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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May 02. 2022

#18. "완패하지 않으면 이긴 것이다."

고전에서 건지는 깨달음 하나


“코린토스인들은 자신들이 완패하지 않으면 이건 것으로 간주했고,

                          아테나 이인들은 자신들이 완승하지 못하면 진 것으로 간주했다.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Ⅶ권, 34장-                



어느 쪽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코린토스인인가요? 아테나이인인가요?     



저는 코린토스인 입장에 동의합니다.

완전히 폐하지 않았다면 이긴 것으로 결과를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완전히 이기기 위한 과정으로 나아가는 몇 %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1% 도달했으면 99% 모자라는 성공이라고 받아들입니다.

99%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목표한 지점이 있다면 그 목표지점에 한 번에 도착할 때는 거의 없으니까요.

(한 번에 성공했다면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거나,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 지점이 아주 낮거나)

여러 번의 실패, 시행착오를 거쳐야 그 목표지점에 결국 도착하니까요.

이제는 이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일을 진행해 갑니다.               



전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완전 겁쟁이였습니다.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을까 봐 아예 시작도 못한 일이 참 많았습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라도 결과가 좋게 나오는 일에만 거의 시작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시작한 일이 어느 정도의 결실이 맺으면 또다시 점핑해야 할 기회가 오기도 하잖아요.

그 기회를 과감하게 뿌리쳐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에서 됐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위로를 했습니다.

기분은 찜찜하지만요. 왜 기분이 찜찜한지 나에게 묻고 파고 들어가 보는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내 깊은 속마음을 들킬까 봐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딸이 미국 가고 나서 혼자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미뤄두었던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공부는 오랫동안 쭉 해 오고 있었으니 심리학 관련 공부이니 재미있게 했습니다. 학위도 빨리 받았지요.      


논문 심사 합격 날, 대학원 석사 때 저의 지도교수님께서 그 대학의 대학원 강의를 해 보라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단번에 거절해 버렸습니다. 실력이 없다고 하면서. 능력이 안 된다고 하면서.          


교수님도 양보를 안 해 주시더라고요.

실력은 하면서 늘고, 능력은 학위가 능력을 인증하는 것 아니냐고, 부족하다 싶으면 쌓아 가면 되는 거라고....

교수님이 아무리 설득해도 속으로는 어떻게든 안 할 이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에 겁먹는 겁쟁이었습니다.     



“엄마, 박사학위 따서 뭐하려고 했어?”

“응, 난 학위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심리학 공부가 좋아서 한 거니까.”

“그럼 강의도 해 보지 그래? 학위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말끝을 흐렸지만 제게는 정문일침이었습니다.     

학위만 가지고 있는 겉멋(^^)만 차리는

사실은 겁쟁이 엄마인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엄마는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딸이 지켜보는 것 같아서

여기서 그만두면 딸도 새로운 것 도전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랄까 봐 이것도 겁이 났습니다. 엄청난 용기를 내어 강의를 하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기에

미리 겁먹고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 강의 하는 법을 새롭게 배우고

(학교 마치고 저녁에 서울 가서 배우고 새벽에 내려오면서까지)

수많은 강의 잘 하는 사람의 강의를 녹음해서 듣고 내게 맞는 강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좋은 결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미리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준비였다고 생각합니다.  

매 강의마다 느끼는 부담도 많았습니다. 강의를 온전히 즐기면서 하지를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 강의가 제대로 안 되었다 싶은 날은 강의를 마치고 와서 자책을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다시 강의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진이 많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강의 평가가 아무리 좋게 나와도 잠시 기쁜 일이었습니다.

다시 좋은 강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더 무거운 숙제였습니다.



제게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실패를 안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힘든 과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씁쓸하네요.

에너지가 얼마나 소진되었을까 싶으니 안타깝네요.

과거의 저를 지금에 와서 들여다보니까......

그 많은 에너지를 불안한 에너지로 다 써 버렸으니까요.          



"완패하지 않으면 이긴 것이다.”

코린토스인들처럼 이렇게 경험을 받아들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과정을 얼마나 즐기면서 할 수 있었을까요!

에너지를 좋은 에너지로 쓸 수 있었으니까 노력 대비 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을 테지요.      


완패하는 일도 어디 쉽나요?^^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인데 그냥 방치하지 않는 담에야 1%의 성공이라도 따라오잖아요.

그 1%가 자꾸 모여야 100%까지 되는 건데,

저는 1%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네요.          



“완승하지 못하면 진 것으로 간주한다.”

예전의 저는 이런 생각으로 경험을 받아들였으니 얼마나 피곤하게 살았나 싶어요.

어떻게 한 번에 완승을 할 수 있어요.

평생 살면서 완승을 하는 경험이 얼마나 될까요?

완승은 평생 없다고 보는 게 맞겠어요.

하나의 성공,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인데....

물론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완승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다시 내가 할 일이 보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더해가는 과정으로 나아가면 되는 건데....

실패할까 봐, 또 다른 어려움이 많을까 봐 미리 겁먹고 나아가 보지 않으면 어떤 길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수많은 기회들이 그 길의 어느 지점에 있을지 모르는데....



작은 성공 하나하나를 소중히 챙기면서

큰 성공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사니까 오히려 작은 실패까지 성공으로 보이는 겁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성공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공부는 제게는 엄청나게 낯선 세상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시작을 해요.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요.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감지되었기에

두려움에 떨며 얼어붙어있지 않고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경험에 몸을 던진 것입니다.          


‘설만 죽을 만큼 힘든 공부일까?‘

‘어려운 공부인 줄 예상되니까 함께 공부하면 되잖아.’

‘진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면 그때 그만두어도 되잖아. 그것도 한 거잖아.’          

이런 배짱이 이제 생겼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경험에 겁쟁이가 아닙니다.

새로운 경험이란 실패를 맛보게 하는 쓴 맛이 아니라

점 점 성공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설레는 경험, 짜릿한 맛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맛을 즐기면서 나아가니 어느 순간 경험하는 모든 것이 행복한 일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일수록 더 짜릿한 행복한 경험입니다.

1%, 1% 더해가는 블록 쌓기 게임처럼 즐기면서 하면 되니까요.

마지막 블록을 올리는 날도 올 거니까요.           



앞으로 살면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경험은 완승으로 나아가는 한 발 한 발, 그래서 백발 자국이 되는 것이니까요.

완패하는 경험은 제게는 없을 테니 결국 이기는 경험인 것입니다.

실패조차도 더 큰 깨달음을 주는 경험이니 사실은 더 크게 이기는 경험이라고 생각할 거니까요.



보이는 현상이 전부가 아닌 것입니다.

그 현상을 읽어내고 해석해 내는 생각의 힘이 현상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자녀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시나요?

자신의 경험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시나요?


실패할까봐 미리 겁먹은 겁쟁이인가요?

실패하겠지만 실패와 끝까지 싸워 이기고 싶은 용감한 무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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