. 중심가에서 불과 1~2분만 들어가면 토트네스성(Totnes Castle)이 나오는데, 이 성까지만 가도 주변 분위기가 한결 조용해진다. 이 성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닌지 사람들이 붐비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메인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성 옆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돌로 된 담벼락 옆에 작게 난 오솔길을 지나면 바로 교회가 나온다. 영국의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 건물은 웅장했고, 그 주변으로는 녹색 공간이 가득했다. 이곳이 토트네스 주민들의 쉼터인 듯,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렇게 영국 곳곳을 여행할 때마다 교회가 실생활과 정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순히 종교적 정체성을 넘어, 영국 사람들의 생활에 교회가 커다란 축이 되어 있어서 그 중심으로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곳에서도 교회라는 공간이 단순히 종교적 숭배를 목적으로 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IMG_2160.JPG
IMG_2165.JPG
IMG_2166.JPG


우리는 교회를 돌아 다시 메인 거리로 나왔다. 그곳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거리에 있는 상점과 카페의 유혹을 뿌리치고 교차로까지 걸어가니까 다리가 나왔다. 당연하게도 그 다리 아래로는 강이 흐르는데, 이 강이 다트강(River Dart)이다. 다트강은 남쪽으로 흘러 다트머스를 지나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흐르는 영국해협으로 들어가고 결국 대서양까지 흘러간다. 다트강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 강줄기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강을 따라 작은 마을과 숲이 이어지면서 그림 같은 모습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토트네스도 다트강 주변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잔잔한 강물과 그 위에 정박해 있는 배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이어지는 녹지 공간은 보기만 해도 평화롭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 목적지가 없고, 이곳에서 조금 더 시간이 보낼 수 있었더라면 이 강을 따라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리 위에서 이 풍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 가득 담아 이 풍경을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가 목적지로 정해놓은 곳, 다트머스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트네스는 다트머스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곳이지만, 하루 종일 머물고 싶었을 정도로 매력과 감성이 가득한 동네였다. 이 마을은 런던에서 콘월로 오가는 기차가 멈추는 거점이기도 하기에, 콘월이나 데본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한번쯤 내려서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IMG_2168.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