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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녀작가 May 08. 2024

꿈풀이

엄마작가

 꿈을 꿨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꿈이었다. 어머니가 내 방에 있던 책을 모두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유채꽃을 담은 흰 자루를 쌓아놓았다. 꿈에서 나는 책을 버린 어머니가 너무 서운해서 화내다 울고 울다가 화를 냈다. 그러곤 눈을 떴다. 


 심리학에선 꿈은 소원 성취라고 한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꿈에서 성취한다는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그런 꿈을 꾸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나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인가? 당황스럽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팔 년이 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꿈을 꿀 정도로 서운함이 남아있다니. 


 나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지 않는 딸이었다. 철이 들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딸이라서 부모님이 서운해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귀한 집에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난 나는 순한 아이였다. 순한 아이답게 어머니가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대학교를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도 나는 따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딸아이가 피아노학원 다닐 때였다. 어머니는 내게 피아노 사려면 얼마 드냐고 물었다. 그러곤 며칠이 지나 돈이 든 봉투를 꺼내주었다. 받지 않으려고 하자 어머니는 대학교 못 가게 한 마음 내려놓는 돈이라고 했다. 나는 그 돈으로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사주었다. 그때 돈을 받은 나로서 아직도 서운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알면 진짜 서운할 일이다. 


 화를 내는 꿈이 소원 성취라면 깨고 나면 좋아야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은 것은 왜일까?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꿈을 교묘하게 연출한다고 했다. 마치 영화에서 주인공을 속이기 위해 중요한 인물이 존재감 없는 행인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것처럼. 그래서 꿈 해석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가 아닌 나는 이번에는 인터넷에 나오는 꿈풀이를 찾아보았다. 어쩌면 버린 책이 아니라 자루에 담긴 꽃이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는 유채꽃은 행운이 오는 길몽이란다, 아차 싶다. 어머니가 방에 행운을 담는 걸 내가 방해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화를 내는 바람에 어머니는 유채꽃자루를 방에 넣는 걸 하지 못했다. 꿈에 아버지가 준 로또 번호를 거부한 적이 있는 난 이번에는 어머니가 주려는 행운을 거부한 것 같아 씁쓸했다. 


 나는 왜 그런 꿈을 꾸는 것일까?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의 충돌인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행운을 주길 바라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내겐 다 있나 보다. 그래서 낮에는 안 된다는 의식이 바라는 마음을 억압하다가 꿈에서는 반대 상황이 되는 것 같다. 아니지, 그런 상황 자체를 꿈꾸는 것이다. 결국 그 꿈은 내면의 모습이었다. 내가 나에게 보여주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어머니께 화내서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때 나를 흔들 듯 휴대전화기가 울었다. 

 “여보세요?”

 “좋은생각입니다. 생활문예대상에 내신 글이 입선에 당선되어 연락드렸습니다.

헉, 이 소식을 듣기 위한 꿈이었나? 꿈에서 화를 내지 않았으면 더 큰 상을 받았을까? 더 큰 상을 바라는 이런 옹졸한 딸을 위해 꽃을 들고 오신 어머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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