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삶공부 May 13. 2022

미래의 모습까지 품고 있어서 더 눈부십니다!

          

오늘은 대놓고 우리 반 아이들 자랑할 겁니다.

팔불출 소리 들을 작정하고 시작합니다^^






어제는 스포츠 대축제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예전의 저 같으면 걱정이나 불안함의 에너지로 이 날을 맞았을 겁니다.

‘아이들 잘해 내어야 할 텐데, 마지막까지 잘해 낼 수 있을까?’

아이들 행복한 이런 날이 교사에게는 부담감을 안아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올해는 왠지 그런 날이 아니겠다는 기대감?

아이들의 배움이 실천되는 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또는 함께 실천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자신에게는 뿌듯해 하는 날,  서로에게는 고마워하는 날이 되겠다는 예상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윈-윈 하는 날, 그래서 진정 행복한 날로 기억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이걸 우리 반 아이들이 어제 해 냈습니다.

첫 경기가 피구였습니다. 남학생들이 비슷하게 게임을 하다가 져 버렸어요. 저도 이길 줄 알았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 솔직히 당황스럽더라고요.      



여학생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남학생들, 잠시 속상해할 겨를도 없겠다 생각되었나 봅니다. 갑자기 남학생들이 목이 터져라 여학생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3반 파이팅! 3반 파이팅!”

평소에 조용하게 있던 아이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응원에 함께 했습니다.

“3반 할 수 있다. 3반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응원 구호가 이렇게 바뀌면서 더 목청껏 응원을 하더라고요.

무의식적인 언어 선택이었을 텐데 얼마나 멋지게 생각되던지요!

'파이팅!'과 '할 수 있다!'의 에너지 차이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남학생들의 응원 열정은 갈수록 더 뜨거워졌고, 여학생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드디어 귀한 1승을 해 냈습니다. 남학생들의 졌던 기분도 금방 다 회복되었습니다.     

“고마워. 이겨 주어서.”

“고마워 응원해 주어서.”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것 보면서 뭉클 감동이 올라왔어요.

“선생님 우리 멋있죠?”

“응. 우리 반 정말 정말 멋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어서 고마워.”     


짧게 승리의 기쁨을 주고 받고는 교실까지 잘 참고 왔습니다. 복도 쪽 창문 다 닫고 함께 함성을 질렀습니다.

“3반 이겼다! 3반 이겼다!”

실컷 승리의 기분을 나눴습니다.

잠시 동안만요.      



그리고 경기하고 나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남학생들이 왜 처음에 졌는지?

여학생들은 왜 이겼는지?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똑똑한 우리 아이들 꼭 꼭 집어서 경험에서 배우더라고요.

실패에서도 지혜를 찾아내었고,  잘한 것에서도 앞으로 더 잘할 것을 찾아내더라고요.

그리고 이기든 지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찾아내더라고요.       


  





넷째 시간, 다시 다른 반과의 피구경기가 있었습니다.

남학생들이 게임을 할 때 이제는 여학생들이 발 벗도 나서서 온 몸을 던져서 응원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금방 남학생들이 이기고 돌아왔습니다.



“잘했어. 우리도 잘할 게”

“파이팅, 잘해.”

이렇게 파이팅을 주고받으며 여학생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남학생들 모두가 일어서서 온 몸으로 응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게임을 할 때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응원을 하더군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여학생 게임은 졌습니다.

참 신기한 게 아무도 속상한 표정을 짓거나 탓을 하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단체 게임을 위해 얼른 마음 정리하더라고요.

함께 파이팅 하자는 눈빛과 동작들을 보내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반이 이겼습니다.

다른 반 배려해서 이긴 기쁨도 절제하더라고요.

교실에 와서 큰 소리 내면서 다시 함께 기쁨을 누렸습니다.  

   

“너무 잘해 냈어! 너무 멋져! 너무 예뻐!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너희들 덕분에 너무 행복해!”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 때문에 잘했어요!”

“우리 반 친구들도 너무  멋져요!”  

자신들이 잘한 일까지 선생님 덕분, 친구들의 도움으로 돌립니다.

함께 열심히 해서 같이 이뤄낸 결과임을 알아차립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현장에서 선한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선한 커뮤니티란 이런 것이구나!’를 확실히 깨달았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고 손잡아 줄 때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익혔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때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는 것을 체험했을 겁니다.     



이게 선한 커뮤니티라고 오늘 말해 줄 겁니다.

(오늘 국어 수업, 있었던 일 말하기는 스포츠 축제 마치고 할 거라고 이미 말해 두었거든요.)

“너희들은 이미 선한 커뮤니티의 리더가 될 자격 충분히 있다.”라고 말해 줄 겁니다.

“선한 커뮤니티 크리에이터가 될 싹이 텄고 자라기 시작했다고, 어제는 쑤욱 자란 날이었다고.” 말해 줄 겁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신을 키워 가면 된다고, 꼭 그렇게 된다고 확언해 줄 겁니다.     

미래에 최소한 한 개의 멋진 직업은 이미 확보했다고 말해 줄 겁니다.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요.

이 직업은 현장에서 배워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배워가고 익히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기를 현장에서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날이었습니다.

진짜 보석은 겉모습 화려한 빛이 아니라 그 속에 품은 은은하고 깊이를 더하는 빛 때문에 더 영롱하게 빛나고 눈부십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빛나 보였던 이유도 미래의 모습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춘기 아이들과 ZOOM으로 독서습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