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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파리 Aug 25. 2020

02. 인생은 불공평한가

-바보들의 인생을 비웃으며-

가끔은 두렵다. 잘 온 걸까. 유학 후의 삶은 아무리 계획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그냥 하루하루 산다. 아이는 아직 생각이 없는데 엄마는 가끔 전화할 때 어서 아이를 가지라 하신다. 내 나이를 생각하란다. 그럴 때마다 “예... 예, 알았어요. 엄마. 걱정하지 마~~.” 하고 끊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곧 마흔인데.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할 나이 아닌가.'


나도 안다. 지금껏 하던 일 하며 앞만 보고 살아도, 한국에서 아이 하나 사람답게 교육시키며 겨우 살까 말까인데. 그나마 있는 돈도 까먹는 게 유학이지 않은가. 잔고는 점점 없어져 갈 것이 분명하고 불안한 미래는 여전하겠지.


하지만 장 보러 갈 때마다 프랑스에 잘 왔다고 생각을 한다. 10유로로 바게트에, 돼지고기 한 팩 그리고 치즈 한 덩이, 와인 한 병과 감자 한 망까지 쥐고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5유로 밖에 안 하는 커피와 빵만으로도 멋진 테라스에 앉아 낭만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래, 여기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프랑스 남부다.   
주말 아침 아내와 함께 동네 카페테라스에 앉아



좀이 들면 없어질 돈을 위해 여념이 없는 인간들은 참 안식을 모른다. 노후에 어쩌다 운이 좋아 몸도 건강하고 재력까지 있어 가고 싶은 곳을 간다 할지라도 젊음은 사라진 지 오래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하다. 나는 그 바보들이 꿈꾸는 노후에 누릴 법한 삶을 오늘 미리 당겨서 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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