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갑자기 거제도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이번 주가 다들 고비라는 것을 안다. 월요일은 일이 없는 요일이라 어제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뒹굴뒹굴 쉬었지만, 오늘부터는 다르다. 할머니 집에는 가기 싫다고 하고, 그렇다고 학교를 보내자니 걱정도 되지만, 하원이 문제다. 어떤 날은 몇 시에 나오고 어떤 날은 언제 나오고, 그런 계획을 하니 나도 깝깝하지만, 아이가 강하게 부정한다. 원래는 태권도 학원을 들렸다가 학원차를 이용해서 집으로 오는 건데~ 이번 주는 태권도 학원도 휴원을 공지했다. 둘째 아이 유치원도 자가 등 하원이 결정되었고, 대부분 원격수업을 유도하시는 공지를 받았다. 사실 유치원이었으면 걱정 없이 그냥 보냈을 텐데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다 보니, 맘이 다르다.
일단 오전 근무만 하면 되는 화, 수는 아이들끼리 있기로 결정했다. 지난주부터 to do list를 작성해서 실천 중인데, 오늘은 출근 전에 미리 할 것을 다 정리해 두고 나갔다.
초1, 6세라 둘이 놔두기가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우리 아이들은 이상하게 집이란 공간에서 위안을 많이 받는 듯하다. 예전부터 집에 두는 건 분리가 잘 되었다. 6세 아들은 5세부터 따라가지 않고 집에 있겠다고, 떼를 부려서 그것 또한 고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cctv는 어릴 때부터 있던 우리 집 아이템인데 이제 큰아이가 휴대폰이 생긴 뒤로는 켜 두고 나갈 필요도 없다.
그래도!! 엄마 맘이란 게 그렇지 않다.
특히 하루 종일 집을 비워야 하는 날 어쩌나? 하루는 남편이 연차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는 점심 도시락을 싸 두고 갔다가 오는 것으로 일단 정했다. 목요일에 최대 고비다. 그날은 34,56교시 수업을 들어가야 해서 아침먹이고, 사랑을 듬뿍 짧은 시간 주고, 도시락 싸 두고, 그리고 수업에 갈 예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돌봄 교실로 출근하는데 우리 아이는 안 보내는 상황ㅋ 엄마의 선택인 부분이고, 상황이 다 다르다 보니 이런 경우들이 생긴다.
코로나는 참 다양한 사고를 하게 한다. 아직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을 고민하게도 하고, 새로운 방법에 대한 모색을 부축 인다. 앞으로 또 어떤 경우의 수를 만나게 될까?
오늘 내가 맡은 돌봄반에도 결석자가 출석자 보다 많았다. 이번 주만 어떻게 피해보자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등원한 아이들도 그리고 집에서 또 견디는 아이들도 다 안쓰럽다. 등원했던 아이들 모두에게 오늘 한번 도 지적하지 않아도 되었던 말이 있다.
"마스크 바로 쓰자"
예전 같으면 턱스크를 자주 보게 되는데 오늘은 아무도 마스크를 내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집에서부터 당부를 엄청 듣고 등원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때이니까!
오늘 1학년 ebs주제가 전기를 많이 써서 지구가 아프다는 이야기이다. 나에게 지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오늘따라 너무 극적으로 들린다.
"지구가 정말 아프다"
언제쯤 건강했던 지구를 마주 할 수 있을까? 혹자는 말한다. 건강해질 수는 없다고, 다만 더 아프지 않게 보호해 줘야 한다고!
그래도 나는 바이러스 없는 세상이 꼭 오기를 매일 감사일기에 적어 나갈 것이다. 온 우주의 기운이 코로나를 몰아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