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인생을 비웃으며-
가끔은 두렵다. 잘 온 걸까. 유학 후의 삶은 아무리 계획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그냥 하루하루 산다. 아이는 아직 생각이 없는데 엄마는 가끔 전화할 때 어서 아이를 가지라 하신다. 내 나이를 생각하란다. 그럴 때마다 “예... 예, 알았어요. 엄마. 걱정하지 마~~.” 하고 끊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곧 마흔인데.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할 나이 아닌가.'
나도 안다. 지금껏 하던 일 하며 앞만 보고 살아도, 한국에서 아이 하나 사람답게 교육시키며 겨우 살까 말까인데. 그나마 있는 돈도 까먹는 게 유학이지 않은가. 잔고는 점점 없어져 갈 것이 분명하고 불안한 미래는 여전하겠지.
하지만 장 보러 갈 때마다 프랑스에 잘 왔다고 생각을 한다. 10유로로 바게트에, 돼지고기 한 팩 그리고 치즈 한 덩이, 와인 한 병과 감자 한 망까지 쥐고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5유로 밖에 안 하는 커피와 빵만으로도 멋진 테라스에 앉아 낭만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래, 여기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프랑스 남부다.
좀이 들면 없어질 돈을 위해 여념이 없는 인간들은 참 안식을 모른다. 노후에 어쩌다 운이 좋아 몸도 건강하고 재력까지 있어 가고 싶은 곳을 간다 할지라도 젊음은 사라진 지 오래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하다. 나는 그 바보들이 꿈꾸는 노후에 누릴 법한 삶을 오늘 미리 당겨서 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