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스튜디
어느날 짝꿍이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가보고 싶다는 장소를 한곳 발견했다. 그 장소가 바로 오늘 소개할 선샤인스튜디오인데, 서울에서 거리가 다소 있어서 꽤 오랫동안 저장만 해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부모님을 찾아뵌 날, 내 고향에서 논산이 그렇게 멀지 않아서 당일로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는 이왕 가는 김에 부모님도 함께 가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하늘이까지 포함해서 5명이 논산으로 향했다.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가격: 성인 10,000원 / 청소년 8,000원 / 소인(만3세~12세) 6,000원 / 경로(65세 이상) 6,000원 / 36개월 미만 무료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6시 / 매주 목요일 정기휴무
주차장 무료
선샤인스튜디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세트장이다. 그리고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미스터선샤인'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그 이후에도 관광지나 다른 작품의 세트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스터선샤인이라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큰 흥행을 기록한 덕분에 이곳도 많이 알려졌고 지방에 있음에도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지금껏 잘 볼 수 없었던 개화기를 배경으로 만들어 놓은 세트장이라는 점도 이곳만의 특별함과 매력이었다.
표를 사고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부터 계단을 마주했다. 우리는 유아차가 있었기에 어찌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직원분이 나와서 옆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철문이 있었는데, 우리를 위해 그 문을 열어주셨다. 차가 드나드는 문처럼 보였는데, 유모차나 휠체어가 오면 이 문을 통해 이동하면 된다. 스튜디오 내부를 관람할 때도 중간중간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이 있긴 하지만 유아차를 끌고 관람하기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작은 골목까지 조금 더 내밀하게 보고 싶다면 유아차나 휠체어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선샤인스튜디오는 개화기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의 작은 마을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 안에 상점, 빵집, 호텔, 음식점, 전차 등 그 당시의 일상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나도 이곳을 둘러보면서 정말 흥미로웠는데, 외국인인 짝꿍의 눈에는 더욱 흥미롭고 새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듯 이곳은 평상시 보는 한국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과거의 한국을 생생하게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우리는 건물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구경했다. 호텔 간판을 보고 들어간 곳에는 미스터선샤인 드라마 일부가 방영되고 있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까 카페가 나왔다.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카페라서 잠시 머물다 가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하면 항상 시간에 쫒기기에 카페는 스윽 둘러보고 나오는 걸로 만족했다. 호텔을 나와서 앞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 보기도 했고, 조금 더 걷다보니 빵집도 있었다. 그 빵집 옆으로는 마을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돌다리가 있었는데, 그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다리는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유아차가 건너기엔 어려웠다. 그래서 다리 옆으로 있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갔고, 그곳에는 개화기에 다녔던 전차가 있었다. 유럽 주요도시를 가면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을 자주 타곤 했는데, 이는 지금의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이곳의 전차 모형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전차가 다시 생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전차가 도로 위를 함께 달리면 교통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지하철보다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차 선로를 따라 걸었다. 그 양 옆으로는 그 시기에 있을 법한 상점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모든 건물을 들어가 보기에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밖에서 살짝 엿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물이 많았다. 그러다 우리는 어느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짝꿍이 현재 문화역서울284로 활용되고 있는 옛날 서울역 같다고 한 건물 앞이었는데, 실제로 그곳은 당시 한성전기회사 건물을 본 뜬 건물이었다. 나도 짝꿍의 얘기를 듣고 보니 진짜 문화역서울284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전기회사 건물답게 내부에는 백열전구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약간의 붉은 빛이 감도는 전구 덕분에 건물 안은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전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간 발코니에서 멋드러진 마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한성전기회사 건물까지 보고 스튜디오 관람을 마쳤다. 이곳을 나가기 전에 아이가 밥을 먹을 시간이어서 먹일만한 장소를 찾다가 수유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유실은 선샤인스튜디오의 상징과도 같은 글로리호텔 근처에 있었다. 사실 촬영 세트장이라서 수유실이 있을 거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편하게 밥을 먹일 수 있었다. 아이가 배를 채운 후에 우리는 스튜디오는 나왔다.
선샤인스튜디오는 생각보다 더욱 흥미로웠고 괜찮았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이라서 관람하는 내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스튜디오 크기에 비해 가격이 그렇게 착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의 과거 모습이 보고 싶다면 정말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