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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파리 Aug 25. 2020

01. 어쩌다 서른아홉에 프랑스로 간 목사

프롤로그


어떤 삶을 살아가던지 마지막 순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 꼭 한 번은 나답게 살아보고 싶었다.  내 마음이 원할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울까. 나 역시나 종교의 도그 마속에 갇혀 나만의 색깔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덧칠하고 있었다. 하늘로 치솟은 그들의 종교적 욕망을 경멸하면서도,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불안해할 자신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입었던 옷이 나와는 맞지 않다는 확신 비슷 한 것이었다.  '이렇게 살다 간 인생의 마지막에 나 스스로를 미워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결국 사는 대로 마지막을 맞이하겠지..'


더 늦기 전에 삶의 불확실성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 자리 차지할 일에는 관심도 없고, 다만 글 쓸 수 있는 여유와 음악 그리고 좋은 와인 한 병이면 족하다 싶었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비자 유지를 위한 학비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만을 모았다. 그 후의 삶은 내 알 바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종교의 집적거림 없이 정착할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누구의 도움도 닿지 않을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을 선택하기로 했다. 성서는 참으로 옳으나 그걸 뱉어내는 인간들의 무지함과 졸렬함의 집단이 싫었기에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부디 이런 선택과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만들어가고, 우리 인생을 만들어가고, 우리 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그곳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게 된 통로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결정하여 나온 그 길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틈 날 때마다 한 줄씩 채워갔다. 그렇게 적다 보면,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해왔던 일, 앞으로 원하는 일, 그리고 원했으나 여러 가지 정황상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보고 싶다.



오직 신만이 내 인생의 시를 써 내려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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