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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혁H Aug 25. 2021

송곳

21.05.16.

"시시한 약자들을 위해 시시한 강자들과 싸우는 것이다"

꿋꿋이 일터를 지키려는 정규직들도, 어디 의지할곳 없는 파견직들도, 본사에게 치이는 과장들도 결국 모두 일하는 사람  노동자(勞動者).  때로는 말 한마디에 쉽게 겁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남남처럼 차갑게 무시하고, 때로는 지갑사정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힘겹게 같이가는 사람들의 인간극장.

아직도 머나먼 한국의 부당한 노동 환경과 부족한 노동자 권리를 확연하게 고발하는 데 의의가 가장 컸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막연하고 뻔한 선악 구조로 그려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라고 어떻게 모든면에서 떳떳하고 완벽하겠는가? 누군가에게는 생존권 기본권을 위한 저항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좀 더 나은 조건을 갖기 위한 발판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테니깐. 이 드라마는 그런 지점에서 더 휴머니즘적이다. 노조를 조직하고 투쟁해가면서 현실적으로 생길수밖에 없는 내적인 갈등과 외적인 대립 모두 여과없이 생생히 드러냈다.  악덕사업주로만 보였던 기업 임원진들도 따지고보면 본사로부터 시달리며 살아가는 일꾼들이었는걸...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이익을 좇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가끔은 간사하게 보이기도하지만, 이리저리 실패도 하고 쟁취도 하면서 어렵고 또 버겁게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아주 리얼했고 그렇기에 와닿았다. 연대(連帶)란 참 어려운 행위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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