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6일, 제게도 그분이 오셨습니다. 유튜버로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게시(^^)를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는 날이 온 것입니다.
저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계치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합니다. 동영상 ㄷ자도 모르던 제가 대구까지 영상 편집을 배우러 갔습니다. 인스타에서 정보를 접했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배우고 싶은 마음만 불같았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키네마스터 이론을 배우고 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데 겨우 3시간. 배우고 나니까 더 어려운 일로 느껴졌습니다. 뇌가 감당이 안 되는 일이라 인지했는지, 머리서 김이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웃긴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면 포기를 하든가 좌절하고 속상해하든가 해야 하는데 제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운전하는 내내 유튜브 채널 제목 생각하고 카테고리 정하고 어떤 영상 올릴까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어디에 홀린 사람처럼요.
그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엄마의 삶 공부’라는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그날 저녁에 바로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영원히 유튜브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키네마스터 영상이 그렇게 많이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영상을 본다고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국어 처음 배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영상을 올려야겠다는 마음은, 포기하려는 마음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겨우 겨우 한두 개 영상 기술을 어렵게 어렵게 이해했고 어떻게 어떻게 짜깁기해서 영상을 올렸습니다. 제 영상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인지 너무 진땀을 빼서 열이 오른 건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평온해졌습니다.
‘그래도 해 냈구나! 아이구 애썼다. 복녀야!’
태어나서 몇 안 되는 어려운 일에 도전한 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작한 지 2년 3개월째
구독자수 649명
영상 수 106개
저의 유튜브 현주소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맨땅에 해딩하고 있습니다. 영상 찍고 편집하고 하는 게 여전히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맨땅 해딩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습니다. 제가 왜 이러지요?
나를 검열하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삶 공부’라는 채널 이름은 엄마로서의 자리를 야무지게 감당해 보겠다는 각오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엄마가 삶을 잘 살아내면 내 자식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란 걸 부모교육 강사니까 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게 ‘삶 공부’였습니다. 내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일이었습니다. 내 자식 도움 되는 일이라는데, 내 삶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일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습니다.
내 삶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것 공유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엄마로 살면서 왜 내 삶에 정성을 들어야 하는지도 삶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엄마로 살아가는 세상의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서로에게 힌트도 주고 응원하고 도움도 주고 그런 통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유튜버로 살아가는 80살, 90살 그 이후까지도 생각해 봅니다. 퇴직하고 유튜브에 좀 더 치중할 테니까 그때는 구독자 수도 영상도 많이 쌓이겠지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구독자 수도 많을 겁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갈 건지 궁금해할 구독자 수도 더 많아질 겁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욕심내고 싶은 게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선한 삶입니다.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삶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선(善)하다는 말은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지혜롭게 산다는 뜻입니다. 선함은 지혜로움은 나이 들어간다고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내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선한 사람들과 연대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 선한 사람들과 연대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선하게 만드는 데 탁월하게 기여하는 일이니까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선한 연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특히 엄마로 살아가면서 삶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함께요.
더 나이가 들면 어쩌면 그때는 선한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도움을 받는 시점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선한 사람들이니 염려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도움도 구하고 응원도 받고 그럴 겁니다. 삶의 마지막도 이런 모습이고 싶기에 전 평생 유튜버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삶의 어떤 상황에도 삶이라는 협주곡을 함께 연주할 테고 혼자서도 서툴게 한 음 한 음 마지막까지 연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