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서의 '일'이란
내 주변에서 고령으로 아직까지 현역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은 바로 친정아빠다.
1950년생, 올해 연나이로 74세인 아빠는 지금까지도 일을 하고 계신다.
물론 아빠 주변에는 10년도 전에 정년퇴직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신데 지금까지 일하고 계시는 아빠를 부러워하신다.
아빠가 지금까지 일을 하실 수 있는 이유는 자기사업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식품기계를 발명하고 만들어 파시는 제조업을 하시는데 벌써 사업을 해오신지 40년이 넘으셨다.
여러차례 고비가 많았고 그런 아빠를 보면서 '사업하는 남자랑은 결혼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나이들어서도 일을 하고 계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경제력도 있고 활기도 있는 아빠가 좋아보이긴 한다.
딸로서 가끔은 일을 좀 줄이시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셨음 좋겠다 생각이 드는데
아빠는 지금처럼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면서 자신의 취미활동을 즐기는 삶을 좋아하신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날 가장 부러워해~자식들한테 손 안벌리고 이 나이까지 일할 수 있다고~"하신다.
엄마 역시 경제력 있는데다 주기적으로 출근하는 아빠가 좋으신가보다.
나나 남편이나 직장인이니 아빠처럼 나이 들어서까지 어디에 소속되서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이들어 하는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라기 보다는
내가 아직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 아직 일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삶의 활력소 같은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가 파이어족을 하고 싶었던 건 나보다는 남편때문이 컷다.
일이 너무 많아 밤새서 PPT를 만들고 고객사 발표하러 가는 길에 차사고가 나 큰일날뻔했던 계기가 돈을 최대한 열심히 모으자 라는 동기가 됐었으니까.
아이러니한건 최근에 옮긴 남편의 회사 역시 일이 많아 아주 고달프게 살고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긴 행복하다고 하니 조만간 조기은퇴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디지털노마드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터라 당장 조기은퇴에 대한 니즈는 없다.
그런데 만약 지금 회사에서 나이가 들어 비자발적으로 퇴사를 해야 한다면 그 다음번 갖는 일은 어떤 일이 되야 할지 고민스럽긴 하다.
물론 일을 하지 않고도 독서, 운동, 여행 등으로 심심하지 않게 일상을 채울 수는 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의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의미보다 사회에서 내가 아직 쓸모가 있구나,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증명받을 수 있기에 꾸준히 하고 싶다는 욕심히 생긴다.
아마 내가 아빠 나이가 되면 지금 아빠보다 더 늙지 않은 노인이 돼 있을테니 제 2의 직업, 제 3의 직업까지는 갖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럴려면 지금 40대부터 천천히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내가 사회에 어떤 쓰임을 받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