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삶공부 May 10. 2022

‘베스트 인연상’에 도전합니다!

            

내게 참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 위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목숨까지 내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핏빛보다 더 선명한 사랑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 평생 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식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갈수록 더 뜨거워지는 사랑입니다.      



내 사랑의 대상, 자식입니다. 

엄마로 살아내면서 자식과의 인연이 어떤 의미인지를 어려운 고전 읽듯이 한 꺼풀 한 꺼풀 깨달아갑니다. 


 

‘아, 신이 보낸 신의 자식이구나!’

‘그렇게 사랑하는 신의 자식을 내게 보낸 이유가 있겠지.’

‘내가 성장한 만큼 내 자식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 나 사랑해서 나 사람 만드려고 신이 나를 특별히 찜해서 내게 자식을 보냈구나! 나 그럼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인 거구나!’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하면 안 되는 존재구나! 신성불가침 한 존재가 자식이구나!’

‘내 자식인 건 맞지만 나랑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거래하는 존재구나!’      



이걸 처음부터 깨달았으면 그 많은 실수를 그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살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힘듦이 왔더라도 털고 일어섰을 겁니다. 신의 자식 잘못 키우면 엄벌 받을 텐데, 그것 무서워서라도 어떻게든 일어섰을 겁니다. 지금에라도 이만큼이라도 깨달았으니 천만다행입니다. 큰 실수 할 뻔했습니다.      






순전히 제 딸 덕분입니다.

남편이 일찍 돌아가시고 5년간이나 헤맨 세월이 있었습니다. 심한 우울증 환자가 되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미친 여자가 되려는 순간 나를 살려낸 건 내 딸이었습니다.    


  

그날도 우울감이 극에 달해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멈추려고 몇 시간이나 안간힘을 쓰다가 쓰러져서 깜빡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내 딸의 그 남루한 모습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미친 여자를 쫓아가던 그 아이가 내 딸인 줄 알아차리게 했습니다. 그 미친 여자가 ‘나’일 수도 있다는 경고를 꿈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신의 손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구원이라고 해야겠지요. 그 손 놓아버렸다면 미친 사람 되어 돌아다니는 삶을 살아가든가 어찌 되었던가~ㅜㅜ     



신의 자식을 다시 동원한 것입니다. 이 못난 엄마에게 두었다간 사랑하는 당신 자식까지 잃을 것 같으니까 내 딸을 동원한 것입니다. 그 후로도 내 딸은 신이 보낸 역할 톡톡히 하면서 엄마인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내게 온 딸과 34년째 엄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이 결혼을 했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딸 명칭은 그대로인데 엄마 이름은 변경이 되었습니다. ‘친정엄마’라는 이름을 건네받았습니다.      



기특하게도 처음으로 친정엄마의 이름의 의미는 빨리 해석했습니다. 양심선언하면 기특한 일은 아니네요. 친정엄마라는 이름을 못 받아들여서 한나절 딸 앞에서 통곡하고 울었네요.      


“엄마가 이해는 되는데, 내 딸 머물던 마음 공간이 너무 허해서 그래. 엄마에게 시간을 주면 엄마도 얼른 마음 추스를게.”


딸에게 사정을 했고 약속한 것 지켜내었습니다.

      




친정엄마로 살아가는 삶은 엄마라는 이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회입니다. 내 딸 ‘서툰 엄마’로 시작하는 모습을 오롯이 지켜보게 합니다. 마음 조마조마해서 사랑하는 내 딸 돕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합니다. 피가 마르는 경험을 시킵니다. 그래도 절대 엄마로 살아가는 내 딸의 삶에는 끼어들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더 강하게 주십니다. 거의 명령 수준입니다. 그렇게 하면 내 딸에게 피해가 간다니 끼어들지 못합니다.     



고민 고민하니 또 확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자식 향한 그 용광로 같은 에너지 방향을 나에게 돌리면 된다는 알아차림이 살면서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이것 알아차리니 모든 마음이 평정됩니다. 예상컨대 제 삶의 게임도 ‘승’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승리할 것 같습니다. 자식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져만 가니까요. 그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방향을 나에게 돌리면 되니까요. 나 사랑 뜨겁게 하면서 살아가면 되니까요. 나만 승리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식도 승리하게 되니까요. 자식은 부모의 95%를 닮는다는 절대적으로 부모에게 이익인 이 법칙이 있잖아요.      



자식과 엄마라는 인연의 틀 안에서 평생 살아갈 수 있는 행운은 이미 확보했습니다. ‘나사랑’ 뜨겁게 하면서 살아가면 되니까 나랑 인연이 얼마나 단단하고 끈끈하고 뜨거울까요! 나와의 ‘베스트 인연상’에 무조건 도전할 겁니다. '베스트 오버 더 베스트 인연상' 꼭 받고 싶습니다. 내 자식과 선하고 아름다운 인연으로 평생 살아가고 싶은 애미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든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