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
스럼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네이버 국어사전). 이 해석에서 ‘제대로’라는 말에 생각이 머물렀습니다.
‘왜 제대로 실력이 발휘되지 못했을까? ’
‘어떻게 하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슬럼프랑 다시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못한 일이 있다면 제대로 다시 해 보고 싶었습니다. 슬럼프랑 나누고 싶은 대화를 편지로 전해봅니다.
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하지를 않고 있어서 나를 보는 네가 걱정이 많이 되었구나. 제대로 하고 싶다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는 노력은 하지 않으니까 나를 보는 네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했구나.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실망하고 소심해지고 속상해하는 나를 보니까 네가 더 속상하지? 몇 번의 시도에 그만 포기하려고 하는 나를 보니까 큰일 났다 싶지? 이래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네가 나에게 온몸으로 사인을 보내는 거지? 그게 너의 정체지?
“몸이 아파서 쉬어야겠어.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못해 먹겠어.”
핑계 대고 탓하는 것 너에게 딱 걸렸구나. 진짜 몸이 아픈 게 아닌 것 눈치챘구나. 제대로 고민도 안 해 보고 피하고 싶어서 힘들다고 하는 것 넌 금방 알았구나.
그러니 네 속이 네 속이었겠니? 실망되는 주인 곁에 있으려니 천불이 나고, 떠나려니 마음 약한 네가 그러지도 못하고……. 천불이 마음 불로 들어가서 네가 지금 앓기 시작한 거지? 어떻게든 날 돕고 싶어서 나에게 신호 보내는 거지?
“아, 제대로 좀 해 봐. 사실 시작도 안 했잖아.”
네 온몸 실어서 나에게 신호 보내는 거지? 살신성인하고 있는 거지? 네 마음 아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 네 몸 상하게까지 해서 나 알아차리게 하고 싶은 거지? 네 몸까지 아프게 해서 많이 미안해.
알았어. 알았어. 네가 보내는 신호 다 알아차렸어.
내 빈틈 메꾸라고 그러는 거지? 욕심만 잔뜩 부려서 급하게 달려가니까 구멍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 미리 말해주는 거잖아. 빈 구멍 메꾸면서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다고 몸과 마음으로 말해준 거잖아.
걱정 마 제대로 해 볼게.
시작부터 허술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볼게. 그리고 차근차근 채우면서 갈게.
과정이 허술했다면 빈틈 있는 것 다 찾아낼게. 그 빈틈 메꾸면서 다시 갈게. 하나씩 정성스럽게 메꾸고 갈게. 메꾼 게 임시방편 땜질이 아니라 두드려 만든 튼튼한 연장일 테니.....
그러면 된다고? 알았어. 염려 마 잘해 낼게.
네가 나를 구해 주었잖아. 착한 슬럼프야!
슬럼프의 뜻을 제대로 알려 주었잖아. 너 아니었으면 나 편한 대로 해석했을 거야. 진짜 일에 치여서, 상황이 나빠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신호인 줄 알았을 거야. 진짜 몸 아프고 마음까지 힘들어서 그러는 줄 알았을 거야. 남 탓하고 환경 핑계 대고 그러다가 더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몰라.
너 덕분에 슬럼프가 다시 온 기회인 줄 깨닫게 되었어. 구멍 난 것 메꾸라고 온 기회 말이야. 덕분에 구멍 난 것 다 메꾸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더 단단하게 채워가고 있잖아.
이제는 과정 없는 욕심 내지 않게 되었어. 한 단계, 한 발짝씩 채워 가면 결국 좋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도 생겼잖아.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엄청 강해진 거지.
네 덕분에 내가 사람 되었네.
더 좋은 사람으로 나 자신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는 방법도 스스로 깨닫게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
그런 너니까 언제든 환영이야!
내가 또 헛된 욕심만 부리고 있거나
생각만 많고 실천도 하지 않고 정신줄 놓고 있거나
딴짓하면서 잘하는 일이라고 우기거나
정말 잘 못 알아차리면 내 사정 봐주지 말고 무조건 찾아오는 거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